정규직 노조에 하청 노조까지 파업 가능성 커져
불황 속 노조 리크스 확산에 철강업계 불안감 확산
파업보단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지적…“상생이 중요”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철강업계 내 ‘하투(夏鬪)’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존 정규직 노조와의 협상에 더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인한 하청 노조와의 교섭 부담까지 커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대내외 업황 악화 속에서 원·하청 연쇄 파업 가능성까지 고개를 들자 업계 내에서는 노가 간 대립 대신 협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철강업계 내에서 정규직 노조에 하청 노조까지 교섭을 요구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금속노조 1만 간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원청 교섭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제공


23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조합원 2000여 명은 오는 24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제철의 교섭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대회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결의대회는 원청인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그룹사인 현대자동차그룹을 상대로도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처우 개선과 교섭 참여를 촉구하기 위한 차원에서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교섭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포스코 하청노조들도 원청을 대상으로 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는 22일 포스코를 대상으로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임용섭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장은 “포스코는 진짜 사장으로서 원청 교섭에 즉각 응해야 한다”며 “차별적 직고용을 중단하고 원청 교섭에 나와 불법 파견 당사자들과 합의해 차별 없는 온전한 정규직 전환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대화를 촉구하는 자리가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포스코가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쟁의행위를 포함한 강경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병용 민주노총 전남지역본부장은 “대화로서 마지막으로 교섭 테이블에 나오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라며 “빈말로 듣지 말고 성실하게 교섭에 나와야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발언에 대해 사실상 파업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경고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마찬가지로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하청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정규직 노조들도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제철 정규직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협상이 난항을 겪자 교섭력을 높이기 위한 쟁의권 확보 절차를 밟았다. 최근 진행된 쟁의행위 행사 여부에 대한 조합원 투표에서는 86.83%의 찬성률로 가결되면서 향후 교섭 상황에 따라 파업 등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철강업체 입장에서는 정규직 노조와의 임단협뿐만 아니라 하청 노조와의 갈등까지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향후 교섭 결과에 따라 원청과 하청 노조가 동시에 멈춰 서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파업을 벌이고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노동계가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며 “정규직 노조와 임단협을 조율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하청 노조의 요구까지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수요 부진에 보호무역까지”…파업 시 타격 불가피

문제는 철강업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철강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수요 회복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원자재 가격 변동성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노조의 파업은 철강업체들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업으로 인해 생산라인이 멈춰서더라도 재고를 통해 단기적인 수요 대응에는 큰 차질이 없을 수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에는 납기 지연이 불가피해지고 고객사 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도 하락과 매출 차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자동차·조선·건설·가전 등 주요 전방 산업에서도 철강재를 소재로 활용하기 때문에 납기 지연이 발생할 경우 이들 산업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내에서는 노조가 철강 업황을 고려해 파업에 보다 신중하게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기적인 임금 인상이나 처우 개선 요구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노동자들에게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에 파업 대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위기 극복을 위한 생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노사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며 “무리한 단체 행동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기초체력을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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