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당대표 굳이 필요한가...원내 중심 정당돼야 불필요한 갈등 최소화"
지도부 교체론엔 "피까지 흘릴 필요 없어"…친한계 중심 당 권력 재편 견제구
보수 진영 또 다른 대권 주자 한동훈과 신경전…당 재편 주도권 경쟁 본격화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국민의힘 내 옛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축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당대표가 굳이 필요한가"라며 장동혁 대표를 정조준했다. 다만 그는 "서두르면 부작용이 생긴다"며 당 쇄신에 대한 속도 조절론도 주문했다.

6·3 지방선거 전부터 장동혁 대표 퇴진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오 시장이 지도부 교체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보수 진영의 또 다른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을 향한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혁신포럼 제9차 세미나에서 "세계적인 정치 현상을 정리해 보면 미국 같은 경우 원내 정당이지 않나. 당대표가 별도로 없다"며 "원내 중심 정당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갈등이 최소화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회장인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6·3 지방선거 진단과 향후 과제 - 보수가치의 회복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어 "모든 사회 현상에 당대표가 관여하는, 정쟁이 일상화돼 있다. 건전한 정책 경쟁으로 가면 좋은데 모든 게 다 이념화 정치화돼 불필요한 왜곡이 생긴다"라며 "굳이 당대표가 필요한가. 원내대표면 충분히 당이 운영되고 법 개정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그런 생각을 초선 의원 오세훈 때 했었다"고 했다.

오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장동혁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 거취를 둘러싼 당내 계파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당대표 무용론'을 언급하며 현 지도체제의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다만 그는 혁신 과정에서의 속도 조절론을 언급하며 당장의 지도부 교체에는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뭐든지 서둘러서 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불필요하게 서두르다가 부작용만 많이 생기는 그런 변화와 혁신은 당 구성원과 의원들이 바라는 변화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내일모레 선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불필요하게 피까지 흘려가며 할 이유는 없다"라며 "선거도 거하게 치른 상황에서 피를 흘려가며 변화하게 된다면 부작용만 있을 것이고, 우리 당에서 정치하는 분들이 바라는 것도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는 장동혁 체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면서도 경쟁자인 한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친한계의 지도부 퇴진론에 동조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부산 북구갑에 출마해 무소속으로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한 의원의 존재는 오 시장의 향후 대권 가도에 적지 않은 변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도 감지된다. 당초 이날 세미나에는 한 의원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지역구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대로 한 의원이 전날 참석했던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 주최 '참정권 피해사태와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에는 오 시장이 '조찬 모임'을 이유로 불참했다.

   
▲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과 범시민사회단체연합이 연 '참정권 피해사태와 선거제도 개혁 국회 토론회'에서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격려사하고 있다. 한 의원 왼쪽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 오른쪽은 이 의원. 2026.6.23./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장동혁 체제가 급격히 붕괴할 경우 당내 구심점이 한 의원으로 쏠릴 가능성이 큰 만큼, 오 시장이 시간을 벌며 자신의 당내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즉 장동혁 체제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친한계가 주도권을 잡는 데에는 강한 제동을 걸겠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이후 한 의원이 빠르게 당내 접촉면을 넓히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데, 오 시장 입장에서는 장 대표 퇴진 이후 당권 구도가 한동훈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며 "지도부를 급격하게 흔들 경우 결국 가장 큰 수혜자는 한동훈 의원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현재까지 당 주류를 중심으로는 오세훈 시장 쪽에 무게 추가 있다"면서도 "한동훈 의원이 뱃지를 달고 들어온 이후 당내 분위기도 좀 바꼈다. 그의 정치력을 인정해 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이 서로 일정을 핑계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보면 양쪽 모두 사실상 '헤게모니'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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