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TF 가동·정부 포괄협력팀 설치 등 민관 분주…복합 제재·중국 선점·대금 미수 우려 등 ‘장벽 첩첩’
과거 이라크·리비아 잔혹사 반면교사…단순 건설 넘어 중동 탈석유 겨냥한 AI·과학기술 협력으로 돌파구
[미디어펜=서동영 기자]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국내 건설업계와 정부는 이란 등 중동 재건시장 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쟁 피해가 가장 큰 이란 내 건설사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대와 달리 이란에서는 현실적인 장벽이 적지 않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한다.

   
▲ 미국과 이란의 종전 MOU 체결 이후 이란 등 중동 재건시장 진출에 대한 국내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서동영 기자

대우건설은 '중동재건 TF'를 꾸린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앞서 18일 미국·이란 전쟁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을 계기로 중동 지역 재건·개발 투자시장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조처다. 

대우건설은 해외영업을 총괄하는 글로벌인프라본부를 중심으로 플랜트·토목·건축 등 각 사업본부의 해외 개발사업 기능을 묶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란에서의 철도·발전소·해상 송유기지 공사 등 기존 진출 경험을 토대로 에너지 파이프라인, 정유·석유화학·가스처리시설, 전력·항만 시설, 주택·도시개발 등 광범위한 분야의 수주를 노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종전 이후를 선제적으로 대비해왔다"며 외교부 내에 '한-중동 포괄적 경제협력팀'을 설치하고 재외공관을 통해 중동 각국과 맞춤형 협력 수요를 발굴해왔다고 밝혔다. 

민관이 함께 중동 재건 사업 참여를 선언했지만, 이란으로 뛰어드는 건 시기상조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이 주도하는 복합적 경제 제재다. 세컨더리 보이콧 등 경제 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한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 진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종전 MOU 체결 이후에도 60일간의 세부 합의 기간이 남아 있어 당장 가시적인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국내 건설사들이 이란에서 떠난 지 약 10년이 됐다는 점도 문제다. 그 공백기 동안 중국 건설사들이 현지 네트워크와 시공 경험을 빠르게 쌓아왔다. 김화랑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중국은 경제 제재 기간에도 이란과 원유 거래를 지속하며 공고한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에 대한 제제가 강화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1기 시절인 2018년 직후 대부분 이란을 떠났다"며 "이란에서 다시 활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복구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공사비를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없다"며 우려했다. 

이란 정부의 재정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2015년 핵 협상 이후 시장이 잠깐 열렸을 때 한국의 수주 계약 금액이 급증했으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재원 조달 문제로 다수의 사업이 취소된 전례가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이란 내 인프라 피해 규모조차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 국내 건설사들의 이라크와 리비야 재건 참여 경험도 반면교사가 된다. 미국과의 전쟁 이후 재건시장으로 주목받았던 이라크에서 실질적 수혜를 입은 국내 기업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에 진출했던 국내 건설사들 역시 정정 불안에 따른 대금 지급 중단과 공사 중단 등의 난관에 부딪혔다.

건설업계에서는 단순 토목·건축 분야는 이란 현지 건설사나 터키 기업 대비 가격 경쟁력이 없다면서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는 플랜트 분야에 한해 참여 가능성을 따져봐야 하고, 그마저도 중국 건설사의 경쟁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건설사들은 그동안 자국 내 다수의 에너지 플랜트 건설을 통해 빠르게 경험을 쌓아 올려왔다. 

이처럼 복합적인 요인들을 감안할 때, 현재로서는 이란보다 GCC 국가 중심의 접근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다. 외교부 역시 이같은 한계를 인지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오로지) 이란을 목표로 TF를 만든 건 아니다"라며 "MOU 타결 훨씬 전인 4월 말부터 중동의 변화된 상황에 맞는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스터디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의 경우 MOU가 워낙 조건부이기 때문에 계속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TF는) MOU 이후 안정화된 중동 지역에서의 재건 참여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의 범위도 단순한 건설·인프라를 훨씬 뛰어넘는다고 강조했다. 해당 관계자는 "이번 전쟁을 계기로 중동 각국이 에너지 의존 경제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고, 탈석유·산업 다변화에 대한 의지가 훨씬 강해졌다"며 "우리 정부도 AI, 과학기술 주도형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서로의 수요가 맞닿는 지점이 있다"고 했다.

또한 "기업들이 중동에서 겪는 미수금 문제, 이중과세 등 고질적인 애로사항도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토부, 기재부, 산업부 등 유관 부처와 긴밀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