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기 쉬운 이름이 경쟁력"…아파트 작명, 순우리말로 눈 돌린다
수정 2026-06-26 08:51:17
입력 2026-06-26 08:51:28
조태민 기자 | chotaemin0220@mediapen.com
10자 넘는 외래어 단지명에 피로감…짧고 선명한 우리말이 차별화 카드로
'윤슬' 내건 목동윤슬자이, 두 글자 작품명으로 단지명 6자 완성
'윤슬' 내건 목동윤슬자이, 두 글자 작품명으로 단지명 6자 완성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지역명에 건설사 브랜드, 입지와 상품성을 내세운 펫네임까지 겹겹이 붙으면서 열 글자를 넘기는 아파트 이름이 흔해졌다. 고급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긴 외래어 조합이 단지 간 차이를 흐린다는 지적으로 돌아오는 가운데, 짧고 뜻이 분명한 순우리말이 새로운 차별화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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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동윤슬자이CG./사진=GS건설 | ||
26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올해 5월까지 공급된 분양단지 명칭은 평균 9.8자로 분석됐다. 9~11자인 단지가 전체의 42.7%를 차지했다. 과거 '마포아파트', '반포아파트'처럼 지역명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붙이던 방식이 1990년대 건설사 브랜드 등장 이후 바뀌었고, 여기에 별칭이 더해지면서 '지역명+브랜드+펫네임' 형태가 표준으로 굳었다.
이름이 길어지자 소비자 피로감도 뚜렷해졌다. 서울시가 2022년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현재 공동주택 이름이 길고 복잡해 불편하다고 답했고, 60.3%는 적정 길이로 4~5자를 꼽았다. 서울시는 2024년 2월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를 펴내 어려운 외국어와 불필요한 애칭을 자제하고 고유지명을 활용하며 적정 글자 수를 지키자고 권고했다.
순우리말 작명이 완전히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일부 건설사가 브랜드 차원에서 우리말을 써 왔고, 세종·분당 등에서는 지명에 우리말이 반영된 사례도 있다. 다만 기존 지명이나 시설명을 빌리지 않고 순우리말을 독립된 단지 작품명으로 전면에 내세운 경우는 여전히 드물다.
이런 가운데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분양을 앞둔 GS건설의 '목동윤슬자이'가 순우리말 작품명을 적용해 눈길을 끈다. '윤슬'은 햇빛이나 달빛이 물결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지역명 '목동'과 브랜드 '자이' 사이에 두 글자 작품명을 넣어 전체 이름을 6자로 줄였다.
이름에 담긴 이미지는 건축 외관으로도 이어진다. 저층부에는 세계적인 아티스트 네드 칸의 작품 '윤슬'이 적용돼, 외벽 패널이 바람에 따라 미세하게 움직이고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 빛을 다르게 반사하며 물결이 반짝이는 듯한 입면을 연출한다. 이름의 뜻을 언어에 그치지 않고 디자인으로 구현한 셈이다.
상품은 '하이퍼트(Hypert)'를 표방한다. 초월을 뜻하는 하이퍼(Hyper)와 아파트(Apartment)를 결합한 개념으로, 핵심 입지와 실용적 평면, 고급 커뮤니티, 단지 내 원스톱 생활을 묶은 주거 카테고리를 가리킨다. 102동 47층 스카이 커뮤니티에는 와인리저브와 프라이빗 다이닝룸, 파티형 게스트하우스, 영화·음악 감상실 등이 들어서고, 9층에는 루프탑 가든이 조성된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멤버십 피트니스 클럽 '콩코드 클럽 바이 조선'도 단지 안에 마련될 예정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여러 외래어를 더할수록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비슷한 이름이 반복되면서 오히려 기억하기 어려워졌다"며 "짧고 의미가 분명한 우리말은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데다 단지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만드는 차별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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