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I 데이터센터 전력 동맥 쥔다"…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수정 2026-06-26 16:13:45
입력 2026-06-28 14:00:00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안성·울산·부산 흩어진 거점 전격 통합…1161억 투입한 미래형 스마트 공장
2층 양산 라인 자동화율 95% 이상…로봇이 자재 나르고 AI가 수요 예측
4만 볼트 짜릿한 전압 시험 자동화…캐파 70% 늘려 글로벌 배전 시장 정조준
2층 양산 라인 자동화율 95% 이상…로봇이 자재 나르고 AI가 수요 예측
4만 볼트 짜릿한 전압 시험 자동화…캐파 70% 늘려 글로벌 배전 시장 정조준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전력 소모가 심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공장이 전 세계적으로 들어서면서 전력 인프라 주도권이 송·변전에서 최종 수용가로 전력을 안전하게 분배하는 '배전(Distribution)' 영역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이 미래 배전 시장을 제패하기 위해 구축한 스마트 제조 기지가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5일 방문한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는 총 부지 8만5420㎡(약 2만5000평) 규모로 지난해 11월 준공을 완료하고 현재 전면 가동 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1977년 출범 이후 50년 가까이 축적된 표준화 생산 기술과 차세대 디지털 운영 시스템을 결합한 이곳은 HD현대일렉트릭의 배전기기 생산 역량이 총집약된 미래형 스마트 생산 거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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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일렉트릭 청주 배전캠퍼스 전경./사진=HD현대일렉트릭 제공 | ||
청주 배전캠퍼스에 들어서자 공장 설계 초기부터 자동화 설비와 물류 시스템, 디지털 운영 체계를 하나의 유기적 구조로 통합한 '통합형 스마트 공장'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왔다. 기존 공장을 단순히 이전하거나 일부 노후 설비만 교체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스마트제조 환경에 맞춰 전 공정을 제로 베이스에서 새롭게 설계한 그린필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현장 브리핑을 담당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안성에 생산 공장이, 울산에 설계 조직이, 부산에 물류 창고가 각각 분산되어 있어 거점 간 유기적 연계에 한계가 있었다"며 "이 청주로의 이전은 28개월간 약 1161억 원의 설비투자(CAPEX)를 단행한 대단히 큰 도전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생산·설계·물류 일원화를 구축해 양산 사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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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공차단기(VCB)의 핵심 부품인 진공 인터럽터(VI)의 진공처리 공정./사진=HD현대일렉트릭 제공 | ||
◆ 4만 볼트 초고전압 끓는 소리…외관 검사까지 '휴먼 에러' 원천 차단
본격적인 공장 투어는 외부 협력사에서 입고된 자재들이 모이는 1층 입고장과 중량물 주문 생산 라인에서 시작됐다. 1층은 발전소와 대형 산업 플랜트에 적용되는 기중차단기(ACB)와 진공차단기(VCB) 등 육중한 소리를 내는 제품군이 중심을 이뤘다. 특히 최근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과 캐나다 규격인 UL 및 cUL 인증 제품을 안정적으로 뿜어내는 인프라가 촘촘히 짜여 있었다.
1층의 백미는 단연 자동화된 시험 및 검사 공정이었다. VCB 최종 확인 구역에 들어서자 실제 현장의 가혹한 기후 조건을 모사한 안전 검사가 한창이었다. 차단기에 무려 4만 볼트의 초고전압을 1분 동안 인가하는 절연 파괴 시험이 시작되자 공기가 지글지글 끓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과거에는 작업자가 수동으로 제품을 걸고 전압을 올려야 해 안전사고 위험이 컸으나 현재는 로봇이 전 공정을 대행해 현장 안전성을 완벽히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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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성된 제품을 검사 중인 비전 검사 시스템./사진=HD현대일렉트릭 제공 | ||
제품의 방점을 찍는 외관 검사 역시 사람이 눈으로 보던 방식을 탈피했다. 고성능 카메라 기반의 비전 검사 시스템이 도입돼 제품의 QR 코드를 찍는 순간 로봇 팔에 달린 카메라가 전면·상면·각 측면을 샅샅이 훑었다. 홀의 타공 여부나 볼트 누락, 명판에 인쇄된 미세한 숫자 오기까지 이미지 분석 기반으로 100% 자동 판별해 결함을 잡아내며 휴먼 에러를 원천 차단했다.
공장의 끝단인 완제품 창고 역시 스마트 물류의 정수였다. 주문서가 발송되자 은색의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ACR)과 물류 셔틀이 10m 높이의 랙 사이를 번개처럼 오가며 제품을 정확히 찾아냈다. 사람이 자재를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사람에게 제품을 가져다주는 'GTP(Goods To Person)'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물류 처리 속도는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창고 운영 인력은 기존 대비 30%가량 절감되는 혁신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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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류창고 내 자재와 완제품을 쌓고 있는 자동 케이스 처리 로봇(ACR)./사진=HD현대일렉트릭 제공 | ||
◆ 로봇이 자재 나르고 AI가 수요 예측… 자동화율 95%의 로봇 생태계
2층 배선용차단기(MCCB) 및 전자개폐기(MS) 생산 라인은 또 다른 로봇 생태계였다. 주택과 빌딩 등에 사용되는 경량 다품종 제품을 생산하는 2층의 공정 자동화율은 무려 95% 이상에 달했다. 자재 창고에서 자재가 불출되어 라인에 투입되고, 자동 조립과 시험을 거쳐 완제품 창고로 자동 입고되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부품과 제품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고 스스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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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고된 자재를 분류 중인 디팔레타이징 로봇./사진=HD현대일렉트릭 제공 | ||
부품 박스가 입고되자 디팔레타이징 로봇(Depalletizing Robot)이 팔레트 단위의 자재를 자동으로 분리해 현장 조립에 적합한 토트(Tote) 박스 단위로 척척 변환했다. 이 자재들은 층간 이동을 담당하는 수직 이송 시스템을 타고 올라가 자율주행 물류로봇(AMR)에 실렸다. 바닥의 노란 선이나 자석을 따라 고정된 경로만 움직이던 과거 무인운반차(AGV)와 달리, 청주 캠퍼스의 AMR은 라이다 센서와 고성능 카메라로 주변 작업자와 지게차를 스스로 인식하고 장애물을 유연하게 회피하며 최적의 경로로 자재를 배달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키트 박스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작업대마다 디지털 패킹 시스템(DPS)을 통해 해당 주문 모델에 맞는 부품들만 사전에 1대 1로 매칭돼 전달됐다. 다관절 로봇이 바코드를 스캔하면 설비의 세팅이 모델에 맞게 자동으로 변경돼 한 개 라인에서 수많은 모델을 혼용 생산해도 모델 전환 손실 시간이 거의 없는 유연 생산 체계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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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류창고 내 자재와 완제품을 운반 중인 물류셔틀./사진=HD현대일렉트릭 제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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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고된 자재를 운반 중인 물류 자동화 시스템./사진=HD현대일렉트릭 제공 | ||
◆ 역대 최대 실적 넘어 2030 비전으로…"생산 캐파 70% 껑충"
이러한 하드웨어 자동화를 관통하는 뇌의 역할은 통합 데이터 시스템이 맡고 있었다. 제조실행시스템(MES), 창고관리시스템(WMS), 창고제어시스템(WCS)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 상태다. 여기에 영업의 판매 계획과 공장의 공급 계획을 하나로 묶는 '싱글 플랜(Single Plan)' 체계를 구축하고 영업 단계에 AI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자재 낭비를 최소화하고 공정 병목 현상에 민감하게 대응하도록 했다.
스마트 공장으로의 대전환 효과는 수치로 고스란히 증명되고 있다. 청주 배전캠퍼스 도입 이후 생산 라인 자동화율은 기존 대비 23% 향상됐고 설비 장비 효율은 17% 개선됐다. 이에 따라 기존 공장의 연간 500만 대 수준이던 생산 캐파(Capa)는 현재 850만 대를 기록하며 70%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25년 연간 매출 4조795억 원, 영업이익 9953억 원이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 이후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글로벌 노후 전력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다변화, AI 인프라 확충이 맞물린 전력 산업의 역사적 대호황 속에서 청주 캠퍼스는 향후 성장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회사는 오는 2030년까지 생산 능력을 연간 1300만 대까지 가속하고 설비종합효율(OEE)을 세계 최고 수준인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청주 배전캠퍼스는 단순한 신설 공장을 넘어 제품 가격 경쟁력 확보와 품질, 납기 개선을 완벽히 이뤄낸 차세대 제조 플랫폼"이라며 "향후 현재 울산에 있는 배전반 및 배전변압기 공장까지 이 청주 부지로 단계적으로 이전·집적해 나감으로써 통합 기자재 수요에 대응하고 글로벌 배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근원적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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