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4번째 월드컵을 허망하게 끝낸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충격에 빠진 팬들을 위해 진심을 담은 사과와 심경을 전했다.

손흥민은 30일 새벽(한국시간) 자신의 개인 SNS를 통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모른 척할 수도 없고, 현실을 피하고 싶지도 않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 손흥민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이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32강 진출에 실패한 데 대해 진심을 담아 팬들에 사과하고 심경을 전하는 글을 올렸다. /사진=손흥민 SNS 캡처


손흔민은 "가장 먼저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과 축구를 사랑해 주시는 팬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면서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는 감히 팬분들의 실망과 상처를 담아낼 수 없을 것 같아 그 말씀을 드리는 것조차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진다"고 대표팀의 부진에 대한 사과부터 했다.

이어 그는 "매일, 매 순간 여러 감정이 교차하며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실 팬분들께 이 말씀만큼은 꼭 전하고 싶었다. 저에게도 누구보다 소중한 대회였고, 제가 늘 말해왔던 ‘어린아이의 꿈의 무대’가 무너져 내린 것 같아 이루 말할 수 없이 착잡하고 마음이 아프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도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적었다.

"저보다 훨씬 더 큰 실망과 상처를 안고 계실 팬분들을 생각하면 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럽지만 팬분들이 느끼시는 마음도 제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손흥민의 진심을 담은 현재 심경이었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 팬들이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별리그 1, 2차전 체코(한국 2-1 승), 멕시코전(한국 0-1 패)에는 선발 출전했으나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채 각각 68분, 57분만 뛰고 일찍 교체됐다. 한국의 32강 진출 실패가 결정난 3차전 남아프리카공화국전(한국 0-1 패)에는 선발 제외됐고, 후반 교체 투입됐으나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대표팀의 캡틴이자 에이스로서 손흥민도 한국의 조기 탈락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홍몀보 감독의 손흥민 기용법에 대해서는 이번 대회 내내 논란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도 '손흥민'인데, 대표팀 공격의 중심을 이루고 상대팀에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손흥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홍 감독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됐다.

   
▲ 손흥민이 멕시코전에서 상대 선수의 심한 견제를 받고 있다.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뛰었지만 두 번의 선발 출전에서는 일찍 교체됐고, 3차전 남아공전에는 후반 교체 투입됐다. /사진=대한축구협회


특히 가장 중요했던 남아공전에서의 손흥민 선발 제외는 전 세계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이 깜짝 놀랐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홍명보 감독은 상대의 체력이 떨어진 후반에 손흥민을 투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을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패배를 부른 주요 패착 가운데 하나가 되고 말았다.

손흥민은 팬들의 응원과 사랑에 보답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금 이렇게 말로 다 표현하기보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과 축구 팬분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저는 다시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시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죽기 살기로 달려보겠다. 팬분들이 저를 찾으실 때까지, 저를 필요로 하실 때까지 제 모든 것을 쏟아부어 다시 잘 준비해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끝으로 손흥민은 부진했던 선수들에 대한 과도한 비난이나 악플에 대해서는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팬분들께 또 한 번 부탁을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죄송하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너무 많은 비판과 상처를 주기보다는 정말 힘드시겠지만 따뜻한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편, 32강 진출에 실패한 한국대표팀은 이날 새벽 사퇴 발표를 한 홍명보 감독과 일부 선수들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 행사나 취재진 인터뷰도 없이, 공항을 찾은 적잖은 팬들의 '홍명보 나가' 구호만 울려퍼진, 역대 가장 초라한 월드컵 대표팀의 귀국길이었다. 이날 귀국 선수단에 손흥민은 함께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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