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개인정보 유출에 합병 전략도 변수… 국내 OTT 생존 시험대
콘텐츠 넘어 광고까지 넷플릭스 독주… 플랫폼 생태계 확보 과제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넷플릭스가 이용자를 넘어 광고시장까지 영향력을 빠르게 넓히면서 국내 미디어 시장의 '넷플릭스화'가 가속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국내 OTT 중 드물게 성장세를 이어가던 티빙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악재를 맞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개별 기업의 보안 문제를 넘어 토종 플랫폼 경쟁력과 콘텐츠 생태계 전반에도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 사진=AI 이미지


30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 수습과 관계기관 조사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사고 자체보다 발생 시점을 더 뼈아프게 보고 있다. 티빙이 국내 OTT 가운데 드물게 반등 흐름을 만들던 시점에 악재를 맞았기 때문이다. 가입자와 이용자가 함께 늘고 웨이브와의 통합 논의까지 이어지던 상황에서 신뢰 리스크가 불거지며 성장 흐름에도 부담이 커졌다.

실제 티빙은 최근 국내 OTT 가운데 가입자와 이용자가 함께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881만8314명으로 전월보다 110만9669명 늘었다. 올해 1분기 가입자는 전년 동기 대비 37.3% 증가했고 매출 역시 성장세를 이어갔다. 웨이브와의 통합 물밑 작업도 속도를 내면서 국내 OTT 경쟁력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였다.

특히 프로야구(KBO) 중계 효과로 신규 이용자가 대거 유입되던 시점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번 사태를 더욱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용자 신뢰가 흔들릴 경우 가입자 확대는 물론 웨이브와의 통합 이후 기대했던 성장 전략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티빙이 어렵게 회복세를 만들던 시점이었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번 사고를 더욱 아쉽게 보고 있다.

◆ 이용자에 광고까지 흡수하는 블랙홀… 빨라지는 '넷플릭스화'

티빙의 악재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OTT 시장의 경쟁 환경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업계가 가장 눈여겨보는 흐름은 넷플릭스가 이용자를 광고시장으로 연결하며 콘텐츠와 광고를 함께 키우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용자가 늘면 광고주가 몰리고, 확보한 광고 수익은 다시 콘텐츠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형성되고 있다. 이 가운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2025 신매체 광고 인식 조사'에서는 OTT 광고를 집행할 계획이 있는 광고주의 65.5%가 넷플릭스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대형 브랜드 광고주를 중심으로는 유튜브에 이어 이제는 넷플릭스를 핵심 디지털 광고 채널로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라마와 예능, 스포츠 등 장시간 콘텐츠를 시청하는 과정에서 광고 노출이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시청 몰입도가 높고, 브랜드 도달률과 주목도 측면에서도 강점을 보인다는 점에서다.

결국 넷플릭스는 이용자 기반을 바탕으로 콘텐츠와 광고시장을 함께 키우며 미디어 생태계 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이용자와 광고, 콘텐츠 투자까지 하나의 글로벌 플랫폼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가는 흐름 속에서 ‘넷플릭스화’라는 말까지 생겨났고, 이 구조가 굳어질수록 토종 플랫폼의 설 자리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넷플릭스화'가 가져온 변화는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도 이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JTBC를 비롯한 중앙그룹 계열사의 기업회생 신청 역시 방송광고 감소와 글로벌 OTT 중심의 시장 재편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콘텐츠 제작 역량은 유지되고 있지만 수익을 회수하는 플랫폼의 주도권은 점차 글로벌 사업자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쏠림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티빙이 가입자를 늘리고 웨이브와의 통합을 추진한 것은 국내 OTT 경쟁력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흐름이었다. 토종 OTT가 어렵게 반등의 실마리를 만들던 시점이었던 만큼, 이번 사고는 단순한 보안 리스크를 넘어 국내 플랫폼 진영의 성장 동력에도 부담을 주는 변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플랫폼 경쟁 넘어 '공정한 경쟁환경'… 토종 OTT 생존 과제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티빙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다. 국내 인터넷 산업도 해외 빅테크 공세 속에서 네이버 등 토종 플랫폼이 검색과 커머스, 광고 생태계를 국내에 유지하는 데 일정 역할을 해왔다. 콘텐츠 산업 역시 경쟁력 있는 국내 플랫폼이 있어야 콘텐츠 산업의 주도권도 함께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특정 플랫폼의 성장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용자와 광고, 콘텐츠 투자, 데이터가 글로벌 플랫폼 한 곳으로 몰릴수록 국내 사업자가 자체 플랫폼을 키우고 수익을 회수할 여지는 줄어든다. 결국 국내 OTT 경쟁력 확보는 플랫폼 생태계와 콘텐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산업적 과제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OTT 경쟁력 확보가 기업의 투자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글로벌 OTT와 국내 사업자가 서로 다른 제도와 규제 환경에서 경쟁하는 만큼 공정한 경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플랫폼 경쟁력이 콘텐츠 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정책 역시 국내 플랫폼이 글로벌 사업자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티빙이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한 책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산업적으로 보면 국내 OTT 가운데 어렵게 경쟁력을 회복하던 플랫폼이 악재를 맞았다는 점이 더 뼈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용자와 광고가 빠르게 쏠리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하나가 흔들리는 의미는 예전과 다르다"며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