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항료' 변수에 강달러까지...정유업계, 원가 방어 비상
수정 2026-07-02 15:16:07
입력 2026-07-02 15:16:16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서비스료' 부과 제안서 서방국 전달
미·이란 휴전 후 21척 통과하며 소강 전환 속 미·사우디 안보 이견 표출
환율 2009년 이후 최저치 근접 이중고…정유업계 원가 방어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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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2009년 이후 최저치 근접 이중고…정유업계 원가 방어 주력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호르무즈 해협 지정학적 변수에 더해 원화 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하반기 수익성 방어에 비상등이 켜졌다. 원유 도입 단가가 상승할 수 있는 비용 청구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고환율로 인한 정유업계의 원가 절감 압박이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주요국과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과 관련한 새로운 비용 징수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내 정유업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원화 가치가 지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달러화를 기반으로 결제하는 정유업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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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 해협 지정학적 변수에 더해 원화 가치 하락이 겹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하반기 수익성 방어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은 울산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 정유업계, 통행료 제안에 수익성 '비상'
오만은 최근 미국의 공개적인 반대에도 이란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서비스료를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발적 기여금 형태를 띤 공식 제안서가 서방 주요국에 전달됐고 말라카·싱가포르 해협의 모델을 참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출하는 다른 중동 국가들의 반발 여지가 남아있으나 논의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 자체가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전체 원유 도입 물량의 60% 정도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타협을 통해 서비스료 부과가 실질적인 제도로 굳어질 경우 이는 정유업계의 원유 도입 단가를 직접적으로 끌어올리는 일종의 통행세로 작용하게 된다. 대규모 물량을 지속적으로 실어 날라야 하는 산업 특성상 비용 증가는 전체 실적에 상당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정유업계의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이 이미 빡빡한 흐름을 보이고 있어 원가 상승에 대한 민감도는 더욱 높다. 원유 도입 단가가 오르더라도 이를 최종 석유 제품 가격에 온전히 전가하기는 어려운 시장 구조 때문이다. 통항료 변수가 현실화될 경우 자체적인 비용 절감 노력만으로는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 1600원 강달러에 수입 원가 눈덩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악화된 거시 경제 지표 역시 정유업계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달러 강세와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가 맞물리면서 원화 가치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약한 수준에 근접했다. 외환 시장 일각에서는 현재의 달러 강세 기조를 감안할 때 원·달러 환율이 1600원 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유 수입 대금을 전액 달러로 결제하는 정유사들에게 이 같은 '초강달러' 현상은 직접적인 재무 부담으로 다가온다. 환율이 상승하면 동일한 물량의 원유를 수입하더라도 원화로 환산한 구매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며, 이는 운전자본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한다. 최근 국내 제조업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출 수요 둔화 여파로 성장 속도 둔화를 보인 것 역시 이러한 거시적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장기적인 안보 협력 체계의 불확실성도 물류비 상승 압박을 가중시키는 뇌관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협 안전 보장을 위한 미국의 군사작전을 두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자국 영공 사용을 거부하는 등 안보 공조에 균열이 발생했다. 미·이란 휴전 이후 통항 자체는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으나 강대국 간의 이견 노출은 잠재적인 해운 운임 및 선박 보험료 할증 리스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 정유업계, 원유 도입선 다변화 총력
이같은 위기 속에서 정유업계는 원유 도입선 다변화를 최우선 방어 전략으로 삼고 있다. 중동에 과도하게 편중된 수입 경로를 미국이나 남미 등으로 분산시켜 지정학적 충격과 특정 지역의 비용 인상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비록 미주 지역의 운송 거리가 멀어 기본 운임이 높더라도 중동발 리스크 프리미엄과 통항료 변수를 감안하면 전체적인 원가 경쟁력을 따져볼 이유가 커졌다.
아울러 원유 배합 비율의 최적화를 통해 경제성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중질유 등의 배합 비중을 늘리거나 중동 산유국 국영기업과의 공식 판매가격(OSP) 협상 과정에서 통항료 리스크 등을 근거로 협상력을 발휘하려는 움직임도 예상된다. 산유국과 정유사, 선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복잡한 역학 관계 속에서 한 푼의 원가라도 줄이기 위한 치열한 눈치싸움이 전개되는 양상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오만의 호르무즈 해협 서비스료 제안은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지만 중동 특유의 지정학적 변동성을 고려할 때 언제든 실질적인 원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어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통행 비용 변수에 환율 상승 부담까지 겹친 만큼 도입 지역을 다변화하고 공정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원가 방어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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