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토스 통제 풀었지만 안전성 검증 조건… AI 모델 관리 본격화
중국은 저비용·오픈 모델로 추격… 한국, 독자 생태계 구축에 속도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고성능 AI 모델 '미토스' 수출통제를 해제하면서도 정부 안전성 검증과 사전승인 체계를 새 조건으로 제시했다. 중국은 '중국판 미토스'를 앞세운 독자 AI 모델로 맞불을 놓는 분위기다. 한국 역시 피지컬 AI를 차세대 국가 전략산업으로 내세우면서 AI 모델과 데이터, 인프라를 둘러싼 주권 경쟁이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 사진=AI 이미지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미토스’와 ‘페이블’에 대한 수출통제를 18일 만에 해제하면서도 새로운 관리 체계를 제시했다. 고성능 AI 모델을 출시하거나 해외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안전성 검증과 사전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AI 모델이 기업의 서비스 상품을 넘어 국가안보와 산업 질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관리 대상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모델 접근 자체를 국가가 조정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마련되면서 AI를 둘러싼 경쟁도 반도체를 넘어 서비스와 운영 단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사례는 이미 상용화된 AI 모델도 국가안보상 이유로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사이버 공격, 생물안보, 국가안보 등 고위험 기능을 갖춘 AI 모델일수록 정부 검증과 승인 절차가 출시의 전제 조건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I 토큰과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도 전략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중 AI 토큰의 경우 단순한 과금 단위를 넘어 AI 인프라 접근권을 결정하는 핵심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토큰은 AI 모델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연산 단위로, 확보 규모에 따라 처리 가능한 사용량과 응답 속도, 서비스 운영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기업 간 계약에서도 컴퓨팅 시간보다 토큰 사용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하는 사례가 등장하는 등 토큰 공급 능력 자체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만큼 토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이 기업과 국가의 협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독자 모델 꺼낸 중국… 한국은 피지컬 AI로 대응

이 흐름 속에서 중국은 자체 AI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지푸AI는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인 GLM-5.2를 공개했고, 360시큐리티 역시 보안 특화 AI 모델을 선보이며 이른바 ‘중국판 미토스’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 중심 AI 생태계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중국 AI 기업들은 미국 빅테크와 정면으로 같은 전략을 택하기보다 가격 경쟁력과 개방성을 앞세워 생태계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성능 폐쇄형 모델 중심의 미국과 달리 저비용·오픈웨이트 모델을 기반으로 개발자와 기업 이용자를 빠르게 확보하면서 독자 AI 생태계를 키우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모델 성능뿐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생태계를 확장하느냐 역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도 AI 주권 확보를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전날 피지컬 AI를 차세대 국가 전략 프로젝트로 선정하고 월드모델과 데이터, 반도체, 로봇을 아우르는 풀스택 생태계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피지컬 AI는 로봇과 제조장비, 드론, 자율주행차 등 현실 세계에서 움직이는 AI를 뜻한다. 정부는 한국이 제조 현장 데이터와 반도체·로봇·디바이스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이 분야에서 승부를 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능을 고도화할 대량의 고품질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하고 파운데이션 모델, 월드모델, 컴퓨팅 플랫폼 등 근간이 되는 기술과 통신망, 보안 등을 아우르는 국산 기술 기반의 피지컬AI 풀스택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시너지를 내어 대한민국이 피지컬AI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로 수출하는 명실상부한 1강이 되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생산 현장 자동화와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고, LG전자는 스마트팩토리와 로봇, 가전 데이터를 연계한 피지컬 AI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LG CNS, 삼성SDS 등 IT 서비스 기업들도 AI 인프라와 클라우드, 산업 AX 솔루션을 앞세워 제조·물류·공공 영역에서 피지컬 AI 적용 기반을 넓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AI 모델 접근 기준을, 중국이 독자 생태계를 각각 구축하는 가운데 한국도 제조 경쟁력과 산업 데이터를 AI 생태계의 강점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모델 자체만으로 경쟁하기보다 국내 제조업과 반도체, 디바이스 경쟁력을 활용해 글로벌 AI 공급망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위치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 모델과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를 어떤 기준으로 운영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며 "결국 AI 시대에도 협상력을 만드는 것은 대체하기 어려운 자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다. 한국도 제조 데이터와 반도체, 디바이스 경쟁력을 AI 생태계와 연결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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