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이대로 좋은가②]코스닥 30주년 여전히 찬밥 신세인 까닭은
수정 2026-07-03 14:16:40
입력 2026-07-03 14:16:10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시가총액 불었지만 '속 빈 강정' 지적…이달부터 '상장폐지' 늘어날 듯
국내 증시 코스피 지수가 '1만스피'를 꿈꿀 정도로 단기간에 폭등했지만, 상승폭이 컸던 만큼 많은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노정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코스피-코스닥 양극화는 물론 코스피 시장 내에서도 종목별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으며 투자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 지수가 코인시장 이상의 변동성을 띠게 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디어펜은 5회에 걸쳐 '1만스피'를 꿈꾸는 코스피 시장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국내증시 이대로 좋은가②]코스닥, 30주년 맞아도 여전히 찬밥 신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1996년 7월1일 출범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코스닥 지수가 과연 올해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출범 당시에 비해 시가총액은 66배나 불었지만 지수 수준은 오히려 후퇴해 900선마저 하회하고 있는 상태다. 너무 많은 회사들이 무분별하게 상장되고 있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폐지 조건이 강화되면서 올해에만 50개 안팎의 종목이 상폐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단기적으로 시장에 충격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시장 성장을 위해선 불가피한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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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6년 7월1일 출범해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코스닥 지수가 과연 올해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시장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 ||
최근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흡사 가상자산(코인)시장의 그것과 닮아있다. 당장 이날(3일)만 하더라도 코스피 지수가 아래로 3.5% 급락했다가 위로 5% 가까이 급등하는 등 어지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보다 크기가 훨씬 작은 코스닥 지수의 경우도 비슷하다. 다만 코스피가 1년 내내 파죽지세의 폭등세를 기록한 것에 반해 코스닥 지수의 경우 지난 4월 고점(1229.42)을 찍고 나선 오히려 크게 하락한 상태다.
1996년 7월에 1000으로 시작(IT 버블 붕괴 이후 조정을 거친 수정치 기준)한 코스닥 지수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시기 2925.50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그 이후 오랜 침체기에 들어가 현재도 850선 안팎에서 맴돌고 있다. 코스닥 30년의 역사는 서른을 맞은 청년의 생기보다는 '잃어버린 30년'이라는 표현과 더 가까워 보인다.
이달부터 '상장폐지 기준' 대폭 강화…상폐 사례 이어질 듯
그나마 올해엔 희망이 있다.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의 고질적인 저평가(디스카운트)를 끊어내기 위해 결국 칼을 빼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달을 기점으로 상장폐지 기준을 대폭 강화하며 ‘부실기업 솎아내기’에 본격 착수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에만 50개 안팎의 무더기 상장폐지 종목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단기적인 시장 충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시장의 체질을 완전히 바꾸겠다는 '고육책'인 셈이다.
코스닥 시장에 대해선 '너무 많은 종목들이 너무 쉽게 상장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코스닥 출범 30년간 이 시장의 시가총액은 거의 66배 정도 불어났지만, 지수가 상승해 시가총액이 늘어났다기보다는 새로운 기업들이 끊임없이 상장(IPO)하면서 덩치를 키운 측면이 크다.
코스닥의 벤치마킹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나스닥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등 글로벌 대형 혁신 기업들이 시장과 함께 성장하며 지수 자체를 견인하는 양상을 보인다. 반면 코스닥은 쓸 만한 우량 기업이 성장하면 코스피 시장으로 탈출(이전 상장)해 버리고, 그 빈자리를 영세하고 검증되지 않은 신규 상장 기업들이 채우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결국 껍데기만 비대해지고 알맹이는 부실해지는 과정이 30년간 반복된 측면이 크다.
특히 기술력이나 성장성만 있으면 당장 적자가 나더라도 상장을 허용해 주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해선 많은 비판이 제기된다. 도입 취지는 혁신 벤처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는 선의였으나, 점점 시간이 흐르면서 부실기업의 연명 수단이나 대주주·투자은행(IB)의 소위 '먹튀' 창구로 변질됐다는 잔혹한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상장 당시에는 몇 년 뒤 수천억원의 이익을 낼 것처럼 공언했던 기업들이 상장 이후엔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사례가 코스닥 시장엔 유난히 많다.
30년 지나도 지수 제자리…'고육책'으로 돌파구 뚫릴까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가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코스닥 시장은 코스피에 비해 개인 투자자의 매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기업의 본질 가치보다는 단기 테마나 소문에 흔들리기 쉬운 개미 투자자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기업 부실화나 주가폭락 사태에서 언제나 제1의 피해자였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진행되는 이번 규정 개정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로 손꼽힌다. 우선 시가총액 기준의 현실화 부분이 가장 시선을 끈다. 기존에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던 기준을 대폭 강화해서 코스닥 상장사 중 시가총액이 200억 원을 일정 기간 밑돌 경우 예외 없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 식이다.
둘째는 이른바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 퇴출’ 조항이다.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하회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엄격해진 회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즉시 퇴출당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감사의견 미달 기업에 대한 이의신청 절차를 축소하는 등 부실 징후 기업이 시장에서 좀비처럼 연명할 수 있는 구멍을 모조리 차단했다는 점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시장에선 당장 다음 달부터 첫 '강제 퇴출'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1일 진행된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우량기업은 키우고 부실기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의 대전환'을 선언해 눈길을 끌었다. 많이 태어나는 만큼 수명을 다했거나 자격을 상실한 기업은 빠르게 죽어야 생태계가 건강해진다는 의미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 역시 "상장폐지 결정 기업 수는 2021년 22개사에서 점차 증가해 2025년에는 38개사에 이르렀고, 올해는 88개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결국 출범 30주년을 맞은 코스닥 시장에겐 올해 하반기가 반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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