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아주자동차대학교서 'GR 모터스포츠 클래스' 개최
짐카나·드리프트 체험…"레이스는 더 좋은 차를 만드는 개발 현장"
인재 육성부터 국내 모터스포츠 투자까지…'풀뿌리 문화' 확대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모터스포츠를 바라보는 토요타의 시선은 '속도'보다 '개발'에 가깝다. 레이스를 차량의 한계를 검증하는 가장 가혹한 연구개발(R&D) 현장으로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기술을 양산차에 반영해 더 좋은 차를 만든다는 철학이다. 토요타는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안전한 운전 문화 확산과 미래 자동차 인재 육성까지 영역을 넓히며 국내 모터스포츠 저변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2일 충남 보령 아주자동차대학교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GR 모터스포츠 클래스'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브랜드 GR(GAZOO Racing)의 개발 철학을 소개하고 짐카나와 드리프트, 공도 시승 등을 통해 운전의 기본기와 모터스포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 이병진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사장이 지난 2일 충남 보령 아주자동차대학교에서 열린 '2026 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에서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철학과 '더 좋은 차 만들기'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연지 기자


이병진 한국토요타자동차 부사장은 "토요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풀뿌리 모터스포츠'"라며 "모터스포츠의 출발점은 운전의 기본이다. 차량을 정확하게 제어하고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결국 안전한 운전과 운전의 즐거움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토요타가 모터스포츠를 강조하는 이유는 단순한 브랜드 마케팅과는 거리가 멀다. 혹독한 레이스 환경에서 차량을 시험하고 축적한 데이터를 다시 양산차 개발에 반영하는 것이 토요타가 말하는 '더 좋은 차 만들기'의 출발점이다. 창업자 토요다 키이치로가 "자동차는 레이스를 통해 발전한다"고 강조했던 철학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GR은 세계랠리선수권(WRC), 세계내구선수권(WEC), 뉘르부르크링 24시 내구레이스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단순히 우승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혹독한 환경에서 차량의 내구성과 성능을 시험하고, 그 결과를 양산차 개발에 환원하는 것이 토요타가 모터스포츠를 지속하는 이유다.

토요타 내부에서는 사고 차량조차 개발 자산으로 활용한다. 토요다는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직접 주행하다 전복된 차량을 폐기하지 않고 기술센터에 전시해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차세대 차량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또 수소 엔진 레이스카를 24시간 내구레이스에 투입해 극한 환경에서 신기술을 검증하는 등 모터스포츠를 연구개발(R&D)의 최전선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박상현 아주자동차대 모터스포츠학과 교수가 지난 2일 충남 보령 아주자동차대에서 열린 '2026 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에서 올바른 운전 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연지 기자


이 같은 철학은 체험 프로그램에도 그대로 녹아 있었다. 교육은 올바른 시트 포지션과 스티어링 조작법을 배우는 이론 수업으로 시작됐다. 토요타는 운전 자세만 달라져도 차량 거동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고 긴급 상황에서도 제어 능력이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이후 참가자들은 현역 프로 드라이버의 지도를 받으며 본격적인 실전 주행에 나섰다. 

행사의 중심은 짐카나 교육이었다. 참가자들은 프리우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타고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라바콘 사이를 통과하며 브레이킹과 조향, 시선 처리 등 운전의 기본기를 익혔다. 몇 차례 코스를 반복하자 차량의 움직임을 읽는 감각과 시선 처리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코스를 돌던 참가자들도 주행을 거듭할수록 보다 적극적으로 코스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교육이 끝난 뒤에는 기록 측정과 순위 결정전도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출발 전까지 코스를 다시 살펴보며 공략법을 공유했고, 기록이 발표될 때마다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단순한 운전 교육을 넘어 긴장감과 경쟁의 재미를 함께 경험하는 하나의 모터스포츠 프로그램이었다.

   
▲ 지난 2일 충남 보령 아주자동차대에서 열린 '2026 토요타 GR 모터스포츠 클래스'에서 진행된 짐카나 주행./사진=토요타 제공

짐카나에 이어 진행된 GR86 택시 드리프트 체험에서는 후륜구동 스포츠카 특유의 주행 성능을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프로 드라이버가 의도적으로 차량의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코너를 공략했지만 차량은 예상보다 더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했다. 극한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차량의 거동은 토요타가 모터스포츠를 통해 다듬어온 주행 성능을 직접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공도 시승에서는 렉서스 RX450h+와 토요타 알파드 PHEV를 직접 경험했다. RX450h+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특유의 부드러운 가속과 정숙성을 바탕으로 도심과 굽잇길 모두에서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보여줬다. 알파드 PHEV는 큰 차체에도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았고,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내며 장거리 이동에 적합한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했다. 성격은 달랐지만 두 모델 모두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는 자연스러운 주행 질감이 인상적이었다.

행사는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에 머물지 않았다. 토요타는 모터스포츠가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운전 문화를 발전시키고 안전 운전의 기본기를 키우는 과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서킷을 찾아 캠핑과 레이스를 함께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국내 역시 자동차 산업 규모에 걸맞은 모터스포츠 문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부사장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문화를 만들어가는 환경이 국내에도 더욱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렉서스 RX450h+./사진=김연지 기자

토요타의 모터스포츠 전략은 미래 인재 육성으로도 이어진다. 행사 장소를 아주자동차대학교로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2020년 아주자동차대학교와 산학협력 프로그램(T-TEP)을 시작한 이후 교육용 차량과 부품 지원, 장학금 지급, 현장 실습 등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교육용 차량으로 GR86을 기증했으며 학생들이 실제 내구레이스에 참가해 차량 정비와 데이터 분석, 레이스 운영 전반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좋은 고객 서비스를 위해서는 좋은 인재가 필요하다"며 "아주자동차대학교는 국내에서 자동차 인재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교육기관 가운데 하나이며, 특히 국내 유일의 모터스포츠 전공을 운영하는 만큼 토요타가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모터스포츠를 직접 경험하며 미래 자동차 산업의 꿈을 키울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모터스포츠 투자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2020년부터 슈퍼레이스 최상위 클래스에 GR 수프라 카울 스폰서를 지원해왔으며, 지난해부터는 네이밍 스폰서를 맡아 '오네 토요타 가주 레이싱 6000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고객이 참여하는 'GR 레이싱 클래스'도 지속 개최하며 운전 교육과 서킷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현대 N ×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을 열어 브랜드를 넘어 국내 모터스포츠 문화 확산에도 힘을 보탰다.  

토요타가 모터스포츠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빠른 차가 아니라 더 좋은 차다. 레이스에서 검증한 기술을 양산차에 반영하고, 운전의 즐거움과 안전 문화를 확산하는 동시에 미래 자동차 인재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번 GR 모터스포츠 클래스는 토요타가 국내 시장에서 모터스포츠를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자동차 문화와 기술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키워가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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