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가 카보베르데의 돌풍에 휘말려 하마터면 32강에서 탈락할 뻔했다. 연장전까지 진땀을 흘린 끝에 간신히 이겼다. 풀타임을 소화한 리오넬 메시의 활약이 컸다.

아르헨티나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에서 카보베르데와 전·후반 90분을 1-1로 비긴 뒤 연장전까지 벌여 3-2로 이겼다.

어렵게 카보베르데를 물리치기는 했지만 아르헨티나는 통산 4번째이자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대회 2연패를 향한 행진을 이어갔다.

   
▲ 아르헨티나가 카보베르데와 연장전까지 가는 진땀 승부 끝에 3-2로 이겨 16강에 올랐다. /사진=FIFA 월드컵 공식 SNS


아르헨티나는 오는 8일 이집트와 16강전에서 맞붙어 8강 진출을 다툰다. 이집트는 앞서 열린 호주와 32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겼다.

카보베르데는 비록 토너먼트 첫 판에서 최강팀 아르헨티나를 만나 탈락하긴 했지만 이번 월드컵 최고 화제의 팀이 됐다. 인구 약 53만명의 아프리카 섬나라 카보베르데는 처음 출전한 월드컵 본선에서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부터가 대단한 돌풍이었다.

H조에 속한 카보베르데는 스페인, 우루과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무적함대' 스페인도, 남미의 전통적 강호 우루과이도 카보베르데를 이기지 못했다. 3무, 승점 3으로 H조 2위를 차지하며 32강에 오른 카보베르데는 아르헨티나를 상대로도 두 차례나 동점을 이루는 놀라운 경기력으로 월드컵 역사에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아르헨티나의 낙승이 예상됐던 경기였다. 메시를 중심으로 공세를 펼친 아르헨티나는 초반부터 몰아붙였으나 '선방 신공' 골키퍼 보지냐가 지키는 카보베르데 골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여러 차례 슛을 시도하며 카보베르데 골문을 위협하던 메시가 기어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29분 센터 서클 부근에서 리산드로 마르티네스가 쇄도해 들어가는 메시 쪽으로 길게 패스를 보냈다. 메시는 어색한 자세에서도 절묘하게 왼발로 볼 터치를 한 다음 왼발 아웃프런트 슛으로 골을 뽑아냈다. 보지냐 골키퍼가 손을 쓸 새도 없이 골문 안으로 꽂혔다.

   
▲ 메시가 선제골을 터뜨리고 기뻐하고 있다. 메시는 이번 대회 7호 골로 월드컵 통산 최다득점 기록도 20골로 늘렸다. /사진=FIFA 월드컵 공식 SNS


아르헨티나에 리드를 안긴 이 골로 메시는 대회 7골로 킬리안 음바페(프랑스·6골)를 제치고 득점 단독 선두로 나섰다. 또한 월드컵 통산 20골로 최다골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고, 월드컵 본선 8경기 연속 골 행진도 이어갔다.

이후에도 아르헨티나의 득점 기회가 있었지만 전반 45분 엔소 페르난데스의 슛이 보지냐에게 잡히는 등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다. 전반은 아르헨티나가 1-0으로 앞서며 마쳤다.

후반 들어 카보베르데가 반격을 펼쳐 동점 추격했다. 후반 14분 히앙 멘드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땅볼로 내준 패스를 드루아 두아르트가 슈팅해 동점골을 뽑아냈다.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아르헨티나가 파상 공세에 나섰다. 후반 28분 메시의 예리한 프리킥이 보지냐에게 걸리더니, 후반 추가시간 메시가 다시 프리킥 찬스에서 기가 막히게 때린 슛을 보지냐가 또 기가 막히게 막아냈다.

승부는 결국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아르헨티나가 연장 시작 2분 만에 리산드로 마르티네스의 골이 터져 2-1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분위기 상 아르헨티나의 승리가 굳어진 것처럼 보였으나 카보베르데는 포기를 몰랐다.

연장 전반 13분 시드니 로페스 카브랄이 페널티박스 좌측에서 대각선 방향 기습적으로 때린 슛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아르헨티나 골네트에 꽂혔다. 이 '원더골'로 카보베르데는 2-2 균형을 맞췄다.

이대로 무승부로 끝나 승부차기로 이어졌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몰랐다. 아르헨티나는 역대 최고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는 메시가 있었다. 연장 후반 6분 아르헨티나의 코너킥 상황에서 메시가 키커로 나서 문전으로 정확하게 볼을 보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솟구쳐 헤더슛한 볼이 카보베르데 수비수 디네이 보르지스 팔 맞고 살짝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공식 기록은 보르지스의 자책골이었지만 메시와 로메로의 합작골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르헨티나가 세번째 리드를 잡았으나 안심할 수 없었다. 이후 카보베르데가 끝까지 집중력을 보이며 만회골을 노렸다. 아르헨티나는 사력을 다해 한 골 차 리드를 지켜 아보베르데에게 '기적'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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