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데뷔 후 외화·애니메이션 넘나든 목소리 연기의 대가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엄마(봉미선)와 '빨간 머리 앤'의 목소리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성우 강희선(姜羲先) 씨가 4일 오전 2시 10분께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만 65세.

서울예전 출신으로 1979년 TBC 10기로 입사해 성우의 길을 걸어온 고인은 첫 더빙작 '빨간 머리 앤'을 시작으로 '베르사유의 장미', '공각기동대' 등 수많은 명작 애니메이션에서 활약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겐 20년 넘게 ‘짱구 엄마’이자 ‘맹구’ 역을 맡아 “부모에게 자기 자식은 목숨보다 소중해” 같은 뭉클한 명대사를 남긴 인물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고인의 목소리는 외화와 일상 속에서도 늘 함께였다. 1980~1990년대 외화 전성기 시절 샤론 스톤, 줄리아 로버츠, 니콜 키드먼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전담 성우로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연기를 완벽히 소화했다. 

   
▲ '짱구 엄마'와 '빨간머리 앤'의 목소리 연기로 유명한 성우 강희선 씨가 별세했다.(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또한 서울 지하철 1~8호선과 부산 지하철 1~4호선의 안내방송을 맡아 수십 년 간 시민들의 발걸음을 인도한 친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예술적 공로를 인정받아 KBS 성우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과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 등을 받았으며, KBS 성우극회장과 한국성우협회 수석 부이사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2021년 대장암 간 전이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에도 47번의 항암 치료를 견디며 마이크 앞을 지켰다. 투병 중에도 14시간이 넘는 짱구 극장판 녹음을 완수하고 병실에서 지하철 안내방송을 녹음할 만큼 일에 대한 신념과 애정이 남달랐다. 아들 안은석 씨는 “어머니는 항상 성우 일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지셨던 분”이라며 고인을 기렸다.

유족으로는 아들 안은석(본필름 대표) 씨와 딸 안지선(화가) 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6일 오전 7시 40분, 장지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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