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가 이끄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미래는
수정 2026-07-05 08:36:23
입력 2026-07-05 08:36:26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치킨게임 거쳐 안정기 굳힌 반도체, '맞춤형 AI 칩'이 주도
"서버 교체 주기 맞물려 2027~2029년까지 우상향 전망"
"서버 교체 주기 맞물려 2027~2029년까지 우상향 전망"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3~4년 단위의 불황과 호황 반복 공식이 깨지고 있다. 과거 반도체 시장이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 감산과 공급 부족으로 이어졌다면, 최근의 시장은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라라는 환경을 만나 기존 공식과 다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새로운 반도체 사이클의 중심에는 과거 모진 불황을 이겨내고 세계 메모리 시장을 이끌어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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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 ||
◆ 모진 사이클의 역사…글로벌 IT 생태계 '뿌리' 된 삼성·SK
반도체(DRAM)가 주기적인 사이클을 타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급과 수요의 시차 때문이다. 공장을 짓고 칩을 양산하기까지 최소 2~3년이 걸리다 보니, 수요 예측을 빗나간 과잉 투자는 곧장 글로벌 가격 폭락과 기업의 생존 위기로 이어지곤 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역사는 이 가혹한 주기를 기술력과 과감한 투자로 돌파해 온 과정이었다. 특히 2000년대와 2010년대 초반 벌어진 글로벌 치킨게임은 반도체 지형도를 완전히 바꾼 변곡점이었다.
원가 이하로 부러지는 가격 폭락기 속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고통스러운 감내와 투자를 이어갔다. 결국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한 미국, 일본, 독일의 유수 기업들이 파산하거나 인수합병(M&A)되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체제로 재편됐다.
이때 다져진 독보적인 미세공정 경쟁력과 제조 인프라는 오늘날 글로벌 IT 생태계를 지탱하는 거대한 뿌리가 됐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이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갖게 한 원동력이 됐다.
◆ 범용 메모리 넘어 '주문형'으로… AI 시장 핵심 파트너
현재 전개되는 새로운 반도체 사이클은 과거의 '소품종 대량생산' 문법을 넘어서고 있다. 폭발적인 AI 시장의 성장이 메모리 수요의 '질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서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이 바로 고대역폭메모리(HBM)다.
DRAM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HBM은 이제 AI 데이터센터의 필수재가 됐다.
주목할 점은 HBM이 과거처럼 미리 만들어두고 범용으로 파는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요구 사양에 맞춰 철저하게 커스텀 제작되는 '주문형 반도체'의 성격을 띤다. 이에 따라 거래 관행도 바뀌었다.
매달 혹은 분기마다 가격 협상을 벌이던 현물 거래와 달리, 최근 빅테크 기업들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2~3년 이상의 '다년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물량을 선점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의 전체 생산 캐파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장기 계약으로 묶여 있는 상태다.
이는 과거 공급 과잉으로 발생하곤 했던 급격한 가격 폭락 리스크를 상쇄하는 강력한 안전장치가 된다. 범용 메모리의 강자를 넘어, 고부가가치 맞춤형 반도체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진화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이번 호황은 2029년까지"…길고 완만해진 '역대급 슈퍼사이클'
시장의 눈은 이제 이 호황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이번 사이클이 과거보다 훨씬 길고 완만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AI 관련 수급 불균형이 최소 2027년 하반기까지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투자 확대 기조가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반도체와 네트워크, 냉각 장비, 전력 설비 관련 기업들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프라 구축 초기를 지나 실제 AI 서비스가 대중화되는 과정에서 메모리 수요는 끊임없이 파생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글로벌 증설 경쟁에 따른 미래의 공급 과잉 우려나 자국 우선주의 등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한 과제다. 그러나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며 글로벌 AI 동맹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은 국내 기업들의 활약은 이번 슈퍼사이클을 주도하는 가장 확실한 상수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40여 년 전 황무지에서 시작해 글로벌 시장의 표준이자 사이클 그 자체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라는 전대미문의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보여줄 기술 집념과 활약상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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