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농협·서귀포농협 기준가격 사전 제공·가격 유지 유도
주유소협회와 공조해 가격경쟁 제한... "민생시장 감시 강화"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지역 주유소 가격담합에 적극 가담한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에 과징금 총 20억 2000만 원을 부과했다. 가격 경쟁력이 높은 농협 주유소가 협회와 함께 판매가격을 사실상 결정하고 유지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로, 휘발유 시장의 가격 경쟁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주지역 주유소 가격담합에 적극 가담한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에 제재를 가했다./사진=미디어펜


공정위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주주유소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참여한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에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9억 8700만 원, 10억 3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제주주유소협회는 2022년 9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으로부터 다음 날 휘발유 판매가격을 오피넷 공개 전에 미리 전달받아 이를 회원사 판매 기준가격으로 정했다. 이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문자, 전화 등을 통해 회원사에 공유하며 기준가격 준수를 유도했다.

공정위는 협회가 담합 적발을 피하기 위해 민감한 시기에는 단체대화방 대신 전화나 직접 방문으로 가격을 전달하고 관련 메시지 삭제를 요청하는 등 조직적으로 가격 통제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은 단순히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협회와 가격 인상·유지를 협의했다. 기준가격보다 낮게 판매하는 주유소를 협회에 알리거나 가격 준수를 요청하는 등 가격 유지에도 적극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현철 광주사무소장은 브리핑에서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은 알뜰주유소를 운영해 가격 경쟁력이 있는 사업자"라며 "자신들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주유소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제주주유소협회와 협의해 판매가격을 미리 제공하고 기준가격 이하로 판매되지 않도록 함께 위반행위에 참여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제주주유소협회 역시 회원사들의 가격 경쟁을 줄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기준가격을 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유도했다"며 "결국 소비자가 더 저렴한 가격에 주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사업자단체와 일부 농협이 사전에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제주지역 농협 주유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유류를 공급받아 시장 영향력이 큰 점을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꼽았다. 일반 주유소들은 농협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가격을 결정하려 했고, 농협 역시 자신들보다 낮은 가격의 주유소가 등장하는 것을 막기 위해 협회와 공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제주도에는 현재 주유소 191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제주주유소협회 회원은 116곳이다. 다만 공정위는 이번 사건이 협회 소속 116개 주유소 모두의 담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협회가 기준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유도한 행위를 제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 주유소는 제주지역에 모두 18곳이 있지만 실제 위반행위에 적극 가담한 곳은 제주농협이 운영하는 3곳과 서귀포농협이 운영하는 2곳 등 모두 5곳이었다. 공정위는 이들 두 농협이 사실상 가격 결정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점을 고려해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 기준가격통지(제주시와 서귀포시 익명 단 체대화방 내역 발췌)./사진=공정위


김 소장은 "이번 사건은 제주지역 191개 주유소 전체의 담합이 아니라 협회가 기준가격을 제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유도한 행위를 적발한 것"이라며 "실질적으로 적극 가담한 농협은 제주농협과 서귀포농협 두 곳"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사업자단체의 가격 결정 행위뿐 아니라 구성 사업자가 이에 적극 참여한 행위까지 제재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유류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