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셀트리온 미국 생산기지 확보로 관세 부담 최소화
중소 제약사·API 수출사는 불확실성 여전…내년 바이오시밀러 재평가 변수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미국의 의약품 관세 시행이 2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대응 전략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현지 생산 기반을 마련한 대형 기업들은 대비한 반면 중소 제약사와 원료의약품(API) 수출기업들은 여전히 불확실성에 노출돼 기업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미국 록빌 공장 전경./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특허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이달 31일부터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경쟁국과 같은 수준인 15% 관세를 적용받게 됐지만 기업별 사업 구조에 따라 실제 영향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대형 제약사에는 이달 31일부터 우선 적용되고 나머지 기업은 9월 말부터 순차적으로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다만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은 내년 4월까지 1년간 무관세가 유지되며 이후 재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미국 정부와 최혜국(MFN) 약가 협정을 체결하고 현지 생산 투자까지 진행한 글로벌 빅파마는 2029년까지 사실상 무관세 혜택을 받게 되면서 공급망 재편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반면 현지 생산 기반이 없는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거나 생산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현지 생산 앞세운 삼성·셀트리온…관세 방어선 구축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비교적 안정적인 대응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3월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의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하며 미국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약 6만 ℓ규모의 생산시설과 520여 명의 전문 인력을 확보한 데 이어 최대 10만 ℓ까지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바이오USA에서 미국 생산 옵션에 대한 고객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밝히며 글로벌 공급망 확대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 특성상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빅파마들이 미국 정부와 MFN 협정을 체결한 만큼 고객 물량 상당수는 관세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거점 확보 역시 향후 고객사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셀트리온 역시 직접적인 충격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램시마와 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는 내년 4월까지 관세 유예 대상이며 뉴저지 브랜치버그 생산시설을 활용한 현지 생산 체계도 순차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신약 짐펜트라 원료의약품 생산 기술 이전을 완료하면서 향후 관세가 확대되더라도 구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미국 현지 생산 여부가 앞으로 글로벌 수주 경쟁력까지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관세를 피하는 수준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망을 갖춘 기업이 장기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중소사·API 기업은 여전히 변수…2027년 재평가 '촉각'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반면 중견·중소 제약사들의 고민은 여전하다. 미국 생산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들은 단기간에 공급망을 전환하기 쉽지 않은 만큼 관세 정책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 4월 관계부처와 수출기업 간 긴급 간담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업계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에 대한 1년 유예가 종료되는 내년 4월 재평가 결과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료의약품(API)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는 유예 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향후 재평가에서 관세 적용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웅제약과 한미약품, 종근당 등 미국 시장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중장기적으로 공급망 재편과 생산 전략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향후 추가적인 통상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업계는 232조 외에 추가 관세나 통상 압박이 이어질 경우 현지 생산 능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한국이 경쟁국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업계는 안도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미국은 우리나라 의약품 최대 수출시장인 만큼 관세 정책 변화가 수출 경쟁력과 투자 전략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처럼 미국 생산 기반을 확보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대응 여력이 있지만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는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라며 "내년 바이오시밀러 재평가 결과와 미국의 추가 통상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이에 맞춰 전략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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