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0억원 SPA 체결…네오펄스, 지분 40.25% 확보하며 최대주주 등극
IP 주권 우려와 글로벌 생존 전략 교차…국내 게임업계 파장 촉각
[미디어펜=박재훈 기자]1세대 K-게임을 대표하는 위메이드가 창업 26년 만에 중국계 자본에 경영권을 넘기게 됐다.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했던 '미르의 전설'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상장 게임사 최대주주가 중국계로 바뀌면서 국내 게임업계에도 적지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 박관호 위메이드 대표./사진=위메이드


7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 창업자인 박관호 의장은 자신이 보유한 위메이드 보통주 1335만738주(지분 39.33%) 전량을 네오펄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금액은 총 9200억 원으로 계약금 920억 원은 지난달 지급됐으며 오는 10월 잔금 8280억 원 납입이 완료되면 경영권은 네오펄스로 최종 이전된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네오펄스는 기존 보유 지분을 포함해 위메이드 지분 40.25%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오른다. 국내 상장 게임사의 경영권이 중국계 자본으로 넘어가는 것은 2004년 액토즈소프트 이후 22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단순한 지분 매각이 아닌 국내 게임산업의 상징적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텐센트가 그동안 크래프톤과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등에 전략적 지분을 투자한 사례는 있었지만 창업주가 보유한 경영권 전체를 넘긴 사례는 사실상 처음이기 때문이다.

◆ '한국만으론 한계'…박관호의 결단과 중국 선택

박 의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이번 매각 배경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더 큰 시장으로의 확장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며 "한국 시장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위메이드 역시 최근 몇 년간 국내 시장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특히 중국은 '미르의 전설' IP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이번 인수에 나선 네오펄스는 홍콩 소재 투자운용사 쉥송인베스트먼트가 100% 지분을 보유한 투자 플랫폼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와 중국 주요 게임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전략적 투자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네오펄스는 지난해 위메이드 지분 일부를 먼저 확보하며 사전 작업에 나섰고 이후 재무적투자자(FI) 구조 정리 등을 거쳐 이번 경영권 인수까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 재무 투자보다 중국 게임 생태계와 위메이드를 직접 연결하려는 장기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의 핵심 자산으로 '미르' IP를 꼽는다. '미르의 전설2'는 중국에서 '열혈전기'라는 이름으로 장기간 흥행하며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수많은 라이선스 사업과 IP 분쟁이 이어질 정도로 높은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아 왔으며 현재도 중국 이용자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네오펄스가 이러한 미르 IP 경쟁력에 중국 현지 플랫폼과 퍼블리싱 역량을 결합해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퍼블리싱과 AI 기반 게임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미래 게임 시장은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은 강한 공감대와 신뢰를 바탕으로 차세대 게임 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는 핵심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생존 전략'인가 'IP 주권'인가…엇갈리는 시선

   
▲ 위메이드, MMORPG ‘미르M: 모광쌍용(미르M)’./사진=위메이드

이번 거래를 바라보는 업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긍정적으로는 한국 시장의 한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평가다. 중국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미르 IP를 기반으로 개발과 퍼블리싱 역량을 결합할 경우 위메이드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국내 대표 게임사의 경영권이 중국 자본으로 넘어간 데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핵심 IP와 개발 역량이 해외 자본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 경쟁력 약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이번 사례는 기존의 전략적 지분 투자와 달리 경영권 자체가 이전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그동안 중국 자본이 국내 게임사에 일부 투자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단계로 진화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향후 위메이드는 중국 시장 확대와 AI 기반 게임 개발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전략을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사업인 위믹스보다는 미르 IP를 활용한 글로벌 사업과 신규 콘텐츠 개발에 보다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단순히 한 기업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것을 넘어 국내 게임산업이 글로벌 자본과 어떻게 공존할 것인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며 "생존을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시각과 국내 대표 IP의 주도권이 해외로 넘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당분간 함께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