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역대급 실적'… 시장 전망 웃돌아
AI 투자, HBM 넘어 D램까지… 메모리 호황이 실적 견인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삼성전자가 글로벌 빅테크의 분기 영업이익 기록을 새로 쓰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메모리 산업 전반의 호황으로 이어진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수익성으로 연결하며 반도체 시장 내 존재감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4000억 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매출은 27.74%, 영업이익은 56.21% 증가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각각 129.31%, 1810.26% 급증했다. 잠정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추정한 수치로, 결산 종료 전 투자자 편의를 위해 제공됐다.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치도 웃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5조 원 수준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실적은 이를 약 4조 원 가까이 상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을 이어갔다.

특히 이번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6011억 원)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업계에서는 17조 원 안팎의 성과급 충당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영업이익이 106조 원 이상에 달했을 것으로 본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 3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 합산 규모를 한 분기 만에 넘어선 수준이다.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해도 의미 있는 기록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은 엔비디아의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인 535억 달러(약 82조 원), 애플의 509억 달러(약 78조 원)를 넘어선 규모다.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 주요 빅테크의 역대 분기 최대 영업이익과 비교해도 앞선다. 2022년 2분기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기록한 영업이익을 제외하면 글로벌 주요 기업 가운데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날 공개된 것은 잠정실적으로 사업부별 세부 실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사실상 전사 실적 대부분을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 AI가 메모리 시장도 바꿨다… HBM 넘어 D램까지 훈풍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의 배경으로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시장 구조 변화를 꼽는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에 이어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이 이어지면서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했고, 메모리 가격도 빠르게 상승했다.

특히 AI 수요 확대는 HBM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반도체 업체들이 한정된 생산능력을 HBM과 서버용 D램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범용 D램 공급도 함께 줄었고, 이에 따라 메모리 가격 전반이 강세를 나타냈다. 실제 올해 2분기 범용 D램(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4월 평균 16달러에서 6월 21달러로 약 31% 상승했다. AI 투자가 메모리 산업 전반의 가격과 수익성을 함께 끌어올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능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이런 시장 변화의 최대 수혜를 본 것으로 분석한다. 회사는 올해 2월 세계 최초로 6세대 HBM(HBM4)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AI 반도체 고객사를 확대하며 고부가 메모리 판매를 늘리고 있다. HBM을 비롯한 AI 메모리 경쟁력이 범용 메모리 가격 상승 효과와 맞물리면서 실적 개선 폭도 더욱 커졌다는 평가다.

반면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둔화됐을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분기 전사 실적 대부분을 DS 부문이 견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 역시 적자 폭을 줄이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실적이 단순한 분기 최대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한다. AI 투자 확대가 HBM을 넘어 메모리 산업 전체의 수익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고, 삼성전자가 이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실적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AI 투자 확대가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범용 메모리까지 수요 기반을 넓히고 있다"며 "향후 메모리 경쟁은 생산능력, 장기공급계약, 고객 대응력을 모두 갖춘 기업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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