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건축 유산 ‘사직동 주택’ 기하학적 미학, 미스터리 세계관 재탄생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코마에서 깨어난 소녀가 마주하는 기묘한 비밀을 그린 미스터리 영화 '그림자 아이'가 독립예술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순항 중인 가운데, 영화 속 서사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옛집’의 정체가 밝혀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 수안의 가족이 살아가는 미스터리한 무대이자, 현실과 그림자 세계를 잇는 통로로 등장하는 이 매혹적인 공간은 다름 아닌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 김중업 건축가가 설계한 ‘사직동 주택’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를 사사한 김중업이 1983년에 지은 사직동 주택은 서울시 우수건축자산으로 등록됐다. 다각형 평면, 원형 창·아치, 나선형 계단, 온실 등 김중업의 기하학적 설계 특징이 잘 드러난 건축물이다.

   

   
▲ 영화 '그림자 아이'에 등장하는 멋진 주택은 알고 보니 한국 건축의 거장인 김중업이 설계한 서울시 우수건축자산 '사직동 주택'이었다. /사진=썬더필름 제공


유은정 감독은 사대문 안에서 오랜 세월을 버텨온 단독주택을 찾던 중, 미술팀과 제작팀의 동시 추천으로 운명처럼 이 집을 만났다고 전했다. 유 감독은 “이야기 전개상 높은 공간과 정원이 필수적이었는데, 사직동 주택은 이 조건을 완벽히 갖추고 있었다”며, “당시 공가(空家) 상태여서 운 좋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영화는 이 주택의 기하학적 요소와 미로 같은 구조를 카메라 앵글 속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한국적인 간판이나 구체적인 지역색을 과감히 지워낸 연출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어딘가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그림자 아이'만의 독특한 ‘그림자 동화’ 세계관을 완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거장의 아름다운 건축 유산과 잔혹 동화 같은 미스터리를 기묘하게 엮어내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시각적 충격을 선사하고 있는 영화 '그림자 아이'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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