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항당뇨·항고혈압 등 기능성 식품시장 공략 본격화
전주기 협력체계 구축, 농가·기업 상생산업 선순환 구조 정착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건강기능 식품과 특수의료용도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농촌진흥청이 국산 잡곡을 활용한 기능성 식품 산업 육성 확대에 나선다. 

   
▲ 맞춤형 혼합잡곡 주요 원료 품종./자료-농진청


국산 잡곡의 항당뇨·항고혈압 효능을 극대화하는 ‘황금 혼합비율’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데 이어 기술이전과 제품화, 계약재배, 유통까지 연계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국산 식량작물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농촌진흥청은 8일 국산 잡곡의 건강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항당뇨와 항고혈압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혼합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술은 기능성이 검증된 국산 원료를 기반으로 특수의료용도식품(메디푸드)과 고령친화식품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최근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질병 치료뿐 아니라 식생활을 통한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환자의 영양관리를 위한 특수의료용도식품과 고령친화식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기능성이 검증된 국산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이를 산업화로 연결할 기반은 부족한 실정이었다.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부터 국산 잡곡의 기능성을 활용한 맞춤형 혼합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단순히 기능성이 높은 품종을 선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잡곡을 함께 섭취했을 때 나타나는 상승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건강 목적에 맞는 최적의 배합기준을 마련하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귀리 ‘대양’, 수수 ‘소담찰’, 손가락조 ‘핑거1호’, 팥 ‘아라리’, 기장 ‘금실찰’ 등 국내 육성 품종을 대상으로 항산화 성분과 기능성 물질, 효소 활성 등을 분석하고 세포 및 동물실험을 거쳐 항당뇨와 항고혈압 활성을 가장 높일 수 있는 혼합비율을 도출했다.

항당뇨용 혼합물은 귀리·수수·손가락조·팥·기장을 30:30:15:15:10 비율로 혼합했을 때 가장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으며, 항고혈압용은 손가락조·수수·팥을 30:35:35 비율로 배합하는 것이 최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실험에서는 항당뇨 혼합물을 섭취한 그룹의 공복혈당이 당뇨 유도군보다 약 22% 감소했으며, 이는 당뇨 치료제인 메트포민과 유사한 수준의 혈당 개선 효과를 보였다. 항고혈압 혼합물 역시 수축기 혈압을 약 20% 낮춰 고혈압 치료제 캅토프릴과 비슷한 수준의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농진청은 이 같은 연구가 기존 혼합잡곡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시판 혼합잡곡은 대부분 맛과 식감 위주로 배합된 반면, 이번 기술은 혈당과 혈압 관리라는 건강 목적에 맞춰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국내 최초의 맞춤형 혼합기술이라는 것이다.

연구 성과는 이미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현재까지 대상웰라이프, 현대약품, 괴산잡곡, 청그루 등 10개 기업에 기술이전을 완료했으며 이를 활용한 특수의료용도식품, 고령친화식품, 맞춤형 혼합잡곡, 선식, 죽, 떡, 과자 등 모두 15종의 제품이 출시됐다. 일부 제품은 온·오프라인 판매를 시작했으며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을 이전받은 한 기업은 관련 제품 출시 이후 매출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고, 간편식 제품을 개발한 기업은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사업에 선정돼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망 입점을 추진하는 등 사업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도 적지 않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실시한 기술가치평가에서는 이번 기술이 약 91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47명의 취업유발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분석됐다.

   
▲ 특수의료용도식품 시장 규모 및 특성./자료-농진청


농진청은 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국산 잡곡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 홍성에서는 팥, 강진에서는 귀리를 중심으로 계약재배 생산단지를 확대하고 있으며, 작목별 적합 재배지역을 발굴하기 위한 현장 실증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능성이 검증된 국산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농가에는 새로운 판로와 소득 기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산업계와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대상웰라이프와는 기능성 식품 시장 확대와 산업화를, 쿠첸과 농협양곡과는 맞춤형 취반기술과 국산 식량작물 활용 확대를, 롯데마트와 청그루와는 국산 잡곡 소비 촉진과 유통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앞으로는 프리미엄 혼합잡곡과 기능성 가공식품 개발은 물론 소비자가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취반기술도 함께 보급할 계획이다.

앞으로 농진청은 종자 개발부터 생산·가공·유통·소비까지 이어지는 ‘Seed to Table’ 전주기 협력체계를 구축해 국산 식량작물의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더욱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기능성이 검증된 국산 원료를 중심으로 농가에는 안정적인 계약재배 기반을, 기업에는 경쟁력 있는 원료를,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는 것이다.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은 “시장의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능성이 검증된 국산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연구 성과를 실제 제품 개발과 산업 현장으로 연결하는 기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국산 혼합잡곡뿐 아니라 기능성 성분이 풍부한 식량작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소재 개발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