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기반 고용보험 등 논쟁적 과제 제시…구체적 예산·전환 노동자 수 규모 미지수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AX) 및 탄소중립 전환(GX) 등 급격한 산업 구조 개편에 대응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첫 법정 청사진을 내놨다. 실시간 노동시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소득 공백을 메울 임금보험 등 논쟁적 구조 과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도 본격 착수한다.

   
▲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정부는 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첫 번째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지난해부터 전문가 포럼과 노사 현장 간담회, 국민 숙의 원탁회의를 거쳐 노사정이 최초로 합의한 '7대 기본원칙'을 바탕으로 수립됐다.

이번 기본계획은 AI 도입에 따른 고용 타격을 한발 앞서 읽어내는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이 골자다. 정부는 통계 시차(1~2년)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직업정보(KNOW)를 기반으로 내년 중 '한국형 AI 노출지수(K-AIOE)'를 개발한다. 

이와 연계해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한국형 카나리아 대시보드'를 운영하고,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주요 직무별·연령별 고용 변화와 위기 징후를 실시간으로 포착해 조기 경보를 제공할 방침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산업일자리전환 분석센터가 모니터링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만 구체적인 예산 규모와 전환 예상 노동자 수 등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안은 현재 재정 당국과 1차 심의를 마치고 조율 중인 상황이라 구체적인 수치를 당장 공개하기는 조심스럽다"며 "급변하는 AI 기술 특성상 정확한 인력 대체 규모를 사전에 수치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실시간 모니터링 인프라 구축과 비수도권의 훈련 접근성 확충에 예산 확보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 등 온라인 전환에 따른 오프라인 매장 위기도 향후 연차별 계획 수립 과정에서 상시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생애주기 관점에서 국민의 역량 개발을 권리로 규정한 '역량강화 3종 권리'도 추진한다. 국민내일배움카드를 통해 2030년까지 100만 명 이상에게 AI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지방 우대 설계 및 폴리텍 거점 학과 설치로 수도권 편중 문제를 해소한다. 중장년층을 위한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 사업장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재 1000인 이상에서 2027년 500인, 2029년 300인 이상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힌다. AX·GX 훈련 이력은 기존 국가기술자격에 기재하는 '플러스 자격 제도'를 2027년 신설한다.

아울러 AI·자동화 도입이 실질적인 근로시간 감소로 이어지도록 노동시간 단축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뒷받침할 '실근로시간 단축 지원법' 제정을 추진한다. 탄소중립 전환 충격이 집중되는 석탄발전소 폐지 지역 등은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선제 지정해 행정·재정적 패키지를 집중 투입하고, 고용형태 다변화에 대응해 노무제공자까지 포괄하는 소득기반 고용보험을 2027년 시행한다.

특히 이번 계획에는 AI 전환으로 인한 일자리 양극화와 노동 소득 분배율 하락에 대응해 △이·전직 과정의 한시적 소득 공백을 보전하는 '소득기반 고용보험' 도입 방안 △AI 자동화 시대에 대응한 모두를 위한 새로운 소득 보장 방안 등 학계와 산업계에서 큰 논쟁이 예상되는 논제들이 논의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각의 우려처럼 특정 고소득 직군의 보호 수단으로 왜곡되거나 양극화를 심화시키지 않도록 설계 적정성부터 필요성까지 원점에서 사회적 대화를 거칠 것"이라며 "극단적 인력 대체 상황에 대비해 노동자 인수기업 특화형 지원 등 제3섹터(사회적 경제) 고용 완충지대를 9만 명 수준까지 확장하는 방안도 안착시키겠다"고 했다.

정부는 향후 독립적 심의 기구인 산업전환 고용안정 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법 개정 전까지는 현행 고용정책심의회 산하 전문위원회를 컨트롤타워로 삼아 후속 이행을 총괄하기로 했다. 이번 계획은 5년간 고정되는 통상의 방식에서 벗어나 매년 현장 수요를 반영해 보완하는 롤링 플랜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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