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명 감원·스튜디오 매각…수익성 회복 위한 대규모 체질 개선
콘솔 양강 구도 심화 속 국내 게임사 글로벌 시장 공략 기회 주목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마이크로소프트(MS)가 엑스박스 사업부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수천 명의 인력을 감원하고 산하 게임 개발사를 분사·매각하는 초강수를 택하면서 글로벌 콘솔 시장의 판도 변화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엑스박스의 위축이 국내 게임사들의 콘솔 시장 확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게임 산업 전반의 성장 둔화를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사진=연합뉴스


9일 업계에 따르면 MS는 최근 엑스박스 사업부 인력의 약 20%인 3200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체 감원 규모는 약 4800명이지만 상당수가 게임 사업에 집중됐다. 이 가운데 1600명은 즉시 해고됐으며 나머지는 2027년 회계연도까지 순차적으로 정리될 예정이다. 아샤 샤르마 엑스박스 최고경영자(CEO)는 "사업 상태가 건강하지 않다"며 "일부 스튜디오는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64센트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번 구조조정과 함께 MS는 산하 스튜디오 재편에도 나섰다. 컴펄션 게임즈와 더블파인은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으며 닌자 시어리와 언데드 랩스는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마블 블레이드'를 개발 중인 아케인 리옹은 프랑스 노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하며 향후 거취를 결정할 예정이다.

◆ 30조 원 쏟고도 역성장…콘솔 시장 재편 신호탄

엑스박스의 구조조정은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사업 전략 자체를 수정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MS는 최근 5년 동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비용을 제외하고도 콘텐츠 확보와 플랫폼 확대에 200억 달러(약 30조 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연간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게임패스는 구독료 인상 이후 가입자가 수백만 명 이탈했고 콘솔 판매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하드웨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 감소했으며 MS는 오는 8월부터 엑스박스 시리즈X 가격을 또다시 인상하기로 했다. 1년 사이 세 번째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를 위한 포트폴리오 재조정도 이번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급증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임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글로벌 콘솔 시장 재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미 소니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스위치가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엑스박스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양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 K-콘솔에는 기회…하지만 산업 침체는 변수

   
▲ 엔씨, '신더시티'./사진=엔씨

국내 게임업계는 이번 변화를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콘솔 게임 개발 역량을 입증한 국내 게임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개발사들도 콘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펄어비스 이외에도 국내 게임업계는 하반기와 내년까지 AAA게임 출시를 확정짓거나 예고하면서 시장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엔씨는 하반기 슈팅 장르의 AAA게임 신더시티를 출시할 예정이며 넷마블은 레이븐 IP를 활용한 PC·콘솔 협동 액션 게임인 이블베인을 출시한다.

일각에서는 MS가 매각을 추진하는 개발사나 글로벌 IP 확보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게임업계 구조조정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우수 개발 인력과 개발 자산을 확보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를 단순한 호재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 따르면 국내 콘솔 시장에서 엑스박스 점유율은 지난해 10.9%로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했다. 반면 닌텐도와 플레이스테이션은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게임 이용자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국내 게임 이용률은 지난해 50.2%로 집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며 게임 대신 OTT와 동영상, 숏폼 콘텐츠 등 다른 여가 활동을 선택하는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글로벌 게임업계 역시 2023년 이후 2만4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엑스박스의 구조조정이 특정 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게임 산업 전반이 성장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전환되는 신호라고 평가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국내 개발사들의 해외 진출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용자 감소와 개발비 상승이라는 구조적 문제는 국내 기업도 동일하게 안고 있다"며 "결국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자체 IP와 플랫폼 전략을 확보하는 기업만이 새로운 시장 재편의 수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