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인건비 부담에 시공단계 리스크 확대
美 71% "임금 올렸다"…리스크 축, 수주에서 시공으로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전문건설 시장에서 수주 물량보다 현금흐름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사를 얼마나 따내느냐보다 기성 청구와 대금 회수를 얼마나 빠르게 관리하느냐가 수익성을 가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 전문건설업계에서 공사비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수주 물량보다 기성 청구와 대금 회수 속도를 높여 현금흐름을 지키는 관리 역량이 수익성 방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문건설사들은 최근 시공·실행 단계에서 원가 부담이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전문건설은 통상 공정별로 하도급을 받아 공사를 수행하고, 진행률에 따라 기성을 청구해 대금을 받는 구조다. 수주를 늘려도 자재비·노무비가 오르거나 대금 회수 시점이 늦어지면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흐름도 부담이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계약실적 통계에 따르면 전문건설업 계약실적은 2022년 121조8689억 원에서 2023년 115조9721억 원, 2024년 108조5849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일감이 줄어드는 가운데 공사비와 인건비 부담까지 커지면서, 현장별 마진을 지키는 관리 역량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과거에는 일감 확보 자체가 최우선 과제였다면, 공사비 상승이 이어지는 지금은 공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돈이 묶이는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되는 분위기다. 중소 전문건설사는 원도급사나 발주처에 비해 협상력이 약해, 공정 지연이나 설계 변경이 생겨도 추가 비용을 제때 반영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공통의 고민이다.

해외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전문건설업계는 물량 부족보다 시공 과정에서 비용을 얼마나 지켜내느냐가 더 큰 과제로 옮겨간 모습이다. 전문건설회사 임원 110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주요 위험 요인으로는 인건비·간접비 상승과 숙련 인력 부족이 각각 35%, 자재비 상승이 32%로 꼽혔다. 임금을 인상했다고 답한 업체 비율도 2025년 55%에서 2026년 71%로 1년 새 16%포인트 뛰었다.

비용 상승에 대응하는 방식도 대금 회수 쪽에 무게가 실렸다. 같은 조사에서 미국 전문건설업체 57%가 기성 청구 시점을 앞당겨 대금 회수 속도를 높이는 방식을 가장 많이 택했다고 답했다. 이 밖에 현장 인력 배치와 노무비를 촘촘히 들여다보거나, 계약에 없는 추가 작업이 관행적으로 늘어나는 걸 미리 차단하고, 자재 공급업체와 단가·조건을 다시 협상하거나, 마진이 남는 프로젝트를 골라 수주하는 방식도 뒤를 이었다.

전문건설사의 경쟁력이 저가 수주나 외형 확대보다 현장 단위 원가 관리와 회수 관리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공사를 많이 확보해도 기성 청구가 늦거나 승인 과정이 지연되면 그 사이 자금 공백이 생기고, 공백이 이어지는 기간만큼 금융비용과 인건비 부담은 계속 쌓인다.

국내 전문건설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소 전문건설사 상당수가 하도급 대금 지급 지연과 어음 관행 탓에 현금흐름이 불안정한 구조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건설하도급 대금 지급보증 의무를 확대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올해 2월 공포돼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이는 지급 지연·부도 리스크가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 만큼 실재한다는 방증이다. 기성 청구 타이밍을 정교하게 관리하고 지급 조건 협상력을 높이는 한편, 공정·노무·자금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금계획을 세우는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이유다.

특히 공공 발주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 구조에서는 기성 청구 주기 단축과 승인 절차 디지털화가 협력업체의 금융비용 절감과 유동성 확보에 곧바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성 확인과 승인이 늦어질수록 협력업체의 금융비용은 그만큼 불어난다. 반대로 청구·검수·승인 흐름이 빨라지면 전문건설사의 유동성 부담을 줄이고 공사 수행의 안정성도 함께 높일 수 있다.

한 전문건설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공사를 많이 따내는 것보다 실제 돈이 제때 들어오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원가가 계속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기성 청구와 대금 회수, 추가 공사비 반영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업체별 수익성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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