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자체관리 나선 증권사들…당국 눈치보기?
수정 2026-07-09 14:48:46
입력 2026-07-09 14:48:55
이원우 차장 | wonwoops@mediapen.com
대형 증권사들 중심으로 신용거래 요건 강화 움직임 이어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증시 변동성이 극에 달하자 국내 증권사들이 주요 종목의 위탁증거금률을 높이거나 융자 상환기간을 줄이는 등 자체적인 '빚투(빚을 내서 투자) 관리'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하는 등 최근 증권업계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점을 의식해 선제적인 관리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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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증시 변동성이 극에 달하자 국내 증권사들이 주요 종목의 위탁증거금률을 높이거나 융자 상환기간을 줄이는 등 자체적인 '빚투 관리'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사진=김상문 기자 | ||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국내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신용거래 요건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 수십 개 종목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기존 30~40%에서 50~60%로 상향 조정했다. 일부 초고위험 종목이나 최근 급등락을 반복한 테마주의 경우 증거금률을 100%로 지정해 아예 신용거래를 차단한 모습도 눈에 띈다.
위탁증거금률이 높아지면 투자자가 주식을 살 때 자기자본을 더 많이 채워 넣어야 하므로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줄어든다. 사실상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더 이상 빚을 내서 이 종목을 사지 말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실제로 증권사들의 대출금리도 빠르게 상향 조정되고 있다.
일선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만기 연장 기준도 대폭 강화했다. 기존에는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최소한의 절차로 신용융자 상환 기간을 연장해 줬지만, 최근에는 주가 변동성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만기 연장을 제한하거나 상환 기간 자체를 단축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이처럼 일제히 몸을 사리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손꼽힌다. 그 중에선 금융당국과의 트러블을 만들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행태를 '정조준'한 것이 결정타였다는 분석이다.
이 원장은 최근 공식 석상에서 국내 증시를 이끄는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대한 단일 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과도한 자금이 몰리는 현상에 대해 깊은 우려와 함께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금감원장으로선 이례적으로 이 원장은 해당 레버리지 상품 도입이 다소 성급하게 진행됐다는 점을 인정하는 뉘앙스로 발언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증권업계에 사실상 '알아서' 리스크를 줄여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으로 작용한 양상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금감원장이 특정 종목과 리스크 관리 실태를 직접 언급한 상황에서 증권사가 당국의 기조를 의식하지 않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물론 증권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그저 당국에 대한 '눈치보기' 때문만은 아니다. 올해 들어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면서 증권사 자체의 자산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라는 시각도 있다.
주가가 급락할 때 미수금이나 신용융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단행되는 반대매매는 증시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주범으로 손꼽힌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반대매매가 속출하고 하한가 직행 종목이 늘어나면 주식 담보 가치가 떨어져 고스란히 미수채권 손실(대손상각)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증거금률 인상과 상환기간 단축은 하락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증권사 입장의 위험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설명이다.
하루 걸러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는 국내 증시의 '투자 난이도'가 급격히 올라가 있는 상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들이 대응하기 매우 어려운 시장이라는 판단 속에서 당분간 증권사들의 리스크 관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