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지역화폐 지급법' 발의…재계·학계 "시장 자율성 침해"
수정 2026-07-10 11:18:46
입력 2026-07-10 11:11:45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근로기준법 개정안…성과급 등 임금 일부 지역화폐 지급 허용 골자
“기업 자발적 협력과 법제화 통한 구조적 통제는 본질적으로 달라”
“기업 자발적 협력과 법제화 통한 구조적 통제는 본질적으로 달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정치권이 대기업의 사적 보상 체계인 성과급을 법적 규제 테두리 안에 가두려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결실을 지역에 환원시키겠다는 세간의 압박에 이어, 임금 일부를 지역화폐로 묶어두는 입법까지 발의된 것이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번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노사 단체협약에 명시적 규정이 있거나 근로자 개인의 동의를 얻은 경우에 한해 성과급을 포함한 임금의 일부를 지역사랑상품권 등 ‘통화 이외의 것’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는 것이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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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김상문 기자 | ||
대기업의 대규모 성과급 자금을 골목상권으로 유입시켜 지역 경제의 선순환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지만, 재계에서는 “국가가 근로자의 지갑과 소비 선택권까지 통제하려 든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근로기준법 대원칙 무력화…‘소비 선택권’ 침해 논란
이번 개정안은 현행 근로기준법 제43조가 규정한 ‘임금 통화 직접 지급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임금은 노동의 대가로서 근로자에게 온전히 귀속되는 정당한 재산권이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내가 번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소비의 자유’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라고 강조한다. 이를 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해 특정 지역이나 가맹점으로 강제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경제적 자율성을 박탈하는 전형적인 과도한 규제라는 분석이다.
법안은 또 노사 단체협약이나 근로자 개인의 동의를 단서로 달았지만, 이는 노동 현장의 권력 관계를 외면한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강력한 교섭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 노조는 이를 거부할 힘이 있지만, 인사권과 고용권을 쥔 사측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실상 동의를 ‘강요’받는 환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용처와 유효기간이 묶인 지역화폐를 강제 수령하게 되면, 자산 유동성이 극도로 떨어져 사실상의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어진다는 현장의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 공적 지원 빌미로 한 경영 개입…국가 경쟁력 약화로 귀결
일각에서는 대기업이 정부의 세제 혜택 등 공적 자원을 기반으로 성장했으니 성과급을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학계의 시각은 냉정하다. 정부의 세제 지원은 국내 투자 유치와 고용 창출을 유도하기 위한 보편적인 산업 진흥 정책이며, 기업은 법인세와 고용으로 이미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기술 전쟁 속에서 임직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설계된 사적 보상 성과급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면,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위축되고 글로벌 우수 인재 유치가 어려워져 국가 경쟁력 자체가 후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결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자율적 상생 협력’과, 이를 법제화해 구조적인 통제 장치로 만드는 ‘입법 통제’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시장의 결론이다.
한국재정학회 회장을 지낸 현진권 자유분권포럼 대표는 지역화폐 정책의 본질적인 한계와 재정학적 비효율성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온누리상품권을 활용하는 상생과 법적 규제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도 비판했다.
현 대표는 “지역화폐는 인위적으로 소비를 제한하는 왜곡된 구조를 만들어낼 뿐, 국가 전체적인 부를 늘리거나 근본적인 경제 선순환을 유도하지 못한다”며 “시장의 자율성을 무시하고 정치가 지갑까지 통제하려 들면 결국 기업의 활력과 국가 경쟁력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재계 관계자는 “보상과 소비라는 경제 현상은 인위적인 규제가 아닌 시장 논리와 노사 자율에 맡겨야 선순환이 가능하다”며 “시장 생태계를 뒤흔드는 과도한 입법 시도를 멈추고 시장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