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 요양시설, 월이용료 일반 요양시설 2~4배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초고령 시대 진입으로 장기요양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적 재정 대응이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보험회사의 요양시설 시장 진입은 도심 내 양질의 시설 공급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중간 가격대 공급이 부재한 상황에서 고가 시설 중심의 공급이 확대되며 소득 계층 간 돌봄 접근성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중산층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생명보험회사의 요양사업 진출 현황과 과제'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보험회사 부수업무에 장기요양서비스(재가요양기관) 영위를 허용하는 등 보험업권의 요양사업 진출 기반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왔다.

   
▲ 자료=보험연구원


이러한 제도적 기반과 시장 수요가 맞물리며 생명보험회사의 요양시장 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 진출 4개사(KB·신한·하나·삼성)는 모두 자회사를 설립해 시설을 직접 소유·운영하는 방식이고, KDB생명은 임차권을 활용한 주간보호센터를 부수업무로 신고·운영 중이다.

보험회사의 요양시설은 상급침실(1·2인실) 중심으로 설계·운영되고 있으며, 일반 요양시설보다 확연히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의 이용료는 법정 급여항목과 비급여항목으로 구성되는데 시설이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항목은 사실상 상급침실료(1·2인실)에 한정된다.

실제로 보험회사 요양시설은 전체 침실 이용의 96.8%가 1·2인실인데 이는 전국 평균 1·2인실 이용자 비율 20.3%를 크게 웃돌며, 월 이용료도 250~480만원 수준으로 일반 요양시설의 2~4배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영세 사업자가 진입·유지하기 어려웠던 도심 내 요양시설 시장에 보험회사가 진입하면서 공급 부족이 보완되고 있으나 고가의 신규 시설과 저가의 기존 시설로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중간 가격대를 원하는 수요층이 선택할 수 있는 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재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산층으로의 시장 확장을 위해 합리적 가격대의 시설 마련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며 "민간 중간 가격대 시설의 공급 유인이 충분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고소득층은 보험회사 프리미엄 시설로, 중산층 이하는 영세·공공시설이나 가족 돌봄에 의존하게 되는 돌봄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공급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보험회사가 중간 가격대 요양시설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금융·부동산·보험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자료=보험연구원


공급 비용 절감 측면에서는 요양시설의 소유와 운영을 분리해 보험회사의 초기 자본 부담과 부동산 보유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도심 부지의 지가와 조달금리가 진입 비용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구조적 특성상 정부 차원의 비용 구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요양자회사의 부대업무 일부를 허용하는 등 부지 활용의 유연성과 진입 여건을 일부 개선해 왔으나 토지·건물을 직접 소유해야 하는 현 구조에서는 도심형 요양시설의 공급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민간 부지 임차, 장기 임대, 마스터리스 등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는 모델을 허용해 진입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경우 보험회사는 부동산 개발자나 시설 소유자가 아니라 요양서비스 운영자 또는 장기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으며,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춰 중간 가격대 시설 공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수요 측면에서는 보험계약자가 보유한 보험 자산을 요양비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도록 보험계약과 요양서비스를 연계함으로써 소비자의 실질적인 이용 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표적으로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현물로 지급하는 형태가 제도적으로 검토되고 있으나, 보험회사별 서비스 제공 사업체와의 제휴 네트워크 구축 및 전산 개발 등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다만, 이 경우 소비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 연구위원은 "보험 가입자에게 요양시설 이용 혜택을 제공하는 모델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힐 수 있으나 계열 시설로의 부당 유인, 끼워팔기, 불완전판매, 고령자의 의사결정 보호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부당한 유인 및 소개 행위는 제한하되 가격 할인, 정보 제공, 요양비 직접 지급, 현물급부 선택권 등 합리적인 연계 서비스를 허용할 수 있도록 감독상 허용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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