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후 첫 '하투'…완성차업계 덮친 '파업 리스크'
수정 2026-07-13 16:22:37
입력 2026-07-13 16:21:41
김연지 기자 | helloyeon610@gmail.com
임금·성과급 놓고 평행선…생산 차질 우려 확대
노란봉투법 시행 4개월 만에 첫 시험대…완성차 노사, 협상 난항
노란봉투법 시행 4개월 만에 첫 시험대…완성차 노사, 협상 난항
[미디어펜=김연지 기자]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올해 여름 노동계의 '하투(夏鬪)'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완성차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지엠(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 난항에 따라 부분파업과 쟁의행위에 돌입하면서 대규모 생산 차질과 경영 부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이날부터 오는 15일까지 사흘간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근무조별로 시간을 달리해 하루 2시간씩 조업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이다. 한국GM 노조도 이날부터 조기 출근과 잔업·특근을 거부하고 모든 부서 협의를 중단하는 등 부분 쟁의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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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단협 기자간담회 하는 한국GM노조./사진=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 제공. | ||
◆ 현대차, 사흘간 부분파업…수천억원대 생산 차질 우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을 이어왔지만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규모 등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호봉승급분과 별도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를 재원으로 한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상여금을 기존 750%에서 800%로 인상하는 방안과 해고자 복직, 정년 연장 등도 주요 요구안에 포함됐다.
반면 사측은 자동차 산업의 높은 고정비와 경기 변동성, 미래 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순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책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업종별 사업 구조와 비용 특성이 다른 만큼 단순한 실적 수치만으로 반도체 업계 수준의 성과급 기준을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15차 교섭에서 사측은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금 350%에 1000만 원을 더한 안, 자사주 15주 지급 등을 담은 3차 제시안을 내놓았지만 노조와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았다.
노조는 앞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한 뒤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을 거쳐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이후 교섭에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이날부터 사흘간 근무조별로 각각 2시간씩 조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1직·상시1직은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 2직은 오후 10시 10분부터 다음 날 0시 10분, 상시주간조는 오후 2시 40분부터 4시 40분, 일반직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파업이 진행된다. 마지막 날인 15일에는 금속노조 총파업에도 함께할 예정이어서 파업 강도는 더 세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6시간 부분파업으로 약 7000대의 생산 차질과 3000억 원대 매출 손실이 발생했던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번 파업도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약 5000대의 생산 차질과 2000억 원대의 매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부품 공급과 물류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생산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협력업체 등 공급망 전반으로 영향이 확산할 수 있다. 인기 차종의 생산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관세 부담과 글로벌 수요 둔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파업 장기화가 수익성과 수출 경쟁력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한국GM, 부분 쟁의…노조 "신차 배정 계획 내놔야"
한국GM 노조도 이날부터 조기 출근과 잔업·특근을 거부하고 모든 부서 협의를 중단하는 등 부분 쟁의에 돌입했다.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 지급 규모 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조합원 1인당 약 3000만 원 규모의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임금과 성과급을 넘어 GM의 후속 차종 및 미래차 생산물량 배정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적정 인원 유지와 공개채용, 주 4.5일제 도입 계획 마련, 식재료비·주택자금 대출 확대 등 복리후생 개선, 각종 수당 인상, 회사의 합병·외주화 시 노조와의 사전 합의 의무화 등도 요구안에 담았다. 노조는 지난 9일 인천 부평구 한국GM지부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교섭 경과와 향후 투쟁 계획을 설명하며,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교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사측은 지난 8일 12차 교섭에서 기본급 7만5000원 인상, 성과급 총 1000만 원 등을 담은 1차 제시안을 처음 내놓았지만, 노조는 조합원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며 거절했다. 지난 9일 열린 13차 교섭에서도 사측이 진전된 수정안을 내놓지 못하자 노조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투쟁 방침을 확정했다. 노조 지도부는 다음 주를 사실상 마지막 협상 시한으로 못 박으며, 기본급과 성과급, 미래 발전 계획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수정안을 다음 교섭에서 제시해야 한다고 사측에 촉구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가결한 데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오는 14일 예정된 추가 교섭에서 사측의 입장 변화를 지켜본 뒤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쟁의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임금과 성과급뿐 아니라 후속 신차 및 미래차 생산 계획까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노사 간 교섭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노란봉투법 시행 후 첫 하투…커지는 기업 부담
올해 하투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가 지난 3월 시행된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사용자 범위를 확대했다. 노동쟁의 대상도 임금·근로시간 등 근로조건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포함하도록 넓혔다.
노동조합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제한됐다. 개정법은 사용자가 적법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 그 밖의 노동조합 활동으로 입은 손해에 대해서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별도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노조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와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합원별 책임비율을 개별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노동계는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이 교섭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영계는 교섭 대상과 쟁의 범위가 확대된 데 비해 파업에 대응할 수 있는 사용자 측 수단은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산업계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기준과 노동쟁의 대상의 범위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 지배·결정 여부를 판단하는 법률상 기준이 추상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만큼, 원청이 다수 협력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교섭 비용과 노무 관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결정까지 쟁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투자와 사업 재편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늘어날 가능성도 경계하고 있다.
완성차업계에서는 올해 하투가 개정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의 노사관계 변화를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동화 전환과 미래차 투자 확대, 미국 관세 부담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 협력업체와 물류 등 공급망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섭·쟁의 범위가 확대된 새로운 제도 환경에서 노사가 갈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생산 체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산업 경쟁력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