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째 무명 기부 서울 사업가, 1000만원 쾌척한 동문 등 안팎 지원 이어져
“입시만큼 중요한 것은 존중받는 경험…‘믿음을 개척하는 자활인’ 키워낼 것”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아침 8시 전, 경기도 여주 대신고등학교 교장실의 문을 열면 잔잔한 음악 소리가 들린다. 매일 아침 교장실 오디오를 켜며 하루를 시작하는, 올해로 36년째 대신고에 근무 중인 김익겸 교장이다.

1991년 음악 교사로 이 학교에 첫발을 내디뎠던 그는 6년여 간 교감을 거쳐 교장까지 오직 대신고 한 곳에서 교직 인생을 보냈다. 학교법인 대신학원 산하의 대신중·고등학교는 한 교정 안에 나란히 자리 잡고 73년간 지역 교육을 지켜왔다.

   
▲ 김익겸 대신고 교장(가운데)이 재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공교육 현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가 깊어지는 요즘, 경기도 여주의 면 단위 소규모 사립고인 대신고등학교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신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미디어펜은 15일 김익겸 교장을 만나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계절학기제’와 ‘IB 과정 준비’… 특목고 부럽지 않은 입시 경쟁력

대신고는 비평준화 지역인 여주에서 높은 합격 커트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고등학교다. 특히 대입에서 유용한 6년 제한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진학 혜택이 확실하다. 여기에 대신고만의 교육과정 혁신이 더해지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고교학점제 시대에 소규모 학교의 한계를 넘기 위해 방학을 활용한 ‘계절학기제’를 적극적으로 운영 중입니다. 이번 여름방학에도 물리 실험, 생명과학 실험, 빅데이터 분석 등 학기 중에 다루기 어려운 과목을 개설했습니다. 학생들이 열흘 동안 34시간씩 수업을 충실히 이수하며 학생부종합전형의 학업 역량을 다집니다. 독서활동, 탐구 프로젝트, 진로활동, 동아리 활동, 교과 연계 심화 프로그램을 유기적으로 운영해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도록 돕고 있습니다.”

대신의 혁신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대안으로 주목받는 글로벌 공인 교육과정인 ‘IB(국제 바칼로레아) 학교’ 도입을 대신중학교를 중심으로 한창 준비 중이다. 토론과 논술 중심으로 창의적 사고력을 기르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선제적으로 이식해, 재단 전체의 교육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호주와 일본 등 해외 자매학교와의 활발한 국제교류 프로그램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는 경험을 지원하고 있다.

   
▲ 김익겸 대신고 교장이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기숙사 완비, 압도적인 장학 제도와 최상급 체육 인프라

대신고는 원거리 통학생들을 위해 남녀 기숙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교사들이 기숙사 생활을 함께 지도하며 자기주도학습과 생활 태도를 관리해주다 보니 안정적인 학습 분위기가 형성된다. 덕분에 여주뿐만 아니라 경기도 광주, 분당 등 타 지역에서도 기숙사 진학을 위해 많은 학생이 입학한다.

학교 안팎으로 이어지는 전폭적인 장학 혜택 또한 대신고의 큰 자랑거리다. 대신고 교직원들은 1991년부터 자발적으로 매월 급여의 일부를 떼어 기금을 모으는 ‘교직원 장학회’를 30여 년간 유지하며 학생들을 돕고 있다.

외부 기부도 끊이지 않는다. 15년 전 대중교통이 드문 이곳에서 차를 얻어 탔던 학생들의 ‘학교 자랑’에 감동해 매년 300만 원씩 장학금을 보내오는 무명의 기부자가 있는가 하면, 선배가 후배의 성장을 돕는 내리사랑 전통도 단단하다.

특히 최근에는 본교 동문인 고기창 코모토㈜ 회장이 후배들을 위해 ‘상록장학금’ 1000만 원을 기탁하고, 직접 학교를 찾아 진로·인성 특강을 열어 후배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줬다. 현재 대신중고등학교 총동문회 장학금, 총동문회 장학회 장학금, 기독동문회 장학금 등 두터운 후원 덕분에 재학생의 약 65%가 장학 혜택을 받고 있다.

체육 교육 여건도 대폭 업그레이드된다. 안전 문제로 중단됐던 실내 수영장을 예산 19억8000만 원을 지원받아 전면 철거하고 오는 8월 최신식 시설로 재착공한다. 기존의 천연잔디구장 재정비에 이어 수영장 현대화가 완료되면 도심 학교를 능가하는 우수한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 김익겸 대신고 교장(가운데)이 모교에 방문한 졸업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소통은 작은 마주침에서”… 사제 간 단단한 유대감으로 지켜낸 ‘학폭 제로’

다양한 인프라와 진학 혜택 위에는 대신학원만의 따뜻한 ‘인성 교육’과 ‘소통’이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매년 신입생 전원과 진행하는 교장선생님의 ‘아이스크림 상담’이다.

“매년 3월 신입생(84명)이 들어오면 제가 소그룹으로 불러 아이스크림을 사주며 대화를 나눕니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면, 교장과 학생 사이의 벽이 허물어집니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아이들이 먼저 반갑게 다가옵니다. 소통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마주침에서 시작됩니다.”

전교생 243명의 친밀한 규모 덕에 교직원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대부분 외우고 일거수일투족을 살핀다. 교사와 학생이 격의 없이 소통하며 가족처럼 서로를 격려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유대감 덕분에 교내 학교 폭력이나 왕따 같은 갈등은 발붙일 틈이 없다.

또한, 대신고의 대표적인 특색교육인 ‘창의연극교육’은 무대를 통해 학생들의 발표력과 협업 능력을 기를 뿐 아니라, 주민들이 함께 응원하는 지역사회의 문화교육으로도 발전하고 있다. 매주 열리는 채플(예배) 시간 역시 강요가 아닌, 학생들이 분위기 속에 스스로 스며드는 자율적인 인성 교육으로 자리 잡았다.

   
▲ 김익겸 대신고 교장이 미디어펜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부모 욕심 내려놓을 때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

36년간 교정에서 제자들을 길러내고 본인 역시 두 자녀를 키워낸 부모이기도 한 김익겸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귀중한 조언을 남겼다.

“자녀 교육에서 부모가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으면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훌륭하게 자랍니다. 저 역시 제 아이를 키울 때 조바심을 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온전히 신뢰하고 기다려주기 시작했더니, 자기 길을 알아서 잘 찾아가더군요. 아이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고 묵묵히 지원해 주는 것보다 강력한 교육은 없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교정으로 나서는 길, 지나가던 재학생들과 마주쳤다. 기자가 “같이 사진 한번 찍자”고 제안하자,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곁으로 모여들어 손으로 하트를 그리며 “교장선생님, 사랑해요!”를 외쳤다. 사전 조율이나 연출이 없는, 말 그대로 ‘100% 돌발 상황’이었다. 

이후에도 예고 없이 학교를 찾아온 졸업생 제자들과 마주쳤다. 교장선생님을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달려와 인사를 건네는 이들의 모습도 사진으로 담았다. 재학생과 졸업생이 하루 동안 연이어 교장선생님과 격의 없이 어우러진 모습은, 대신고가 가진 일상적인 사제 관계의 깊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풍경이었다.

그를 잊지 않고 수십 년이 흘러서도 “선생님을 뵈러 가겠다”며 안부를 건네오는 옛 제자들을 만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김익겸 교장. 개교 73주년의 든든한 역사를 바탕으로 알찬 대입 강점과 지역 사회의 신뢰를 실현해 가고 있는 여주 대신고등학교의 오늘에서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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