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 19만 9000'왕사남' 11만 3000 압도. 그러나 50만 이상 기대 못미쳐
팬데믹 후 '천만' 흥행작 비교하면 초반 화력보다 중요한 건 롱런으로 가야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나홍진 감독 10년 만의 복귀작이자 단일 영화 사상 최대 규모인 5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SF 블록버스터 '호프(HOPE)'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하지만 역대급 사전 예매량과 시장의 높은 기대치에 비추어 볼 때, 첫날 성적표를 바라보는 영화계 안팎의 시선에는 환호와 아쉬움이 교차하고 있다.

16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베일을 벗은 영화 '호프'는 개봉 당일인 15일 하루 동안 33만 3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날 '호프'의 매출액 점유율은 무려 81.3%에 달해 극장가 상영 스크린을 사실상 독식했다. 

이는 이전까지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던 연상호 감독의 '군체'(19만 9000여 명)는 물론, 역대 한국 영화 흥행 새 역사를 쓴 '왕과 사는 남자'(11만 1000여 명)의 첫날 성적을 가볍게 뛰어넘은 수치다. 나 감독 본인의 전작인 '추격자'(11만 명), '황해'(12만 명), '곡성'(31만 명)과 비교해도 역대 최고 스타트다.

   
▲ 15일 개봉한 영화 '호프'가 33만 3000명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 올해 개봉한 영화 중 단연 1위에 올랐다./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개봉 전 사전 예매량만 60만 장에 육박하며 '첫날 50만 명 이상'을 동원할 것이라 내다봤던 극장가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500억 원이라는 초대형 자본이 투입된 K-SF 대작인 만큼, 손익분기점 돌파와 안정적인 흥행 궤도 안착을 위해서는 초반 오프닝 스코어가 훨씬 더 폭발적이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내 극장가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했던 역대 흥행작들의 오프닝 성적과 비교해 보면 '호프'의 흥행 전망이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 역대 천만 영화들의 첫날 성적을 살펴보면 기획성 흥행작과 입소문 기반 흥행작의 양상이 뚜렷하게 나뉜다.

프랜차이즈의 힘으로 초반 화력을 집중했던 '범죄도시3'(74만 명. 최종 1068만)나 '범죄도시4'(82만 1000명. 최종 1150만)에 비하면 '호프'의 33만 명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반면, '범죄도시2'(46만 7000명. 최종 1269만)나 외화 최초의 천만 돌파작 '아바타: 물의 길'(35만 9000명. 최종 1080만)의 오프닝 스코어와는 유의미한 수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특히 개봉 첫날 33만 명을 동원했던 오컬트 신드롬의 주인공 '파묘'(1191만 명)와 정확히 일치하는 스타트다. 나아가 압도적인 입소문 만으로 1312만 명을 모은 '서울의 봄'(20만 3,000명)이나, 올해 1690만 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왕과 사는 남자'(11만 1000명)의 오프닝 스코어와 비교하면 오히려 배 이상 높은 출발점이다. 결론적으로 첫날 성적표보다는 개봉 이후 관객들의 평가와 장기 흥행 여부가 천만 고지 달성의 진짜 핵심이라는 뜻이다.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 인근 호포항을 배경으로 외계 생명체의 침공에 맞서는 마을 사람들의 사투를 나홍진 감독 특유의 서스펜스와 고강도 액션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의 처절한 열연과 모션 캡처로 구현된 할리우드 배우들의 외계인 연기가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현재 실제 관람객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CGV 에그지수는 81%를 기록 중이다. 장르적 기술력과 과감한 시도에 찬사를 보내는 관객층과, 생경한 K-SF 장르에 호불호를 나타내는 관객층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결국 이번 주말부터 이어지는 제헌절 연휴 기간 동안 일반 관객들이 내릴 최종 평가와 매서운 입소문의 방향이 '호프'의 향후 흥행 전선에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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