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동 건 법원…쿠팡 동일인 분쟁, 제도 개편 시험대로
입력 2026-07-16 16:25:39 | 수정 2026-07-16 16:25:39
김성준 기자 | sjkim11@mediapen.com
'김범석 동일인' 효력정지에 숨 고른 쿠팡, 법원 '손해 예방 필요성' 인정
쿠팡 "예외 조건 모두 충족, 이중 규제 부담" 주장…본안소송에 관심 확대
한미 간 뜨거운 감자 된 쿠팡 사태…동일인 규제 개선 필요성 목소리도↑
쿠팡 "예외 조건 모두 충족, 이중 규제 부담" 주장…본안소송에 관심 확대
한미 간 뜨거운 감자 된 쿠팡 사태…동일인 규제 개선 필요성 목소리도↑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한 공정위 처분에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쿠팡이 즉각적인 제재에서 벗어나게 됐다. 사안이 개별 기업을 넘어 해외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으로 번지면서, 쿠팡의 동일인 지정 처분 취소 소송 결과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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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석 쿠팡 Inc 의장./사진=쿠팡 제공 | ||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권순형)는 14일 쿠팡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공정위가 김 의장을 쿠팡 동일인으로 변경 지정한 효력과 김 의장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 처분의 효력은 본안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재판부는 "신청인(쿠팡)에게 발생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예방할 긴급한 필요가 있고, 효력 정지가 공공복리에 반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4월29일 쿠팡의 동일인을 쿠팡 법인에서 자연인 김 의장으로 변경해 지정했다. 김 의장의 친동생인 김유석씨가 쿠팡 경영에 사실상 참여하고 있어 기존 동일인 지정 예외 요건을 벗어났다는 취지였다. 쿠팡은 김유석씨가 국내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등기 임원도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동일인 지정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쿠팡의 동일인이 김 의장으로 지정될 경우 김 의장은 본인과 배우자, 4촌 이내 혈족 등 친인척 명단과 이들이 보유한 회사 현황, 회사 전체 출자 현황 및 경영 활동 등을 공시해야 한다. 문제는 쿠팡이 미국에 상장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시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은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한미 양국에서 이중 규제를 받게 되며, SEC가 규정한 공시 범위를 벗어나는 정보 공개가 자칫 미국 투자자들의 집단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쿠팡은 외국 국적 친족에게 국내법에 맞춰 주식 현황을 요구해 자료를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 쿠팡 Inc가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한 지배구조로 사익편취 우려가 없다는 점, 쿠팡에 대한 동일인 지정이 타 외국계 기업과 형평성에 어긋난 차별적 조치라는 점도 주장하고 있다.
이번 효력정지로 재판부가 쿠팡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모양새가 되면서, 현재 진행중인 본안소송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재판부는 공정위가 5년간 쿠팡 법인으로 유지해 왔던 동일인을 '자연인(김 의장)'으로 변경한 배경에 대해 구체적인 추가 근거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쿠팡은 동일인 지정의 예외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으며, 공정위가 판단을 뒤집을만한 특별한 변동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쿠팡 사태'의 파장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해외 플랫폼 규제 관련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우리나라 정부가 쿠팡을 표적화해 차별적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이번 사안을 무역 갈등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7일 시행된 정통망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과도한 콘텐츠 규제’라며 자국 기업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쿠팡 문제가 한미간 외교 사안으로 비화될 수 있는 만큼, 김 의장의 동일인 지정이 외국계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음에도 쿠팡을 예외로 두는 것은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정위가 지난 5년간 쿠팡 동일인을 쿠팡 법인으로 지정하다가, 최근 김유석씨의 경영 참여를 이유로 김 의장을 동일인 변경 지정한 것도 '고무줄 잣대'라는 빈축을 샀다. 일각에서는 40년 전 만들어진 동일인 제도가 외국계 기업 및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진 현 상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 동일인 제도는 전형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꼽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손봐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 왔다"면서 "해외 대기업의 국내 진출이 빈번해지고, 국내 기업도 3세와 4세 승계를 거치며 친족 범위가 넓어지는 등 변화한 현실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