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림축구’의 낭만은 어디로…주성치, 배신의 발길질
수정 2026-07-17 11:43:37
입력 2026-07-17 09:47:27
이석원 부장 | che112582@gmail.com
신작 ‘쿵푸여족’서 한국 여자 축구팀을 ‘반칙·화장만 하는 집단’ 묘사
‘이화’ 명칭 노골적 사용부터 어설픈 한국어 조롱까지…선 넘은 ‘B급 감성’
‘이화’ 명칭 노골적 사용부터 어설픈 한국어 조롱까지…선 넘은 ‘B급 감성’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중국 영화의 황금기가 저물고 홍콩 누아르의 영광이 추억의 한 페이지로 사라진 지금도, 한국 관객들의 마음속에 단단히 자리 잡은 이름이 있다. 특유의 페이소스와 유쾌한 웃음, 소외된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주성치 월드'를 구축해 온 거장 저우싱츠(주성치·周星馳).
'서유기', '희극지왕', '소림축구' 등 그의 영화들은 한국 팬들에게 단순한 킬링타임을 넘어 인생의 위로이자 낭만이었다. 그러나 그가 25년 만에 야심 차게 들고나온 '소림축구'의 후속작은, 그를 향해 아낌없는 신뢰와 사랑을 보내온 한국 팬들의 가슴에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비수를 꽂았다.
지난 11일 중국에서 개봉한 주성치 감독의 신작 '쿵푸여족(功夫女足·쿵푸여자축구)'이 도를 넘은 ‘한국 비하’ 설정으로 거센 공분을 사고 있다. 영화 속에서 그려진 한국 여자 축구팀의 모습은 단순한 코미디나 해학의 범주를 한참 벗어나,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폄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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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코미디 영화의 대부로 자리잡은 주성치의 신작 '쿵푸여족'이 한국 여자 축구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영화 예고편 캡처 | ||
영화는 한국의 명문 사학인 이화여대를 노골적으로 연상시키는 ‘이화여자 축구팀’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이들을 경기장에서 온갖 비겁한 반칙을 일삼는 '반칙 축구'의 주범으로 묘사했다. 이에 더해 선수들이 경기 도중 서클렌즈를 끼고 화장에만 몰두하는 등 스포츠맨십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허영심 가득한 인물들로 그려냈다.
그가 표방해 온 ‘B급 감성’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 뒤로, 어설픈 한국말을 집어넣어 한국인들을 희화화하고 조롱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넘어 깊은 분노를 자아낸다.
더 큰 문제는 이 영화가 현지에서 초대형 흥행작으로 떠오르며 왜곡된 인식을 전방위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쿵푸여족'은 지난 11일 개봉하자마자 중국 현지 박스오피스를 장악하며 순식간에 2억 6000만 위안(약 480억 원)의 흥행 수익을 벌어들이는 등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의 대흥행으로 파급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한국을 향한 저열한 비하와 편견이 수많은 대중에게 고스란히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는 한층 더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한국 지킴이' 서경덕 교수는 16일 SNS를 통해 “허구의 영화라 할지라도 축구 등 실제 스포츠를 소재로 한국 스포츠계를 지속해서 모욕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행태”라고 강도 높게 지적하며, 해외 개봉에 앞서 해당 장면의 시정을 촉구했다.
우리가 주성치의 코미디를 사랑했던 이유는 약자에 대한 따뜻한 위로가 기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쿵푸와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기적을 일궈내던 '소림축구' 속 아웃사이더들의 눈물겨운 도전기는 국경을 넘어 큰 감동을 주었다.
하지만 이번 신작은 아시아 전역, 특히 자신을 지지해 준 한국 관객들을 향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결여된 채, 타국에 대한 혐오와 왜곡된 애국주의에 편승한 삼류극에 불과하다.
한국 팬들이 오랜 세월 보내온 무조건적인 사랑을 철저히 배신한 주성치는 알아야 한다. 이웃 나라를 비하해 얻은 2억 6000만 위안의 박수갈채는 일시적일지 모르나, 오랜 시간 쌓아 올린 거장의 품격과 신뢰는 단 한 번의 비겁한 발길질로 완전히 무너져 내렸음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