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공시스템 자료, AI 학습·재사용 기준 제각각
원가·공정 결합 땐 경쟁력 추론…표준계약 정비 요구
[미디어펜=조태민 기자]건설사들이 BIM·드론·IoT·AI CCTV를 활용해 공정·원가·품질·안전 데이터를 쌓고 있지만, 이를 다른 현장이나 외부 AI 서비스에 활용할 공통 기준은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현장 데이터가 기업의 원가 구조와 시공 역량을 보여주는 경쟁자산으로 바뀐 만큼 AI 학습과 제3자 제공, 파생 결과물의 권리를 계약 단계에서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건설사들이 BIM·드론·IoT·AI CCTV로 현장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AI 학습·제3자 제공·파생 결과물의 권리 기준이 불명확해 발주지침과 표준계약 정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현장에서는 BIM과 디지털트윈, IoT 센서, 드론, CCTV 등을 통해 사업 전 과정의 정보가 축적되고 있다. 이들 자료는 공정 예측과 원가 분석, 안전사고 예방, 품질관리에 활용되지만 다른 사업에서 재사용하거나 외부 AI 기업과 공동개발할 때는 데이터별 권리와 책임을 따로 따져야 한다.

데이터 활용을 다루는 법률은 마련돼 있다. 데이터산업법과 산업디지털전환법, AI기본법이 기본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자료의 성격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보호 기준은 제각각이다.

설계도서와 BIM에는 저작권과 이용 허락 문제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건설사업정보시스템(CALS) 제출 자료에는 공공데이터 활용과 영업비밀 보호 문제가 얽혀 있다. 하도급 기술자료는 제출 목적을 벗어난 재사용 여부를, 현장 영상과 센서 정보는 개인정보·위치정보와 AI 학습 여부를 함께 따져야 한다.

기존 제도 사이에서도 권리 귀속 원칙이 엇갈린다. 국토교통부의 건축물 설계표준계약서는 설계도서 저작권을 건축사에게 두고 서면동의 없는 재사용과 양도를 제한한다. 반면 건설산업 BIM 시행지침은 BIM 사업에서 만들어진 성과품과 파생 데이터·기술 노하우의 권리를 발주자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공정보시스템에 제출한 자료의 2차 활용도 쟁점이다. KISCON에는 공사·계약·하도급 관련 정보가 통보되고, CALS에는 도로·항만 공사의 세부 수량과 기성정보 등이 쌓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행정과 사업관리를 위해 건설사가 제출한 자료가 AI 학습이나 상업적 서비스 개발에 쓰일 경우, 자료를 만든 기업에 활용 사실을 알리거나 권리와 보상 범위를 정할 기준은 뚜렷하지 않다.

예컨대 발주기관이 시공사 A가 CALS에 축적한 공정 진척 보고서와 수량·내역 자료를 AI 기업 B에 제공하고, B가 이를 학습해 만든 원가예측 모델을 A의 경쟁사에 판매하더라도 A가 이를 막거나 보상을 요구할 명확한 근거는 현행법에 없다는 것이다.

개별 자료가 그대로 공개되지 않더라도 여러 현장의 정보가 결합되면 특정 업체의 원가 구조와 공법, 작업 생산성, 시공 역량을 추론할 수 있다. 공개 가능한 공공정보와 기업의 경쟁자산을 구분하고, AI 학습과 상업적 활용 범위를 자료 제출 단계부터 나눠야 하는 이유다.

대안으로는 공공 발주지침과 표준계약조건, BIM 수행계획서에 AI 학습 허용 범위와 제3자 제공, 목적 외 이용 제한, 파생 데이터 귀속·보상 기준을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AI 솔루션 계약에는 원본 자료의 보관기간과 학습 이후 삭제 여부, 다른 현장 적용과 외부 서비스 개발 가능 여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공시스템 자료도 공개 수준에 따라 분류하고 원가 구조와 품질관리 이력 등 민감정보에는 비식별화와 반출심사를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도 현장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과 안전을 높여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외부에 제공한 자료가 어떤 AI에 학습되고 어디까지 재사용되는지 알 수 있도록 발주와 계약 단계에서 활용 목적과 결과물의 권리를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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