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인터뷰서 AI 기술을 내부 훤히 보이는 ‘투명한 트로이 목마’에 비유
“젊은 층 중심으로 거부감·회의주의 극에 달해, 기술 제공자 동기 의심해야”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영화 '인터스텔라'와 '오펜하이머'로 유명한, 그리고 내달 5일 국내 개봉 예정인 '오디세이' 등의 거장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최근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해 강한 경계심과 반감을 표출했다.

놀런 감독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영화 전문 유튜브 채널 ‘위고데크립트’와의 인터뷰에서 AI 기술을 ‘투명한 트로이 목마’에 빗대며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AI는 그리스군이 안에 숨어있다는 것을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트로이 목마와 같다”라며 “누구나 그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로 만든 투명한 말”이라고 정의했다.

특히 놀런 감독은 신기술을 향한 대중, 특히 젊은 세대의 거부감에 주목했다. 그는 “이렇게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이 이토록 철저하게 거부당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라며 “현재 모두의 의심이 극에 달해 있고, 특히 젊은 층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AI 기술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드려냈다. 사진은 내달 5일 개봉할 놀런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 /사진=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그는 자녀 세대인 10~20대들이 온라인상에서 AI가 생성한 조악한 저급 콘텐츠를 보자마자 ‘AI 슬롭(AI slop)’이라고 부르며 가차 없이 평가절하하는 현상을 예시로 들었다. 놀런 감독은 이러한 대중적 반감을 “매우 건강한 회의주의”라고 지칭하며 “기술은 항상 우리에게 훌륭한 선물을 주지만, 반드시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신기술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기술을 제공하는 자들의 동기 역시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소 디지털 촬영 대신 필름 촬영을 고집하는 등 아날로그 장인의 면모를 보여온 놀런 감독의 이 같은 발언은 할리우드 영화계 전반에 퍼진 AI 포비아와 맥을 같이 한다. 최근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이 AI 확산 저지를 위해 대규모 파업을 벌인 데 이어, 놀런 감독이 위원장으로 있는 미국감독조합(DGA) 역시 스튜디오들과의 협약에 AI 관련 보호 조항을 명시하는 등 저항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놀런 감독의 이 같은 소신 행보 속에 그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는 전 세계 극장가를 강타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영화 데이터 사이트 ‘더넘버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개봉한 ‘오디세이’는 개봉 첫 주말 북미 3919개 극장에서 1억 2450만 달러(약 1850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놀런 감독 역대 연출작 중 가장 높은 오프닝 스코어다. R등급(17세 미만은 부모 또는 성인과 동반시 입장 가능)인 데다 상영시간이 3시간에 육박하는 악조건 속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압도적이다. ‘오디세이’의 글로벌 누적 매출은 개봉 첫 주말에 2억 6400만 달러(약 3930억 원)를 기록하며 장기 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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