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암초·중국 덤핑 이중고…석화업계, 스페셜티 체질 개선
수정 2026-07-20 15:17:07
입력 2026-07-20 15:17:08
김동하 기자 | rlacogk@mediapen.com
원·달러 24시간 개장에 환 변동성 심화…업계 재무 방어벽 구축 총력
중국 저가 범용제품 물량 공세 고착화…자연적 '시황 반등' 기대감 꺾여
LG화학·롯데케미칼 등 범용 줄이고 '스페셜티 소재' 밸류체인 재편 속도
중국 저가 범용제품 물량 공세 고착화…자연적 '시황 반등' 기대감 꺾여
LG화학·롯데케미칼 등 범용 줄이고 '스페셜티 소재' 밸류체인 재편 속도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중국발 공급 과잉과 단가 하락으로 고전 중인 국내 석화업계가 '환율 변동성 확대'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달 들어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이 본격화되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금융 방어벽을 구축하는 동시에 중국산 저가 제품의 추격을 따돌릴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대규모 화학 설비 증설과 이달부터 시행된 국내 외환시장 야간 개장 여파가 맞물리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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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발 공급 과잉과 단가 하락으로 고전 중인 국내 석화업계가 '환율 변동성 확대'라는 암초를 만났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정부가 원·달러 외환시장의 24시간 개장과 역외거래 개방을 골자로 한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본격 가동하면서 업계의 셈법은 한층 복잡해졌다. 이달 초부터 야간 거래가 활성화되며 글로벌 지정학적 변수나 주요 선진국 통화 정책 흐름이 실시간으로 원화 환율에 반영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나드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상·하방 변동폭마저 크게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재무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원유에서 추출한 기초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 가공한 뒤 이를 다시 수출하는 대표적인 외환 민감 업종이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수입 원자재의 원가 예측이 불투명해지고 최종 제품 수출 시 매출 변동폭이 커져 전반적인 수익성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통상적인 주간 근무 시간 외에도 환율이 요동치면서 리스크 관리의 난이도가 한층 높아졌다.
이에 따라 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기업의 재무 부서들은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이들은 24시간 가동되는 외환 시장 환경에 맞춰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수출입 결제 통화를 다변화하며 환리스크가 밸류체인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장기 통화스왑(CRS)과 선물환 계약 비중을 확대하는 등 금융 헤지(위험분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며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 중국발 공급 과잉 고착화…사이클 반등 기대 끝났나
외환 리스크보다 근본적인 위협은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구조적 공급 과잉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매년 춘절 등 특정 시점의 재고 보충 수요나 노후 설비 폐쇄에 따른 사이클 회복 기대감이 존재했지만 중국발 잉여 설비가 중장기적으로 고착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자연적인 시황 반등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중국은 자국 내 노후 석유화학 설비 일부를 폐쇄한다고 공식화했지만 이와 동시에 고효율 첨단 대형 설비를 대거 증설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올해와 내년에 걸쳐 글로벌 에틸렌 증설 규모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여기에 최신 설비를 갖춘 중동 산유국의 신규 가동 물량까지 더해져 범용 화학 제품의 단가 경쟁력은 바닥을 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나 미·중 무역 분쟁 등 불확실성 속에서도 저렴한 원료를 기반으로 한 중국 티팟(소규모 독립) 정유사들의 공세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지정학적 틈새를 타 확보한 저가 원유를 기반으로 기초유분을 쏟아내며 글로벌 화학 제품 가격 체계를 흔들고 있다.
◆ 스페셜티 중심 사업 체질 개선·생존 전략
버티는 것만으로 수익성 회복이 어려워지자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이 단기간 추격하기 어려운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로 밸류체인을 이동하고 있다. 이들 소재는 반도체, 배터리, 조선, 모빌리티 등 첨단 전방 산업의 성능 및 안전과 직결되고 명확한 기술 스펙을 요구해 단순한 가격 덤핑으로는 대체가 불가능한 고기능성 제품군을 뜻한다.
LG화학은 에틸렌 등 수익성이 악화된 범용 제품 설비를 과감히 합리화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자원을 친환경 플라스틱, 태양광 패널용 고부가 POE(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 이차전지 소재 등 스페셜티 영역에 집중 투입하며 포트폴리오를 대폭 전환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기초유분 중심의 전통적 생산 구조에서 탈피해 수소 에너지 및 고기능성 스페셜티 밸류체인 연계 사업에 역량을 결집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 여파 속에서도 합성고무와 NB라텍스 부문의 제품 스프레드 개선을 이끌어내며 수익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환시장 24시간 개방으로 거시경제 변동성 관리가 까다로워진 데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는 이중고에 처했다"며 "AI 기반 공정 제어 도입으로 내부 효율을 극대화하고, 평가 지표를 제품 단위 수익성과 고객 생애 가치(LTV)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는 등 뼈를 깎는 체질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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