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처 확보해도 착공자금은 별개…설계·인허가·PF 이자는 사업자 몫
LH, 토지비 최대 80%·공사비 분기 지급…민간 자금 공백 줄인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축매입임대 사업의 토지비 지원을 늘리고 공사비 지급 시점을 앞당기면서 공급 확대의 걸림돌로 꼽힌 민간의 선투입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공공이 최종 매입하는 주택임에도 토지 확보부터 착공 초기까지 필요한 자금과 금융비용을 사업자가 먼저 부담해야 해 참여를 주저할 수밖에 없었던 구조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 LH가 신축매입임대의 토지비 지원을 최대 80%로 높이고 공사비 지급 시점을 앞당기면서, 토지 확보부터 착공 초기까지 사업비와 PF 이자를 먼저 부담해온 민간의 선투입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사진=김상문 기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최근 토지확보지원금을 토지비의 최대 80%로 높이고, 착공 이후 공사비를 공정률에 따라 3개월 단위로 지급하는 신축매입약정 개선안을 시행했다. 잔여 토지비와 설계비 등 초기 사업비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도 강화했으며, 올해 이미 접수한 사업에도 소급 적용한다.

신축매입약정은 민간사업자가 토지를 확보해 인허가와 시공을 진행하면 LH가 준공된 주택을 사들여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약정을 맺으면 준공 뒤 매입처는 확보되지만, 사업자가 실제 공사에 들어가기까지 필요한 자금이 곧바로 전액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토지확보지원금은 토지비의 60%가 기본이었다. 도면 협의와 매입약정을 조기에 마쳐도 인센티브를 포함한 지원 한도는 최대 70%에 그쳤다. 사업자는 나머지 토지비와 설계·인허가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자기자본이나 PF 대출로 먼저 마련해야 했다.

토지를 확보한 뒤에도 자금 공백은 이어졌다. 기존에는 골조공사 완료와 준공, 최종 품질점검 등 세 차례에 걸쳐 매입대금이 지급됐다. 착공부터 골조 완성까지 들어가는 공사비를 민간이 먼저 투입하고, 해당 기간에 발생하는 PF 이자도 부담하는 구조였다.

사업 일정이 늦어질수록 부담은 더 커졌다. 인허가나 공사비 검증에 시간이 걸리면 매입대금을 받는 시점도 밀리는 반면, 이미 빌린 사업비의 이자는 계속 쌓이기 때문이다. 매입약정이 준공 뒤 매각 위험은 줄여주지만 착공 전후의 현금흐름까지 해결해주지는 못했던 셈이다.

HUG 보증을 이용하더라도 차입과 상환 책임이 공공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도심주택 특약보증의 주채무자는 신축매입약정을 체결한 민간사업자이며, 금융기관이 사업자에게 실행한 대출의 원리금 상환을 보증하는 구조다. 사업자는 토지비의 10%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먼저 투입해야 하고 보증료와 책임준공 의무도 부담한다.

매입대금이 지급된 뒤에도 보증부 대출의 원리금이 우선 상환된다. 대출을 갚고 남은 금액이 사업자에게 지급되는 만큼, 보증은 자금조달 통로를 넓혀주는 장치이지 민간의 사업비와 금융비용을 대신 부담하는 지원금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구조가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업자의 참여를 제한해왔다고 본다. 공공이 매입가격과 공급 기준을 정하더라도 토지 확보와 인허가, 착공 과정의 자금조달 위험이 민간에 남아 있다면 약정을 체결한 물량도 실제 착공으로 넘어가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번 개편은 약정과 착공 사이의 자금 공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LH는 토지비 지원 한도를 10%포인트 높였고, HUG는 기존에 적기 조달이 어려웠던 설계·인허가비 등 착공 전 초기 사업비까지 보증 범위를 넓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업자가 초기에 직접 조달해야 하는 부담이 토지비의 1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착공 후에는 골조공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공정률을 확인해 3개월마다 공사비를 지급한다. 공사비 연동형으로 이미 약정을 맺은 사업에는 검증이 끝나기 전 먼저 공사를 시작한 뒤 결과를 반영하는 ‘선착공·후공사비 검증’ 방식도 적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신축매입임대는 준공 뒤 매입처가 정해진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동안 토지 확보와 인허가, 착공 초기의 자금과 이자는 사업자가 먼저 감당해야 했다”며 “자금 집행 시점이 앞당겨지면 참여를 검토하던 사업자의 부담을 낮추고 약정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는 속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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