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상위주 줄줄이 '수난사'…섹터 전반 신뢰도 이슈 이어질 듯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또 다시 거대한 신약 잔혹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모습이다. 과거 '인보사 사태'의 비운을 딛고 미국 무대에서 재기를 노리던 코오롱티슈진이 기대했던 미국 임상 3상에서 핵심 유효성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업계 대장주들의 잇따른 악재로 얼어붙었던 코스닥 바이오 투자 심리가 이번 악재로 한층 더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과거 '인보사 사태'의 비운을 딛고 미국 무대에서 재기를 노리던 코오롱티슈진이 기대했던 미국 임상 3상에서 핵심 유효성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사진=김상문 기자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 코스닥 지수 내의 변동성이 제약·바이오 섹터로 인해 다시 한 번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장세는 그나마 반도체와 로봇 섹터의 선전으로 지수 자체는 전일 대비 약 0.6% 정도 상승한 750선을 기록하고 있으나 내실을 보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지난 20일 장 마감 후 코오롱티슈진은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 TG-C(구 인보사)의 첫 번째 미국 임상 3상 결과, 주평가지표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공시하며 시장에 파문을 남겼다. 쉽게 말해 임상이 실패했다는 결과를 공지한 것. 

당장 넥스트레이드 거래가 가능한 코오롱·코오롱생명과학 등의 주가는 곤두박질쳤고, 21일 본장 개장 이후 코오롱티슈진과 코오롱생명과학은 하한가로 직행했다. 코오롱티슈진은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10위권 내에 있었지만 현재 15위로 밀려난 상태이며, 추가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향후 순위가 더욱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임상 3상은 무릎 골관절염 환자 531명을 대상으로 투약 후 12개월 시점의 통증 변화량과 관절기능 개선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자자들은 물론 증권가 애널리스트, 회사 경영진들 역시 임상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막상 나온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약 자체가 효과가 없었다기보다는 위약군의 통증 감소 폭이 너무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위약 주입 자체에 따른 관절강 세척 효과 및 환자들의 기대감 등이 생각보다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측은 이번 임상에 임하면서 과거 임상 2상 등에서 유의성이 확인된 지표 위주로 주평가지표를 보수적으로 배치해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전승호 코오롱티슈진 대표 등을 포함해 경영진이 실패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호언장담했던 터라 주주들은 이번 결과를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TG-C는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이 '넷째 자식'이라 부를 만큼 27년간 공을 들여온 대형 프로젝트로, 이번 사태의 여파는 비단 코오롱티슈진 하나로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오는 10월 발표 예정인 두 번째 임상 3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브랜드 신뢰도와 가치 재평가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남게 됐다.  

또한 이번 사태는 코스닥 시장 전반에도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제약·바이오 섹터 전반에 대한 신뢰도 문제다.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는 올 상반기 내내 간판급 대장주들의 잇따른 악재와 잡음으로 휘청거렸다. HLB의 FDA 승인 보류 파동, 알테오젠의 특허·기술이전 불확실성 제고 등이 맞물리며 지수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 삼천당제약의 경우 어제인 지난 20일엔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21일엔 하한가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바이오 기업들의 입지 또한 현재 대폭 축소됐다. 설상가상으로 덮친 이번 코오롱티슈진의 임상 실패는 바이오 섹터 전반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졌다. 기술성 평가나 유효성 입증이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금 확인되면서 제약·바이오 섹터 투자에 대한 리스크도 재차 부각될 전망이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임상 실패는 TG-C의 약효 부족이라기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강한 위약 효과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짚으면서 "FDA가 최근 1건의 성공적인 임상 3상과 확증 증거만으로도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제시한 만큼 두 번째 임상이 성공할 경우 품목허가 신청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코오롱티슈진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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