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학로 NOL 씨어터 대학로서 프레스콜, 시연과 간담회 개최
차인표·오만석·연정훈 3인 3색 키팅에 관록의 남경읍·박지일 맨파워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교육이란 각자가 살고 싶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깨닫게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의 화려한 조명을 잠시 뒤로하고 생애 처음 대학로 라이브 무대에 오른 차인표는 지금 우리에게 교육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자리를 뜨는 취재진을 향해 못다 한 말이 있다며 진심 어린 교육관을 풀어놓는 그의 모습은, 이미 작품 속 ‘존 찰스 키팅’ 선생님이 비의된 듯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조광화 연출과 이동준 음악감독을 비롯해 존 찰스 키팅 역의 차인표, 오만석, 연정훈, 그리고 교장 미스터 놀란 역의 박지일, 남경읍 등 베테랑 배우들과 신예 출연진이 참석해 작품의 깊은 메시지와 현장의 열기를 전했다.

   
▲ 21일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프레스콜 시연회가 열렸다./사진=미디어펜


데뷔 33년 만의 첫 무대…“내 안의 갇혀 있던 틀을 깨는 과정”

1989년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하고 로빈 윌리엄스의 명연기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이번 연극은, 국내 최초 정식 라이선스 초연으로 개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특히 데뷔 33년 차인 차인표가 생애 첫 연극 도전작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는 점은 단연 최고의 이슈였다.

키팅 역 3인방 중 맏형인 차인표는 “37년 전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봤을 때 ‘네 인생의 시는 무엇인가’라는 키팅의 질문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며 “세월이 흘러 무대에 서고 보니 그때 키팅이 했던 말이 맞았다. 인생은 각자의 선택으로 써 내려가는 드라마이자, 자신을 둘러싼 틀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이번 연극을 통해 배우로서 제 안에 갇혀 있던 틀을 완전히 깨고 싶었다”며 “연출가님과 선배님들이 이끄는 대로 겸손하게 따라가고 있다. 이 작품은 현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넘어, 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에게 ‘무엇을 선택하고 살아갈 것인가’를 묻는 고귀한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차인표의 이 같은 진정성은 동료들과 가족에게도 깊은 감동을 안겼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 박지일은 “차인표 배우의 어머님이 80세가 넘으셨는데, 내게 따로 메시지를 보내오셨다”라며 “‘우리 아들의 연극 공연을 처음 봤는데, 이제 아들의 대표작은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아니라 '죽은 시인의 사회'가 될 것 같다’고 격려해 주셨다”라는 비하인드를 전해 현장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 이날 시연에서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보아온 상징적인 장면들이 극중 키팅 선생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선보였다./사진=미디어펜


“오 캡틴, 나의 캡틴”…전율과 감동의 하이라이트 시연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시연에서는 ‘죽은 시인의 사회’를 상징하는 명장면들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칠판에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을 써 내려가며 주체적인 삶을 일깨우는 키팅 선생의 첫 수업부터, 밤마다 비밀 모임을 결성해 시를 읊으며 자유와 낭만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에너지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특히 극 후반부, 억압적인 학내 권력에 의해 학교를 떠나게 된 키팅 선생을 향해 제자들이 교장의 위협을 뚫고 책상 위에 하나둘 올라서며 “오 캡틴, 나의 캡틴”을 외치는 대목에서는 현장에 참석한 취재진의 감탄과 눈시울을 자극하는 묵직한 감동이 터져 나왔다.

스승을 이끄는 베테랑 3인의 깊이도 다채로웠다. 차인표가 묵직하고 진실한 온기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면, 오만석은 질문을 던지는 스승의 유연함을, 차인표와 마찬가지로 데뷔 후 첫 연극에 나선 막내 연정훈은 “제 연기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작품이다. 매 순간 ‘카르페 디엠’ 하고 있다”라며 청량한 에너지를 보탰다.

   
▲ 세 명의 존 키팅 선생 역할의 연정훈, 차인표, 오만석. 이들은 각각 자신들만의 색깔로 키팅 선생의 모습을 달리 보이게도 했다./사진=미디어펜


학생들의 열연 역시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억압에 저항하는 소년 ‘닐 페리’ 역의 김락현, 이재환(빅스 켄), 찬희(SF9)를 비롯해 ‘토드 앤더슨’ 역의 김태균, 문성현 등 신예 배우들은 격정적인 감정 연기로 사제지간의 밀도 높은 유대를 그려냈다. 특히 배우 이종혁의 아들 이탁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성공적인 연극 데뷔를 알리며 눈도장을 찍었다.

30년 만에 스승과 제자로 만난 오만석·남경읍…정교해진 무대 문법

작품 안팎으로 이어지는 ‘스승과 제자’의 서사는 현장의 감동을 더했다. 키팅의 대척점에 서는 ‘놀란 교장’ 역의 남경읍과 오만석은 30년을 넘어선 스승과 제자의 재회로 눈길을 끌었다. 오만석은 “30여 년 전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연기 학원에 다녔을 때 나를 가르쳐주셨던 스승님이 바로 남경읍 선생님”이라며 “그때의 가르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데, 30년 만에 같은 무대에서 대립하는 역으로 서게 돼 감격스럽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남경읍 역시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던 고3 오만석이 이렇게 훌륭한 배우가 되어 함께 서니 감회가 남다르다”라고 화답했다.

조광화 연출은 원작 영화의 메시지를 무대만의 독자적인 문법으로 치환했다고 자신했다. 조 연출은 “영화가 영상의 힘으로 메시지를 전했다면, 연극은 제한된 공간에서 대사와 안무, 이동준 음악감독의 서정적인 선율을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라며 “키팅과 놀란 교장에게 같은 색감의 의상을 입힌 것 역시, 억압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는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두 인물 모두 학생들에게 중요한 존재임을 시각화한 연출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제도와 규율의 틀에 갇힌 현대인들에게 “너만의 시를 써라”라며 뜨거운 위로와 용기를 건네는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배우들의 뜨거운 열정이 어우러진 이번 작품은 오는 9월 13일까지 서울 NOL 씨어터 대학로 우리카드홀에서 관객들과의 찬란한 교감을 이어간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