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도 '어닝 서프라이즈'…국내 반도체에도 수혜 예상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함과 동시에 인공지능(AI) 인프라 설비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잠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던 빅테크의 'AI 올인' 기조가 다시 한 번 명확해지면서 AI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장기 실적 전선에 한층 더 강한 속도가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최근 국내 증시 변동성이 워낙 커진 만큼 종목별 대응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제기된다.

   
▲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함과 동시에 인공지능(AI) 인프라 설비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사진=김상문 기자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실적발표 이후 국내 증시가 대체로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를 전후로 한 시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2%대 상승률을 나타내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은 것은 맞지만 앞으로도 이어질 빅테크 실적발표가 국내 반도체 투심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흐름은 확인된 셈이다.

알파벳의 이번 실적을 이끈 핵심 동력은 단연 AI와 클라우드였다.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한 1198억 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AI 인프라 수요에 힘입은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무려 82% 폭증한 248억 달러를 달성했다. 클라우드 수주 잔고 역시 5140억 달러로 대폭 늘어나 글로벌 데이터센터 확장 욕구가 매섭게 이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업계의 눈길을 끌어당긴 대목은 설비투자 가이드라인의 상향 조정 부분이다. 알파벳은 올해 전체 CapEx 전망치를 기존 최고 1900억 달러 수준에서 최대 2050억 달러(약 280조 원)로 올려 잡았다. 

내년 투자 규모 역시 올해를 넘어설 것임을 공식화했다. 대규모 투자로 인한 잉여현금흐름 압박 탓에 알파벳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소폭 조정을 받았으나, 반도체 공급망 관점에서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단기 거품이 아닌 실체적 확장 단계라는 점을 명확히 한 '호재'로 풀이된다. 장문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알파벳의 이번 실적발표에 대해 "대규모 투자에도 성장과 수익성이 동시에 확인된 점이 이번 분기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빅테크의 공격적인 AI 투자 확정으로 가장 직관적이고 강력한 수혜가 예상되는 곳은 SK하이닉스다. 알파벳의 AI 서버 확장과 자체 ASIC(TPU) 및 엔비디아 칩 도입 확대는 곧 초고성능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 및 16단 시장에서 압도적인 수율과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빅테크의 투자 증액 결실을 가장 빠르게 실적으로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 가지 변수는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주가 진동이다. 이달 들어 주가가 크게 조정을 받으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한 투자심리가 다소 훼손된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 기술주 투심 또한 함께 흔들리고 있는 와중이라 앞으로도 주가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으나, AI 칩 공급 부족이 지속되는 한 3분기와 4분기 실적 추정치가 연이어 상향 조정되며 외국인과 기관의 강력한 수급 유입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삼성전자 역시 이번 알파벳 실적 발표를 계기로 든든한 실적 방어선과 반등 모멘텀을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신설과 급격한 확장에는 HBM뿐만 아니라 고용량 DDR5 DRAM과 기업용 SSD(eSSD) 등 범용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로 투입된다. 

알파벳의 클라우드 매출이 82%나 뛴 것은 AI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 처리할 대용량 데이터 저장장치 수요가 쏟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서버용 메모리와 NAND 분야에서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을 갖춘 삼성전자로서는 마진 개선에 결정적인 반사이익을 얻게 된다. 여기에 알파벳을 비롯한 빅테크들이 칩 공급망 다변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3E 및 HBM4 공급망 진입 소식이 더해진다면 주가 재평가 흐름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알파벳을 시작으로 이어질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주요 빅테크들의 설비투자(CapEx) 확대 행진은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의 실적을 동시에 떠받치는 견고한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빅테크의 현금 지출 증가에 따른 뉴욕 증시의 숨고르기가 국내 증시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가 곧 한국 반도체의 매출 증가'라는 확실한 공식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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