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투자’ 바쁜 철강업계…노조는 ‘성과급 쟁취’ 몰두
수정 2026-07-27 15:49:43
입력 2026-07-27 15:49:44
박준모 기자 | jmpark@mediapen.com
포스코·현대제철, 올해 임단협 두고 이견 여전
협상 장기화 조짐에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
업계 내에서는 노조 무리한 요구에 비판 목소리
경영 환경 악화 속 탈탄소 투자 늦어질까 우려
협상 장기화 조짐에 파업 가능성까지 제기
업계 내에서는 노조 무리한 요구에 비판 목소리
경영 환경 악화 속 탈탄소 투자 늦어질까 우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수요 침체로 인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노조와의 갈등마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노조의 최후의 수단인 파업까지 현실화될 경우 철강업계 수익성에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단기적인 보상 확대에만 집중하면서 미래 투자와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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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철강업계가 수요 침체로 인해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노조와의 갈등마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 노조의 ‘쟁의대책위원회 출범 및 2026 단체교섭 출정식’ 모습./사진=포스코노동조합 라이브 방송 캡쳐 | ||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오는 28일 2026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15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사는 지난 24일에도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교섭을 이어가게 됐다.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지난해 대비 150% 높아진 성과금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기본급 6만5000원과 성과금 200%에 50만 원을 추가로 제시하면서 여전히 입장 차가 벌어져 있는 상태다.
노사는 이번 주부터 집중 교섭을 통해 접점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성과급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이 커 단기간 내 타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포스코 노사 역시 임단협을 놓고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포스코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올해 목표 영업이익 달성 시 기본급 1.2% 인상과 격려금 200만 원 지급을 제시했다.
노조 측은 사측 제시안에 대해 사실상 임금 동결이라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파업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과 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사측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 파업 등 쟁의행위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포스코 노조도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노조는 이달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92%의 높은 찬성률로 가결돼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유독 노사 간 입장 차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이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파업까지 진행될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자동차, 조선 등 철강재를 소재로 사용하는 다른 산업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영 환경 고려하지 않은 요구에 비판…“미래 투자 위축”
업계 내에서는 이 같은 노조의 움직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철강업체들이 글로벌 수요 침체와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인해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포스코는 올해 1분기 3561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8% 감소한 수치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1분기 적자에서 올해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영업이익은 157억 원으로 수익성 회복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근거로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건설 경기 침체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 노조 측의 요구안을 모두 반영할 경우 포스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1조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포스코 한 해 영업이익이 2조2267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영업이익의 60%를 웃도는 규모다.
또 철강업계의 탈탄소 전환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라는 점에서도 노조의 행보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탈탄소 전환을 위한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상용화해 기존 고로 공정을 대체하는 것이 목표인데, 이를 위해서는 수십조 원에 달하는 장기 투자가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이어질 경우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까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철강업계 내에서는 노사가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라는 공통의 목표를 고려한 현실적인 절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기적인 성과급 논쟁을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는 당연한 행보지만 경영 현실을 무시한 과도한 요구는 산업 전체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며 “노사가 단기적인 이해관계를 넘어 양보와 타협을 통해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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