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국가 전략 경쟁… 반도체·로봇·AI 연결 가속
삼성·LG 등 강점 살릴 시간… 실증·인프라 연계 관건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피지컬AI를 둘러싼 경쟁이 국가 단위 생태계 구축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AI 모델과 반도체, 로봇을 하나의 산업으로 묶는 전략을 추진하는 가운데 일본도 규슈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제조업을 연계한 피지컬AI 거점 조성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주요 기술과 사업 기반을 먼저 확보한 만큼 지금이 국가 차원의 생태계를 완성할 중요한 시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 사진=AI 이미지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국들은 피지컬AI를 차세대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보고 국가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이해를 넘어 실제 공간을 인식하고 로봇과 설비를 제어하는 단계로 진화하면서 반도체와 AI 모델, 로봇, 제조 데이터, 통신망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려는 경쟁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피지컬AI는 AI 모델의 성능만으로 경쟁력이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학습하고 검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만큼 반도체와 로봇, 제조 데이터, 통신망, 실증 환경을 함께 갖춘 국가가 유리한 구조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는 개별 기업보다 산업 생태계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하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AI 넘어 '실제 세계' 선점 경쟁

가장 앞서 있는 곳은 미국이다. 엔비디아는 휴머노이드 전용 AI 플랫폼 '그루트'와 디지털트윈 플랫폼 '옴니버스', 월드모델 '코스모스'를 연계하며 로봇이 가상환경에서 학습하고 실제 공장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GPU와 AI 모델 공급을 넘어 로봇 개발 환경과 시뮬레이션 플랫폼까지 하나로 연결하며 생태계 주도권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또 다른 AI 강국인 중국은 제조 역량을 앞세운 실증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유니트리'를 비롯한 기업들은 제조 현장을 중심으로 상용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AI와 제조업 경쟁력을 결합해 실제 산업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일본까지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그동안 AI 경쟁에서는 다소 존재감이 약했던 일본은 최근 규슈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제조, AI를 결합한 새로운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섰다.

특히 일본 정부와 산업계는 규슈를 중심으로 TSMC를 비롯한 반도체 공급망과 자동차·로봇 산업을 연계한 피지컬AI 거점을 조성하고 있다. AI 반도체부터 로봇, 제조 현장까지 하나의 산업 클러스터 안에서 실증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을 단순한 지역 개발이 아니라 제조 강국의 경쟁력을 AI 시대로 확장하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 산업 전략에 강점을 보여온 일본이 피지컬AI 분야에서도 국가 차원의 투자와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국내 업계도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는 분위기다.

◆ 한국, 기업 강점 넘어 생태계 연결할 때

한국은 피지컬AI를 구성하는 핵심 기업들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와 온디바이스 AI, 로봇 기술을 확대하고 있으며 LG전자 역시 스마트팩토리와 HVAC, 산업용 로봇 사업 등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디지털트윈과 1784를 기반으로 실제 공간에서 AI와 로봇을 운영하는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통신업계와 SI 기업들도 피지컬AI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제조 AX, 초저지연 네트워크 구축이 확대되면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비롯해 삼성SDS, LG CNS 등 SI 기업들도 제조 현장과 물류, 공공 분야로 AI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가 실제 설비와 로봇을 제어하는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통신망과 데이터 처리 역량이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와 제조, 통신, AI 플랫폼 등 피지컬AI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대부분 확보하고 있지만 이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피지컬AI는 제조업 기반이 탄탄할수록 실제 학습 데이터와 실증 환경을 확보하기 쉽고, 이를 바탕으로 AI 모델과 로봇을 빠르게 고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 강국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분야로 꼽힌다. 

최근 일본도 규슈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제조, AI를 연계한 산업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이 먼저 확보한 제조 AX와 스마트팩토리, 로봇 분야의 경험을 얼마나 빠르게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개별 기업의 경쟁 우위가 계속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공동 실증과 데이터 연계, 인재 양성, 전력·용수 등 기반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피지컬AI 시대에는 특정 기업의 기술 경쟁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산업 전반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고 실제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도 이미 확보한 반도체와 제조, 통신, AI 역량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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