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의의 화재 사고로 중환자실 치료받던 중 끝내 사망해
'창백한 얼굴들'·'구살돼지'로 독립 애니메이션 지평 연 연출가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내달 5일 개봉을 앞두고 한참 홍보 중이던 애니메이션 '구제역에서 살아돌아온 돼지(이하 구살돼지)'의 허범욱 감독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들려와 영화계가 안타까워하고 있다. 

한국독립영화협회와 배급사 인디스토리에 따르면 허 감독은 최근 불의의 화재 사고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28일 오전 향년 4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영화는 오는 8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었으며, 불과 며칠 전인 24일 예정되었던 시사회 역시 고인의 급작스러운 사정으로 취소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 애니메이션 '구제역에서 살아돌아온 돼지'의 연출자인 고 허범욱 감독이 28일 세상을 떠났다./사진=인디스토리 제공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故) 허범욱 감독은 10대 시절 시인과 소설가를 꿈꾸다 우연히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NFB) 단편 애니메이션 특별 상영회를 접한 뒤 연출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한국영화아카데미 등에서 창작 기틀을 다진 고인은 2014년 첫 장편 '창백한 얼굴들'로 제30회 홀랜드애니메이션영화제 장편 부문 대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독보적인 연출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고인의 유작이 된 '구살돼지'는 특유의 독창적인 시선과 강렬한 메시지로 국내외 평단의 찬사를 한 몸에 받은 명작이다. 구제역 살처분이라는 비극적 현장에서 기적적으로 생존한 돼지와, 가혹한 현실 속에서 차라리 짐승이 되기를 원하는 한 청년의 잔혹하면서도 묵직한 서사를 그렸다. 

삶과 죽음,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2024년 제작 이후 세계 최대 규모인 프랑스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 초청되는 성과를 이뤘다. 또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언급, 서울독립영화제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 최우수작품상 수상이라는 금탑을 쌓으며 독립영화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독보적인 예술 세계로 독립 애니메이션의 지평을 넓혀온 허범욱 감독의 비보에 영화계와 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비록 감독은 떠났지만, 그의 뜨거운 작가 정신이 담긴 유작 '구살돼지'는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으로 기억될 것이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한강성심병원 장례식장 특3호실에 마련되었으며,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8시,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한편 제작사인 (주)인디스토리 측은 28일 고인의 별세로 인해 내달 5일 개봉 예정이던 '구제역에서 살아돌아온 돼지'의 개봉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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