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 현대차·기아, EV 수익성 딜레마
수정 2026-07-28 16:22:55
입력 2026-07-28 16:21:08
김연지 기자 | helloyeon610@gmail.com
2분기 매출 늘었지만 영업이익 나란히 뒷걸음질
소형 EV·현지생산으로 중국 저가 공세 정면대응
소형 EV·현지생산으로 중국 저가 공세 정면대응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전기차 판매 확대와 수익성 방어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판매량과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하지만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이 거세지면서 판매 증가가 이익 확대로 이어지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2분기 나란히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은 49조21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조8509억 원으로 20.8%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5.8%로 낮아졌다. 현대차는 협력사 가동 차질에 따른 생산 제약과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 관세 부담 등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기아 역시 2분기 매출이 33조370억 원으로 12.6%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2조6285억 원으로 4.9%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보다 1.4%포인트 하락한 8.0%를 기록했다. 매출원가율도 인센티브 증가와 미국 관세 영향 등으로 1.7%포인트 오른 81.7%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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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판매 늘었는데 이익 뒷걸음…EV 가격 경쟁 부담
기아의 2분기 전동화 차량 판매는 29만6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0% 증가했다. 전체 판매에서 전동화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 동기보다 11.9%포인트 높아진 35.3%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순수전기차 판매는 11만 대로 88.4% 급증했다. 국내에서는 3만8000대로 123.4%, 서유럽에서는 5만2000대로 101.5% 늘었다. 하이브리드 판매도 17만8000대로 61.0% 증가했지만 유럽 전기차 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판매 확대에 필요한 비용 부담도 함께 커졌다.
기아는 국내와 서유럽에서 중국 전기차 브랜드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조정하고 인센티브 지원을 확대한 것이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의 원가 부담이 큰 전기차는 가격 인하와 판매 장려금까지 겹치면 판매량 증가가 이익률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현대차는 2분기 전동화 차량 판매 증가 폭이 1.7%에 머물렀고, 판매 구성도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 중심이었다. 하이브리드와 순수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를 합친 전동화 판매는 26만6627대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역대 분기 최대인 18만7661대를 기록했고 순수전기차는 6만9366대가 판매됐다. 현대차의 영업이익 감소에는 미국 관세와 원자재 가격, 생산 차질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현대차도 유럽에서 소형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면서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대형·고급 차종보다 차량 한 대당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운 소형차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가격까지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현지 생산을 통한 비용 절감과 전기차 원가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외형 성장에도 수익성 부담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중국 전기차 유럽 공세 가속…현지 생산으로 점유율 사수
유럽은 현대차·기아가 수익성 부담에도 물러서기 어려운 핵심 시장이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른 데다 강화되는 탄소 규제에 대응하고 향후 성장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 기반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EU의 순수전기차 등록은 122만890대로 전체 신차 시장의 20.7%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15.6%보다 5.1%포인트 높아졌으며, 휘발유차와 디젤차의 합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37.8%에서 29.7%로 낮아졌다.
전동화 중심으로 시장 구조가 재편되는 사이 중국 업체들은 빠르게 외형을 키우고 있다. EU와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영국을 합친 시장에서 BYD의 상반기 등록 대수는 17만4144대로 전년 동기보다 145.5% 증가했다. 체리는 15만5800대로 305.8%, SAIC모터는 18만659대로 18.0%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 등록 대수는 53만4525대로 0.8% 감소했고, 합산 점유율도 7.9%에서 7.4%로 0.5%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업체가 유럽 내 생산 기반까지 갖추면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BYD는 올해 4분기 헝가리 세게드 공장에서 차량 조립을 시작할 계획이다. 초기 생산 차종으로는 소형 전기차 돌핀 서프가 예정돼 있다. 현지 생산 물량은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기차에 부과되는 EU 추가관세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어, 생산이 본격화하면 BYD의 가격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도 유럽 수요에 맞춘 소형 전기차와 현지 생산으로 맞서고 있다. 현대차의 소형 전기 해치백 아이오닉3는 유럽에서 개발됐으며 튀르키예 이즈미트 공장에서 생산된다. 기아는 지난 3월 슬로바키아 질리나 공장에서 EV2 생산을 시작했고, 6월부터는 EV2 GT라인도 생산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유럽 시장과 가까운 생산 거점을 활용해 물류비를 줄이고 시장 변화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기아가 단기적인 수익성 부담에도 유럽 점유율 방어에 나서는 것은 한 번 약화된 판매 기반을 되찾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가격과 인센티브를 조정해 중국 업체의 공세에 대응하되, 장기적으로는 현지 생산과 대중형 전기차 확대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럽 내 판매 기반을 지키면서 전기차 원가와 판촉 비용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향후 수익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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