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 아파트 22.2%…1년 새 43만6000가구 증가
정부 정비·그린리모델링 가동…지방·소규모 단지는 관리 사각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전국 아파트의 노후화가 빨라지면서 재건축만으로는 늘어나는 정비·수선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노후계획도시 정비와 장기수선충당금, 그린리모델링 지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업성이 낮은 지방·소규모 단지까지 포괄할 재원과 전문 관리체계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 전국 30년 이상 아파트가 295만3000가구로 늘어난 가운데 재건축 사업성이 낮은 지방·소규모 단지는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리 역량에 의존하고 있어 수선금융과 전문 관리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3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11월 1일 기준 건축 후 30년 이상 지난 아파트는 295만3000가구로 전체 아파트의 22.2%를 차지했다. 전년 251만7000가구에서 43만6000가구 늘었고, 비중은 19.4%에서 2.8%포인트 상승했다.

건축 후 30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곧 구조적 위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공급된 아파트의 배관과 방수, 승강기, 냉난방·전기설비 등이 잇따라 교체 시기를 맞으면서 대규모 수선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수선 부담은 개별 아파트 단지를 넘어 공동주택 관리체계 전반의 문제로 이어진다. 정부도 정비사업과 장기수선, 에너지 성능개선 등 대응 제도를 가동하고 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통해 대규모 계획도시의 통합정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올해 5월에는 제도 보완을 위한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장기수선계획과 장기수선충당금 제도가 마련돼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는 장기수선계획을 3년마다 검토해야 하며, 관리주체는 주요 시설의 교체·보수에 필요한 충당금을 주택 소유자로부터 걷어 적립하도록 돼 있다.

민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을 높이기 위한 그린리모델링 이자지원도 올해 재개됐다. 2016년 1월 1일 이전 사용승인을 받은 민간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개선 공사비를 대출받으면 4.5~5.5%포인트의 이자를 지원한다. 공동주택은 최대 3000만 원의 공사비 대출을 대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각 제도의 대상과 역할에는 차이가 있다.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대규모 계획도시를 대상으로 하고, 재건축은 일반분양 수입과 주민 분담금 등을 통해 사업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린리모델링도 단열과 창호, 냉난방 등 에너지 성능개선이 중심이어서 노후 배관과 방수, 승강기 등 공동주택 전반의 장기수선과는 지원 범위가 다르다.

이 같은 수선은 단지별로 적립한 장기수선충당금과 관리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 특히 재건축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지방 단지나 전문 관리인력이 부족한 소규모 공동주택은 기존 건물을 계속 사용하기 위한 유지·보수 체계의 중요성이 더 크다.

부산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부산형 장기수선제도 개선 방안’은 이 같은 문제를 지역 단위에서 보여준다.

부산지역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절반 이상이 이미 노후 단계에 들어섰으며, 향후 5년 안에 약 65%가 노후 공동주택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부산의 장기수선충당금 적립 수준은 전국 최저 수준으로 분석됐고, 원도심에는 의무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소규모 공동주택이 많아 관리 사각지대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공동주택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적정 장기수선충당금 적립기준 부재와 충당금 사용기준 해석의 혼선, 장기수선계획 검토 과정의 전문성 부족, 공사비 산정의 어려움 등이 문제로 나타났다. 건축 경과 연수가 늘어날수록 충당금 부족 문제도 심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건축의 대안으로 꼽히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도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착공면적 기준 전체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차지한 비중은 0.5%에 그쳤다. 해당 통계의 공동주택에는 아파트와 연립·다세대주택이 포함된다.

부산연구원은 장기수선계획의 초기 적정성을 검증하고 단지 규모별 공공 전문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와 통합관리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규모 수선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장기수선기금 도입도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이 어려운 노후 공동주택은 장기수선과 부분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 성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단지별 재정 여건의 차이를 보완할 수 있도록 수선금융과 전문 관리 지원을 함께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