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는 내리는데 보상은 미정…준혁신형 제도 공백 논란
정부는 혁신 유도 강조…제약업계, "시행 순서부터 잘못"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제네릭 의약품 약가를 최대 16% 낮추는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우대 대상인 '준혁신형 제약기업'의 인증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업계는 약가 인하는 확정하고 보상 장치는 비워둔 채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정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시행 연기와 보완을 촉구하고 있다.

   
▲ 8월부터 시행되는 제네릭 의약품 약가 인하로 인해 제약업계의 고충이 깊어지는 가운데 우대 대상 기준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30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8월 1일부터 제네릭 의약품 약가 산정체계를 전면 개편한다. 자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실시와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등 기준요건을 모두 충족한 제품의 약가 산정률은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에서 45%로 낮아진다.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36%,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9%가 적용된다. 기등재 품목 역시 등재 시점에 따라 그룹을 나눠 2036년까지 10여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약가가 조정된다. 정부는 과도한 제네릭 난립을 막고 연구개발 중심 산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 혁신형은 준비됐는데…준혁신형은 '기준도 없이 시행'

정부는 약가 인하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인센티브를 마련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신제품에 최대 60%의 약가 가산을 받고 기존 품목에도 49% 특례 산정률을 적용받는다. 새롭게 도입되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역시 50% 약가 가산과 47% 특례 산정률을 적용받도록 설계됐다.

문제는 준혁신형 제약기업의 세부 인증 기준이 시행 직전까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평가 항목을 기존 25개에서 17개로 줄이고 심사 총점을 120점에서 100점으로 조정하는 등 제도 정비를 마쳤지만 준혁신형은 R&D(연구개발) 투자 비중 등 일부 방향만 제시됐을 뿐 구체적인 평가 방식과 인증 절차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약 20개 안팎의 중견 제약사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어떤 기업이 실제 혜택을 받을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약가 인하는 8월 1일부터 즉시 시행되는 반면 이를 보완할 우대 제도는 사실상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중소·중견 제네릭 중심 제약사들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충분한 대형사는 혁신형 또는 준혁신형 인증을 통해 일부 충격을 상쇄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약가 인하 영향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약가만 먼저 내리나"…14년 만의 개편에 업계 반발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경./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제약업계는 이번 개편을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이후 가장 큰 제도 변화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5개 단체로 구성된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안 발표 이후 지속적으로 시행 연기를 요구해 왔다.

비대위는 정부가 제시한 45% 산정률이 업계가 제안한 최소 수준인 48%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약가 인하에 따른 연간 최대 3조6000억 원의 매출 감소와 최대 1만4800명의 고용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특히 지난 13일 의견수렴 마감 과정에서도 "혁신을 유도하겠다며 만든 제도라면 최소한 준혁신형 인증 체계부터 마련한 뒤 약가를 조정하는 것이 순서"라며 "인증 기준조차 없는 상태에서 약가 인하를 먼저 적용하는 것은 정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개편이 제네릭 난립을 막고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행 이후에도 준혁신형 인증 기준과 후속 보완책을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인센티브를 받을 대상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약가부터 인하하는 것은 현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최소한 준혁신형 인증 기준과 절차를 확정한 뒤 제도를 시행해야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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