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국내 녹색채권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일반채권 대비 뚜렷한 경제적 유인이 부족하고 복잡한 발행 절차가 시장 확대를 제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녹색채권 활성화를 위해 발행·관리 절차를 간소화하고 적격 프로젝트와 투자자 기반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한국은행 전경./사진=한국은행 제공.


1일 한국은행은의 BOK 이슈노트-국내 녹색채권 발행여건 점검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녹색채권 시장은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발행 유인이 제한적이고 시장 저변도 충분히 확대되지 못했다. 

녹색채권은 조달한 자금을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건축,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 사업에만 사용하는 특수목적채권이다. 자금 사용처를 제한하고 외부 검토와 사후보고를 의무화해 일반채권보다 투명성과 신뢰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 녹색채권 시장은 2018년 첫 발행 이후 빠르게 외형을 키웠다. 발행 규모는 2018~2020년 3조원에서 2021~2025년 40조6000억원으로 늘었고, 발행기관 수도 같은 기간 12개에서 220개로 증가했다. 금융기관 중심이던 발행 주체도 일반기업과 공공기관으로 확대됐으며, 녹색채권 발행기관의 탄소집약도가 낮아지는 등 기업의 탄소중립 투자와 연계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러나 성장세에 비해 시장 규모는 아직 주요국에 못 미친다. 지난해 기준 녹색채권은 전체 채권 발행액의 1.8%에 그쳐 주요국 평균인 4.0%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발행도 신용도가 높은 일부 기관에 집중됐고 자금 사용처 역시 특정 분야에 편중돼 시장 기반이 충분히 넓어지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은은 이 같은 배경으로 녹색채권의 경제적 유인이 크지 않다는 점을 지목했다. 발행기관 설문조사 결과 친환경 경영 의지 표명과 ESG 투자자 확보 등 비재무적 요인이 주요 발행 동기로 꼽혔다. 반면 일반채권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되는 '그리니엄(Greenium)' 효과가 일부 존재하고 정부의 이차보전 지원도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발행비용 측면에서 일반채권과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일반채권에는 없는 외부 인증과 사후보고 의무까지 더해지면서 발행기관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응답기관들은 발행 이후에도 추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부합하는 사업을 발굴하기도 쉽지 않다고 답했다.

특히 금융기관은 녹색대출을 기반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과정에서 녹색채권 기준과 녹색대출 기준을 각각 적용받아 유사한 검토와 보고 업무를 반복해야 하는 점도 대표적인 애로사항으로 지적했다.

한은은 녹색채권 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행·보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정부의 이차보전 지원을 유지·보완하는 한편, 유통시장 정보 공개 확대와 관련 투자상품 개발 등을 통해 투자 기반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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