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제개편]시장에 최후통첩 날렸지만…"'똘똘한 한 채' 못 잡는다"
수정 2026-08-04 10:46:50
입력 2026-08-04 10:23:14
박소윤 기자 | xxoyoon@daum.net
주택 수 대신 자산가액·실거주로…부동산 세제 틀 바뀐다
종부세 46억부터 세율 껑충…양도세도 거주기간이 핵심
정부 "형평성 회복"…시장 "가격 안정 효과는 미지수"
종부세 46억부터 세율 껑충…양도세도 거주기간이 핵심
정부 "형평성 회복"…시장 "가격 안정 효과는 미지수"
[미디어펜=박소윤 기자]정부가 부동산 세제의 근간을 바꾼다. 지금까지 세금을 매기는 잣대는 '몇 채를 가졌는가'였다. 앞으로는 '얼마짜리 집에, 직접 살고 있는가'가 기준이 된다. 실거주자의 부담은 낮추고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에는 세금을 더 물려 조세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실거주를 우대하고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방향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도, 이번 개편이 매물 출회와 가격 안정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반응이다. 세제가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시장의 오래된 습성까지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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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대대적인 부동산 세제 수술에 착수하면서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주택 수' 중심이던 과세 체계를 '자산가액·실거주' 중심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골자로, 실거주 혜택은 확대하고 고가주택과 비거주 주택에는 부담을 높여 조세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취지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 종부세 대상 줄지만…'35억'부터 세금 늘고 '46억'부터 급증
정부는 지난 3일 종부세 기본공제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부동산 세제 전반을 손질하는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핵심은 주택 가격대와 실거주 여부에 따라 종부세 부담을 차등화하는 것이다. 과세 대상은 줄이되 초고가 주택의 부담은 끌어올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종부세를 내는 1주택자 수는 감소하지만, 일정 가격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세율 인상과 과세표준 확대가 맞물리면서 부담이 가파르게 불어나는 구조다.
우선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과세 기준이 공시가격 12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상향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적용하면 과세 대상 기준이 기존 시가 약 17억4000만 원에서 약 20억 원으로 높아지는 셈이다. 다주택자는 현행처럼 공시가격 합산 9억 원 초과 기준이 유지된다.
가격대별 희비는 뚜렷하다. 정부 분석을 보면 실거주 1가구 1주택자는 시가 30억 원 안팎까지는 종부세가 오히려 줄거나 현행과 큰 차이가 없다. 기본공제 확대 효과가 세율 인상분을 상쇄해서다.
그러나 시가 35억 원 안팎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과 세율 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면서 세 부담이 늘기 시작한다. 시가 35억 원 주택은 현행 대비 약 10.7%, 40억 원 주택은 23.8%까지 세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부담이 가장 크게 뛰는 구간은 시가 45억 원 이상이다. 이 가격대부터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으로 과세표준이 상위 구간으로 밀려 이동하면서 세율까지 한 단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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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편되는 세율표./사진=재정경제부 | ||
실제 정부는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 자체도 높이기로 했다. 1가구 1주택자와 지방 1·2주택자는 현행 60%에서 2027년 이후 70%로,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1가구 1주택자 제외)는 2027년 70%를 거쳐 2028년 80%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 가운데 종부세 과세표준을 산정할 때 반영하는 비율이다. 이를 상향 조정할 경우 세율을 직접 건드리지 않더라도 보유세 부담이 커진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해당 비율이 80%에서 최대 95%까지 높아졌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60%로 인하된 바 있다.
현재 과세표준 6억~12억 원 구간에서 1.0% 세율을 적용받던 주택이 내년에는 12억~25억 원 구간 1.5% 세율로, 2028년에는 2.0%로 인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제 구조는 '거주냐 아니냐'로 갈린다. 종부세 기본공제는 실거주 1가구 1주택자가 12억→14억 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9억 원으로 축소된다.
여기에 보유기간 공제도 점진적으로 사라지면서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은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일례로 60세가 10년간 보유만 해온 시가 20억 원 주택의 종부세는 현행 27만6000원 수준에서, 2028년에는 152만1000원으로 급증하게 된다.
◆ 양도세도 수술…장특공 손질하고 다주택자 퇴로 연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체계도 '보유'에서 '거주' 중심으로 판이 새로 짜인다. 지금까지 1가구 1주택자는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에 대해 각각 연 4%(최대 40%)씩 공제를 받아 최대 80%까지 혜택을 챙길 수 있었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거주기간에 대해서만 연 8%씩 공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10년 이상 실제 거주해야 최대 80% 공제를 받을 수 있고, 실거주 없이 보유만 한 기간은 더 이상 공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도는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2028년에는 거주 연 6%·보유 연 2%를 함께 적용하는 과도기를 거친 뒤, 2029년부터는 거주기간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된다.
다주택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는 보유기간에 따라 연 2%씩 최대 30%까지 공제받을 수 있지만, 2029년부터는 거주기간을 기준으로 연 2%씩 최대 30%를 공제받도록 바뀐다. 장기간 보유 자체보다 실제 거주 여부를 우대하는 쪽으로 양도세 공제 체계 전반을 재편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반대로 실거주자에 대한 혜택은 커진다. 10년 이상 거주한 1주택자(양도가액 30억 원 이하)의 양도세 기본공제는 250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10배 확대된다.
다주택자에게는 매도 출구도 열어준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세율을 2027~2028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를 각각 더하고 있지만, 2027년에는 2주택자 5%포인트·3주택 이상 10%포인트, 2028년에는 각각 10%포인트와 15%포인트만 가산한다.
적용 대상은 2027년 1월 1일 이후 양도하는 2년 이상 보유 주택이다. 다만 올해 양도분이라도 내년 예정·확정신고를 하는 경우에는 완화된 중과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다.
◆ 세제 뜯어고쳐도…'똘똘한 한 채'는 그대로?
이재명 정부의 세제 개편안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정부는 자산가액과 실거주 여부를 축으로 과세 체계를 재편해,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10억 원대 주택 세 채를 나눠 가진 다주택자보다 공시가격 30억 원짜리 아파트 한 채를 가진 사람이 오히려 종부세를 덜 내던 역전 현상을, 이번 기회에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번 개편안이 실제 주택 보유 행태를 변화시키거나 매물 출회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자산 계층은 세 부담이 다소 늘더라도 기존 자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오히려 그 아래 계층은 바뀐 과세 기준에 맞춰 자산을 재편하면서 새로운 기준선에 맞는 '똘똘한 한 채'를 선택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세 기준이 달라졌다고 해서 고가주택 선호 자체가 사라지기보다는 시장이 새로운 기준에 맞춰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김학렬 소장은 "이번 개편으로 '똘똘한 한 채' 선호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수요가 실거주 가능한 고가 1주택이나 새 과세 기준선 이하 주택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율 체계를 수술해도 '한 채에 자산을 몰아넣는' 행동 양식 자체는 유지되고, 다만 그 한 채의 조건만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주택자의 매도 유인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정부는 종부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동시에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풀어 '지금 팔라'는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세 부담 완화만으로 매도 심리가 살아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양도세 중과 유예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정책의 일시성을 시장이 이미 학습한 터라, 이번에도 관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학렬 소장은 "정부는 '지금 팔면 세 부담을 낮춰주고, 2029년까지 보유하면 다시 원래 수준으로 과세하겠다'는 시간표를 제시한 것"이라며 "시장이 이 시간표를 그대로 받아들일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짚었다. 2029년에도 다시 유예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남아 있는 한, 굳이 서둘러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고가주택은 일부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20억 원 이하 주택은 비거주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실거주 전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시장에 풀리는 매물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체감 세 부담의 크기와 시점도 변수다. 김학렬 소장은 "종부세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이 함께 반영되는 '곱셈 구조'"라며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이 동시에 오르면 체감 세 부담은 계산상 수치보다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세부담 상한을 200%로 높였다는 것은 정부도 세액이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하는 사례를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 임대인 겨눈 세제 개편, 총알은 세입자가 맞는다
이번 세제 개편의 파급 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날 곳으로 임대차시장이 꼽힌다.
이번 개편으로 임대 의무기간 종료 후 등록이 말소된 주택에도 유지돼 온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우대 혜택이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상생임대주택 등 임대 관련 세제 지원 체계도 함께 손봐진다. 등록임대주택에 오랫동안 붙어 있던 혜택을 걷어내, 비거주 보유 주택을 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 내 장기일반민간임대(8년)와 단기민간임대(4년) 매입임대 아파트 등 주택에 적용해 온 양도세 중과 배제와 장특공제 우대 혜택을 순차적으로 정비한다. 다만 비아파트 매입임대와 조정대상지역 외 아파트, 건설임대주택 등은 기존 세제 지원을 지속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시장에 매물을 유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기대와 다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등록임대사업자를 포함한 비거주 1주택자·다주택자는 전월세 공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임대인이기도 하다. 이들에 대한 세제 혜택이 줄고 보유세가 늘어나면, 그 부담은 임대료 인상이나 임대차 시장의 타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이 겨눈 것은 다주택·비거주자지만, 정작 가장 크게 충격을 받는 쪽은 임차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등록임대사업자가 세 부담 증가를 피해 매도 대신 직접 거주를 택하거나 아예 임대사업을 정리할 경우, 오히려 임대 공급이 줄어드는 역설이 벌어질 수 있다. 보유 비용 상승분이 임대료에 반영되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임대인이 늘면서 월세화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학렬 소장은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을 곳은 임대차 시장"이라며 "비거주 1주택자와 다주택자가 전세 공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만큼, 등록임대주택 세제 혜택이 축소되고 실거주 유인이 강화되면 임대 물량이 줄고 이는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은형 연구위원도 "임대시장은 단기적으로 일부 위축되고, 장기적으로는 위축 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민간 임대주택 공급 자체가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인 데다, 공공이 임대 수요를 모두 흡수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 보유세만 세게…거래세 완화 빠진 '반쪽 개편'
다수 전문가들이 그동안 부동산 세제 개편의 방향으로 제시해 온 원칙은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다. 보유 부담을 높이는 대신 거래 비용을 낮춰 주택 이동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논리다.
거래세가 그대로인 채 보유세만 오르면, 매도 대신 세 부담을 감수하며 '버티기'에 들어가는 보유자가 늘고, 그 부담이 임차인에게 전가돼 무주택 청년 등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처방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무게중심이 보유세 쪽으로 쏠렸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2027~2028년 한시적으로 완화해 처분 기회를 열어주긴 했지만, 이는 매도 시기를 앞당기려는 유인책일 뿐 거래세 구조 자체를 낮춘 것은 아니다.
김인만 소장은 "보유세를 올렸다면 거래세도 함께 낮춰야 한다"며 "이번 개편안은 거래세와 관련해서는 한시적 완화 외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고 꼬집었다.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가 짝을 이뤄야 주택 이동이 촉진되고 정책 효과도 커지는데, 이번 개편안은 그 '패키지'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이 '주택 수' 중심에서 '자산가액·실거주' 중심으로 조세 체계의 방향을 바꿨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다만 세제 손질만으로 주택 시장의 흐름 자체를 돌려놓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매도·보유 심리를 실제로 움직이려면 공급 확대와 시장 신뢰 회복 같은 보완책이 함께 따라줘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매도냐 보유냐를 가르는 핵심은 결국 개인이 매년 얼마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감수할 여력이 있는지"라며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수요'만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제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학렬 소장 또한 "실거주 중심 과세와 자산가액 기준 전환은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공급 확대 없이 세제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어 "조세 저항은 세금이 발표될 때가 아니라 고지서가 도착할 때 터진다"며 "2028년 11월이 이번 개편안의 진짜 심판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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