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현의 아틀라스] "에어컨 없었으면 어쩔 뻔"…세상 바꾼 건 정치 아닌 기업
수정 2026-08-04 11:09:08
입력 2026-08-04 11:09:11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폭염 속 에어컨부터 식세기까지… 삶의 질 바꾼 건 ‘기업 혁신’
중국 추격 속 분투하는 가전 산업, 민생 시작은 기업 활력 제고
중국 추격 속 분투하는 가전 산업, 민생 시작은 기업 활력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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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우현 산업부 기자 | ||
그러나 이는 본질을 오해한 분석이다. 가사 시간이 드라마틱하게 줄지 않은 이유는 혁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청결과 위생이 차원이 다르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며칠씩 입고 나서야 빨았던 옷을 이제 하루만 입어도 세탁통에 던져 놓고, 몇 시간 만에 말려 입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기름때를 제거하려면 수세미와 씨름해야 했지만 이젠 고온 살균 세척으로 대체됐고, 큰마음 먹고 해야 했던 걸레질은 로봇청소기가 돌아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 물론 여전히 모든 가정이 첨단 가전을 누리고 살고 있진 않다. 하지만 그 옛날 귀했던 텔레비전과 세탁기가 필수 가전이 됐듯 지금의 고급 가전 역시 그렇게 될 것이다. 인류는 그렇게 발전해 왔으니까.
여하간 과거에는 체력과 시간, 기술의 한계 때문에 타협하며 살았던 '덜 깨끗한 삶'을 기술의 혁신을 통해 '압도적으로 깨끗한 삶'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다. 사실 눅눅한 옷이나 기름때 묻은 그릇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제아무리 게으른 사람이라도 몸이 귀찮아 움직이지 못할 뿐,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을 마다할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당연한 인간의 본능을 일상으로 끌어올린 것이 바로 기술이다.
여름철 에어컨 역시 마찬가지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에어컨은 '부의 상징'이자 전기세 폭탄을 감수해야 하는 특수 가전이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채와 선풍기에 의존하며 여름을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초고효율 인버터 기술과 미세한 바람을 제어하는 무풍 기술이 더해지면서 폭염 속에서도 쾌적한 실내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피서를 위해 피난하듯 길을 떠나지 않아도, 안방에서 무더위를 제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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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에어컨은 '부의 상징'이자 전기세 폭탄을 감수해야 하는 특수 가전이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채와 선풍기에 의존하며 여름을 '견뎌내는' 수밖에 없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
중요한 건 우리를 고된 가사 노역과 더위에서 해방시키고 삶의 질을 끌어올린 건 고상한 도덕경이나 정치권의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량 생산과 기술 혁신으로 문명의 이기를 만들어낸 기업이라는 존재였다. 물론 가전제품의 뼈대를 처음 세운 건 서구권이다. 그러나 그 발명품 위에 완성도를 높인 건 다름 아닌 우리 기업들의 집요함이었다. 밥풀이 눌어붙은 오목한 한국식 식기를 기어코 닦아내는 고온 스팀 기술을 개발하고, 세탁부터 건조까지 한 통에서 끝내는 일체형 세탁건조기로 빨래의 공식을 바꿨으며, 미세먼지를 털어내는 의류관리기라는 세상에 없던 영역을 만들어 낸 과정이 그렇다.
서구의 원천 기술을 넘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피땀 어린 노력이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에 '새로운 청결의 기준'을 이식하며 글로벌 시장을 호령해 온 것이다. 이처럼 치열했던 혁신의 역사를 알기에, 최근 로봇청소기나 저가형 가전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단순한 복제를 넘어 헐값 물량 공세로 우리 기술력을 위협해 오는 상황을 보고 있자면 씁쓸함이 밀려온다. 똑같다고 하기엔 비약이지만 우리 역시 그렇게 성장해 왔다. 이 또한 냉혹한 역사의 과정이고 여기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기술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기업들을 보며 만감이 교차하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언제나 기업이었다. 지금의 험난한 파고를 이겨낼 주체 역시 기업일 수밖에 없다. 우리 가전 산업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이유다. 이 절실한 마음을 정부도 똑같이 품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권이 입버릇처럼 부르짖는 민생은 탁상공론 속 규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에 있다. 세상을 바꿔온 우리 기업들이 포기하지 않고 다음 혁신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세상이 화답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