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한국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피' 장세 속에서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 투자자예탁금이 두 달 새 36조원 넘게 감소한 가운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자금 일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예금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 한국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피' 장세 속에서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빠르게 몰리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84조9399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35조5401억원 증가했다. 지난 5월(+7조5327억원), 6월(+4조6837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간 것으로 월간 증가 폭은 올해 들어 가장 컸다.

정기예금 증가와 함께 시장 대기성 자금 흐름도 변화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요구불예금과 투자자예탁금 감소가 최근 자금 흐름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증시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피 장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커졌고, 일부 대기 자금이 금리가 높아진 은행 정기예금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665조8879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56조4049억원 줄었다. 증시 투자 여력을 나타내는 투자자예탁금 역시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초 139조6948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까지 확대됐던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3일 기준 102조8255억원으로 떨어지며 약 두 달 새 36조8693억원(26%) 빠졌다.

은행으로 자금이 몰린 배경에는 높아진 금리 매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5대 시중은행의 1년 만기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 금리는 연 3%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신한My플러스 정기예금'이 최고 연 3.30%로 가장 높았고, 농협은행 'NH올원e예금'이 연 3.25%,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과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은 각각 연 3.20% 수준이었다.

예금금리 상승 배경에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추가 긴축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16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p) 인상하며 3년 6개월 만에 통화 긴축 기조로 전환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경기 회복세와 함께 물가 상방 압력,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한은은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금통위는 지난 7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와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신현송 한은 총재도 국회 업무보고에서 "앞으로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