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법인세 중간예납 수십조 선납…설비 투자 ‘발목’
세액공제는 ‘내수용’ 한정…“법인세율 인하가 진짜 지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올해 상반기에만 245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십조 원의 법인세를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반도체 특별법과 세액공제 신설 등을 내세우며 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을 강조하고 있지만, ‘법인세 인하’와 같은 파격적인 정책 없이는 기업들의 투자 여건을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국세청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은 이번 달 말까지 ‘당해연도 상반기 사업실적’을 기준으로 하는 가결산 방식으로 법인세 중간예납 세액을 신고·납부해야 한다.

   
▲ 올해 상반기에만 245조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십조 원의 법인세를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반도체 특별법과 세액공제 신설 등을 내세우며 기업에 돌아가는 혜택을 강조하고 있지만, ‘법인세 인하’와 같은 파격적인 정책 없이는 기업들의 투자 여건을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수출 기업엔 ‘그림의 떡’… 생색내기 그친 세제개편안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각각 146조7000억 원, 98조1529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정기 납부가 아닌 올해 8월과 9월에 걸쳐 수십조 원 규모의 법인세를 선납해야 한다. 차세대 기술을 위한 대규모 신규 설비 투자가 급한 시점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과도한 세금 납부로 기업들의 유동성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덜어줘야 할 정부 지원책은 여전히 겉돌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최근 세제개편안을 통해 지원 정책을 내놨지만 정작 기업들이 체감할 만한 대책은 전무해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생산세액공제를 신설했지만, 지원 요건에 ‘국내 생산·판매’ 조건을 달았다. 이렇게 되면 생산 물량의 9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혜택을 받기 어렵게 된다.

여기에 기존 투자세액공제와 중복 적용이 불가능해, 수백조 원을 지출하는 대기업 입장에서는 유명무실한 제도에 불과하다. 국가 산업을 견인하는 주력 기업임에도 제도적 혜택에서 배제되는 전형적인 ‘대기업 역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한국 법인세율 엇박자… 반쪽짜리 지원에 그친 특별법

가장 큰 문제는 OECD 국가 평균을 웃도는 24%의 법인세다. 이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자국 내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대폭 낮춰온 미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행보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한국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했다.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법인세 인하를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1%포인트(p) 내리는 데 그쳤고, 현 정부 들어서는 추가적인 법인세율 인하 논의가 없는 상태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전날 국무회의를 통해 반도체 클러스터 기반 시설 조성 비용을 국가가 최대 100%까지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반쪽짜리 지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력·용수 등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지만, 미국 ‘칩스법(CHIPS Act)’처럼 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보조금이나 세금 감면 없이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국들이 국가 차원에서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간접 지원만 내세운 채 경직된 세제 잣대로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모습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국가 산업 경쟁력을 위해 실효성 있는 조세 부담 완화가 시급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진권 전 한국재정학회장은 “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웃도는 법인세는 기업의 혁신 동력을 꺾는 족쇄”라며 “조건이 까다로운 간접 지원이나 세액공제에 머물 것이 아니라, 법인세 명목세율 자체를 대폭 낮춰 기업이 스스로 현금 흐름을 확보하고 자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강력한 산업 지원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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