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2027 NDAA' 정책입장서 통해 4척 해외 건조 인정…안보 공백 메우기 총력
'존스법' 상존 정치적 리스크에도 안보 위기감 고조로 굳건한 장벽 실질적 균열 발생
HD현대·한화, 현지 거점 확보 및 MSRA 체결 '투트랙'…시장 진입 가속화 초읽기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미국 백악관이 자국 해군 군함의 해외 건조 가능성을 공식 인정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미 해군 함정 시장 진입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존스법(Jones Act)’이라는 정치적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중국의 해군력 팽창에 따른 미국의 안보 위기감이 커지면서 굳건했던 장벽에 균열이 생겼다. 여기에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선제적인 현지화 전략이 맞물리며 한국 조선업이 미 국방 조달 밸류체인에 빠르게 편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은 최근 '202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대한 행정부 정책입장서(SAP)를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를 통해 전투함 2척과 비전투 지원함 2척 등 미 해군 소속 군함 4척의 해외 건조 추진을 공식 인정했다. 선박을 우방국 등 해외에서 우선 건조한 뒤, 추가적인 무장이나 세부 조립 물량은 미국 현지에서 마무리하는 이른바 ‘핀란드 모델’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명시됐다.

   
▲ 미국 백악관이 자국 해군 군함의 해외 건조 가능성을 인정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미 해군 함정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사진은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사진=HD현대 제공


백악관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해외 건조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미 국방 조달 밸류체인의 심각한 붕괴 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미 해군은 군함 건조 지연과 핵심 부품의 공급망 교란, 만성적인 현지 노동력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반면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해군력을 급격히 팽창시키고 있다. 이에 미 수뇌부는 군함 건조 적체가 곧 국가 안보의 치명적 위협으로 직결된다고 판단했다.

과거 핀란드 조선소를 활용해 쇄빙선 건조 역량을 확보했던 성공 사례를 군함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게 백악관의 핵심 전략이다. 압도적인 건조 속도와 납기 준수율,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가격 경쟁력을 두루 갖춘 한국을 글로벌 안보 밸류체인에 깊숙이 편입시켜 당장의 안보 공백을 메우겠다는 의도다.

◆존스법 앞세운 의회 견제…리스크 돌파하는 조선업계

미 해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예산권을 쥐고 있는 미 연방 의회와의 정치적 갈등이라는 암초를 넘어야 한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 등은 자국 내 선박 건조를 의무화한 연안무역법, 이른바 '존스법'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현지 조선소 노동조합과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어떠한 형태의 전투함 및 주요 지원함도 해외에서 건조할 수 없도록 법안 개정을 시도하며 백악관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결국 백악관과 의회 간의 정치적 엇박자라는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국내 기업들의 과제로 남아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변화의 흐름이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행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예외 조항을 밀어붙이고 있는 데다 미 해군의 자체 정비 및 신조 능력이 물리적 한계에 달해 해외 인프라 의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하청 수주를 넘어 한국 조선사들이 장기적으로 미 군함 신조 시장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결정적인 교두보가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한화·HD현대 진검승부…현지화 전략 시장 선점

미국의 구조적 한계와 정치적 리스크 속에서 국내 조선 투톱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직접투자(FDI)와 현지 네트워크 강화라는 입체적인 '투트랙'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미 의회가 내세우는 자국 내 일자리 보호 논리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앞세우겠다는 계산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2024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필리 조선소 지분을 전격 인수하며 미 본토 내 직접적인 생산 및 정비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앞서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호'의 MRO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한화오션은 대규모 현지 인프라 투자를 통해 미 의회가 요구하는 자국 내 일자리 창출 명분을 선점하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 역시 특수선 분야의 압도적인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선제적으로 체결한 HD현대중공업은 'USNS 리처드 E. 버드'함 등의 정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굳건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지 주요 협력사들과의 네트워크를 다지며 고난도 함정 MRO 물량을 집중 공략하고, 향후 신조선 건조 사업으로 시장 지배력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미 의회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여전히 굳건하지만, 이번 백악관의 핀란드 모델 공식화는 견고했던 보호무역주의 장벽에 실질적인 균열을 낸 셈이다. 현지 조선소 인수와 핵심 정비망 확보 등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입체적인 현지화 전략이 백악관의 안보 위기감과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 의회의 존스법 장벽이 여전히 높지만 백악관이 먼저 해외 건조 카드를 꺼낼 정도의 상황"이라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선제적인 현지 인프라 투자와 네트워크 구축은 MRO 물량 확보를 넘어 미 의회가 중시하는 자국 내 일자리 창출 명분까지 충족시킬 수 있어, K-조선의 미 군함 신조 시장 진입을 앞당기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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